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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뒤엔 '여론조사 도사' 있다···'여가부 폐지' 한줄 공약 전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우리가 윤석열이다!" 국회의원 및 원외당협위원장 필승결의대회에서 모두발언을 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우리가 윤석열이다!" 국회의원 및 원외당협위원장 필승결의대회에서 모두발언을 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후보가 세게 미는 공약은 ‘여연’이 한번 검토를 했다고 보면 된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핵심 관계자는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공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여연’은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을 뜻한다. 그는 “공약을 계속 밀고 갈지, 말지 결정하는 데 여연의 여론조사 결과 등 데이터를 많이 참고한다”고 덧붙였다.

여의도연구원의 검토 결과 드라이브를 걸기로 결정된 대표적인 공약이 여성가족부 폐지다.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일부 반대 목소리가 있었다. “여성들의 표가 다 떠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여의도연구원의 보고서를 검토한 뒤 선대본부는 결국 여가부 폐지 공약을 밀어붙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여론조사를 해보니 20대 남성의 압도적인 찬성뿐 아니라, 20대 여성들도 절반 정도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선대본부는 이를 토대로 여가부 폐지가 표를 잃을 공약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윤 후보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를 페이스북에 갑자기 올린 데엔 이런 배경이 있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난 7일 페이스북 메시지. 캡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난 7일 페이스북 메시지. 캡처

이재명 '초등 3시 하교' 공약도 싱크태크 發 

선거철이 되면 각 정당 싱크탱크의 역할이 커진다. 더불어민주당의 민주연구원과 국민의힘의 여의도연구원 등 싱크탱크들은 각 정당의 후보가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근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와 외국 사례,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보고서를 만들어서 당에 제출하면 선대위·선대본부가 공약 방향을 최종 결정한다. 싱크탱크들이 먼저 공약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초등학생 3시 하교’ 공약이 민주연구원에서 먼저 제안해 채택된 사례라고 한다.

싱크탱크들은 후보의 공약을 구체화하거나 다듬는 역할도 한다. 여의도연구원에서 일했던  인사는 2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2012년 대선 때 김종인 당시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던졌는데, 박근혜 캠프 인사들의 생각과는 간극이 컸다. 그때 양쪽 의견을 반영해서 공약을 구체화한 곳이 여의도연구원이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는 특히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 기능에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한다. 주요 공약 결정 과정에서는 선대본부가 여의도연구원에 여론조사를 직접 의뢰하기도 한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은 “정책 방향을 정하며 막연한 선입관으로 추측할 필요가 있냐, 물어보면 되는데. 여론조사라는 건 많은 사람에게 체계적으로 물어보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참고한다”고 말했다.

민자당의 부설 정책연구기관인 여의도연구소(YDI, 현 여의도연구원)가 1995년 2월 6일 여의도 동우빌딩에서 현판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중앙포토

민자당의 부설 정책연구기관인 여의도연구소(YDI, 현 여의도연구원)가 1995년 2월 6일 여의도 동우빌딩에서 현판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중앙포토

"여의도연의 여론조사 신뢰"

여의도연구원은 특히 여론조사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5년 국내 최초의 정당 연구소로 출범한 이후 30여년간 쌓아온 노하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여의도연구원 전성기 때보다는 못하지만 여전히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는 당내에서 가장 신뢰하는 조사다. 총선 때면 그 여론조사 결과 구하려고 각 의원실이 정보전을 펼친다”고 말했다. 대선을 앞둔 현재도 여의도연구원 보고서는 선대본부 본부장급 회의에만 오른다고 한다.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낸 한 전직 국회의원은 “여론조사는 그 결과를 단순히 합하는 게 아니라 유선·무선전화, 자동응답(ARS)·전화면접 비율 등을 사후에 보정해야 한다. 보정하는 과정에서 기관의 주관이 반영될 수 있는데, 여의도연구원 조사는 내부에서 보기 위해 하는 것이어서 객관적으로 보정해 정확도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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