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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은 거라꼬? 택도없다" 대구 사람 발끈케한 소울푸드

중앙일보

입력

대구를 상징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는 서문시장 칼국수 골목.

대구를 상징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는 서문시장 칼국수 골목.

대구는 분식의 도시다. 분식(粉食)이 밀가루 음식을 뜻하니까 대구는 밀가루 음식을 유난히 사랑하는 도시다.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미군 구호물자가 넉넉히 풀린 덕도 봤고, 박정희 정부의 분식 장려 정책을 솔선수범한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하나 대구의 국수 사랑은 훨씬 오래됐다. 전국 최초로 제분·제면 기계를 갖춘 ‘풍국면’이 대구에 설립된 게 1933년이었고, 서문시장 근처에서 1938년 문을 연 ‘삼성상회’의 주력 상품도 국수였다. ‘별표국수’ 팔던 그 삼성상회가 지금의 삼성이다.

칼국수는 대구의 소울 푸드다. 그 유명한 칼국수 골목이 서문시장 안에 있다. 서문시장 4지구와 1지구 사이 골목에 노점 수십 개가 일렬로 늘어서 있는데, 하나같이 칼국수를 판다. 언뜻 비슷한 모양에 비슷한 맛의 칼국수를 내는 것 같은데, 대구 사람은 “택도 없다”고 반발한다. 국물과 고명이 다 다르단다. 하여 각자 단골집이 따로 있다. 여행자에겐 범접하기 힘든 경지의 이야기다. 하나 더. 서문시장 칼국수 골목은 칼제비 골목에 더 가깝다. 칼국수보다 칼제비가 훨씬 잘 나간다.

대구 '합천할매손칼국수'의 누른국수. 누른국수는 대구식 칼국수의 다른 이름이다.

대구 '합천할매손칼국수'의 누른국수. 누른국수는 대구식 칼국수의 다른 이름이다.

진짜 대구 칼국수는 서문시장 옆 국수 골목에 있다. 이 골목에 대구식 칼국수를 하는 노포가 줄지어 있다. 모두 밀가루 반죽을 손수 해 칼국수를 낸다. 하나 이 골목에선 칼국수보다 누른국수가 더 익숙한 이름이다. 정확히 말하면, 칼국수의 대구식 표현이 누른국수다. 밀가루 반죽에 콩가루를 넣어 누른국수가 됐다는 설과 밀대로 반죽을 얇게 눌러 누른국수가 됐다는 설이 함께 내려온다. 손수 반죽을 빚어 면이 확실히 부드럽게 넘어간다.

대구 명물 납작만두. 만두가 부침개처럼 얇다.

대구 명물 납작만두. 만두가 부침개처럼 얇다.

대구의 또 다른 명물 납작만두도 박정희 정부 분식 장려 정책에서 비롯됐다. 1960년대 밀가루가 흔해지자, 칼국수에 물린 대구가 찾아낸 더 가볍고 새로운 분식 메뉴가 만두였다. 만두에는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밀가루는 흔한데 만두소 재료가 부족했다. 이 궁핍한 상황에서 탄생한 음식이 만두소를 최소한으로 줄인 납작만두다. 당면과 채소를 적게 넣어 부침개처럼 얇은 만두를 기름에 부친 뒤 양념장에 찍어 먹는 음식이다. 납작만두는 서문시장에서 삼각만두로 한 단계 더 진화한다. 납작만두보다 조금 더 두툼해 기름 두른 번철에 부치지 않고 끓는 기름에 넣어 통째 튀긴다.

대구 떡볶이도 분식 전통에서 시작했다. 대구 떡볶이 명가 대부분이 밀떡(밀가루 떡)을 쓴다. 떡볶이 국물에 납작만두와 삼각만두를 푹 담갔다 먹는 것도 실은 분식을 더 다양하게 즐기는 방법이다. 두툼한 쌀떡을 쓰는 ‘중앙떡볶이’는 납작만두를 넣고, 얇은 밀떡을 쓰는 ‘달고떡볶이’는 삼각만두를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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