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신규 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과도한 공포가 오히려 대응 실패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26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오미크론이 설 이전에 번질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실제로 그리 가고 있다. 설 연휴와 겹쳐서 걱정"이라면서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오미크론 이라는 이름에 주눅 들지 않는다면 두 달이 채 지나기 전에 팬데믹의 마지막 고비를 넘길 수 있다. 바이러스의 독성이 아니라 우리의 공포심에 따라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오 위원장과 일문일답.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 인터뷰
- 어떻게 대응하자는 건가.
- "오미크론은 떼로 몰려오는 인해전술, 공포심을 유발하는 심리전술, 짧은 시간에 치고 빠지는 속도전으로 공격해 온다. 그러나 오미크론이 가진 무기란 게 신통치 않다. 그래서 우리가 콧물이 나면 코 감기로, 목이 아프면 목 감기로, 숨이 가쁘면 폐렴으로 진료를 받으면 된다. 코 감기, 목 감기 환자까지 모두 응급실로 달려가서 입원시켜 달라고 하면 오미크론의 심리전술에 말려든다. 경기장의 관중이 공포에 질려 몰리면 계단에서 압사하는 것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 우리가 가진 무기는 뭔가.
- "우리는 다행히 백신 접종률이 높다. 60세 이상의 고위험군 중 미접종자가 감염돼 폐렴이 발생하고 중증으로 진행할 경우 최선을 다해 치료할 수 있다면 일전을 벌일만 하다. 그런데 감기나 독감처럼 지나갈 수 있는데도 '오미크론 감염자'라는 진단이 나오는 순간 중환자실로 갈 수 있다는 공포심이 뇌리에 박혀있다. 고위험군이 아니면서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감기나 독감처럼 지나간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오미크론 전파력은 델타 변이의 2배에 달하지만 치명률은 5분의 1 수준(델타 0.8%, 오미크론 0.16%)이다. 국민의 85.5%가 2차 접종을 완료했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한국 접종률은 세계 10위(부스터샷 19위)이다.
- 오미크론이 델타와 다른가.
- "기존의 코로나 바이러스와 유전자 족보가 다르다. 사람 세포에 침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다르다. 폐렴을 잘 일으키지 못한다."
- 그러면 코로나19가 아닌가.
- "공포심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된다면 오미크론이 지나갈 때까지라도 코로나22로 이름을 바꾸고 싶다. 외국 전문가들도 '리틀 코비드(little covid,작은 코로나)'라고 조금씩 부르기 시작했다."
- 백신이 중요한가.
- "오미크론이 급증하면 많은 사람이 감염될 것이다. 그러면 백신 면역과 자연 면역이 더해져 강력하고 오래 가는, 소위 '하이브리드(잡종) 면역'이 온다. 백신 접종자에게 오미크론은 가볍게 지나간다."
오 위원장은 최근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80대 후반의 오미크론 확진자 예를 들었다. 이 환자는 부스터샷 접종자였고, 열이 조금 난 것외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 5일 간 산소 치료나 팍스로비드(먹는 치료제) 처방도 안 받고 퇴원했다고 한다.
- 오미크론 확진자가 폭증하면 위중증도 늘텐데.
- "60세 이상 고위험군 미접종자(약 65만명)의 40%인 26만명이 오미크론에 감염되고 1%(2600명)가 두 달에 걸쳐 중환자실에 입원한다고 가정하면 월 1300명을 감당하면 된다. 우리 의료가 감당할 수준이다."
- 동네의원이 준비가 됐는지 걱정이다.
- "의원은 주로 상가건물에 들어있다. 이를 감안해 방역기준을 낮춰야 한다. 지금 기준으로는 의원이 감당할 수 없다. 질병청이 방역 기준을 빨리 제시해야 이를 보고 의원들이 참여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의원이 잘 돌아가야 환자가 큰 병원으로 몰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