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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오늘 운명의 날, 동양대 PC에 달렸다...대법원 판단은 [法ON]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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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혐의로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자녀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혐의로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비리 혐의 등으로 1·2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60)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27일 나온다.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뒤 시작된 검찰 수사 2년 5개월여 만에 '조국 사태'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는 셈이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7일 오전 10시 15분 업무방해와 자본시장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 총 15개 혐의로 기소된 정 전 교수의 상고심 판결을 선고한다.

1·2심은 인정했지만…대법, 동양대 PC 증거능력 부정할까

대법원은 법률심이어서 새로운 증거를 채택하거나 사실관계를 바꾸지 않고 법률적 문제에 관해서만 판단한다. 때문에 2심에서 정 전 교수의 딸 조민씨의 이른바 '7대 스펙'을 허위로 판단한 사실관계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조민 ‘7대 허위스펙’ 1·2심 재판부 판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조민 ‘7대 허위스펙’ 1·2심 재판부 판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다만 법원에 제출된 증거의 효력을 인정할지 여부는 법률적 판단에 속한다. 이번 상고심의 핵심 쟁점이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발견된 정 전 교수의 PC에 대한 증거능력 인정 여부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동양대 PC에선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와 관련된 '총장님 직인' 파일, KIST 인턴 확인서, 단국대 인턴 확인서 등 입시 비리 혐의를 뒷받침하는 파일들이 무더기로 나왔다. 정 전 교수 측은 1심부터 이 동양대 PC 등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해당 PC를 동양대 강사휴게실을 관리하는 조교 김씨가 검찰에 임의제출했고, 이 PC에서 파일을 추출할 때 정 전 교수에게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1·2심 재판부는 동양대 PC의 증거 능력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씨를 PC의 보관자로 인정하고 수사기관에 PC를 자발적으로 제출할 권한이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PC는 정 전 교수가 사용했던 물건이었지만, 강사휴게실에 1년 이상 먼지가 덮인 채 방치됐고 이후 동양대 행정지원처장의 지시에 따라 조교 김씨가 관리해왔기 때문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자녀 입시비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자녀 입시비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떤 판례를 따라갈까  

대법원이 원심을 뒤집고 동양대 PC의 증거능력을 부정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례 때문이다. 당시 대법원 전합은 대학교수 A씨의 준강제추행 사건을 심리하면서 "수사기관이 피해자로부터 임의로 제출받은 피의자의 휴대전화에서 별건 범죄 혐의가 추가로 발견됐어도 피의자 참관 없이 디지털 증거 조사가 진행됐다면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교롭게 이 사건의 주심도 정 전 교수 사건 심리를 맡은 천대엽 대법관이었다.

천대엽 대법관. 뉴스1

천대엽 대법관. 뉴스1

대법원이 이 판례와 동양대 PC의 쟁점을 같은 선상에서 판단한다면 동양대 PC의 증거능력이 부정될 가능성이 있다. 정 전 교수 측 변호인도 이 판례를 근거로 동양대 PC는 위법한 증거라는 주장을 펴왔다.

다만 동양대 PC의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해서 곧바로 정 전 교수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검찰은 동양대 PC 이외에도 다수의 증거로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 판례는 피의자와 이해관계가 정반대인 피해자가 증거를 넘긴 반면, 동양대 PC는 정 전 교수와 무관한 조교가 제출했다는 점에서 같은 사안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대법원이 정 전 교수 사건을 이 판례 대신 '조국 사태'의 또 다른 사건인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와 동생 조권씨, 정 전 교수의 자산관리인 김경록씨 사건과 결이 같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는 동양대 PC의 증거능력이 원심과 마찬가지로 인정될 수 있다. 김씨는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증거인멸을 위해 조 전 장관의 자택 서재PC에서 하드디스크 등을 떼내 자신의 헬스장 사물함에 숨겨뒀다가 나중에 검찰에 임의제출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김씨의 증거은닉 혐의에 대해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확정했다.

이에 검찰도 조 전 장관의 1심 재판에서 “대법 판결이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취지라면, 이미 확정된 조범동, 조권씨 사건 등에 대해 대법원의 직권 심리나 파기환송이 있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마성영·김상연·장용범 부장판사)가 지난달 24일 동양대 PC와 서재PC 하드디스크 등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자 반발하며 한 말이다. 검찰 측 주장은 제3자인 김씨가 임의제출한 서재 PC 내용이 증거로 쓰였지만 대법원이 이때는 증거능력을 문제 삼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대법원이 정 전 교수에 대해 무죄 취지 판결을 내리려고 했다면 이미 이 사건을 소부가 아닌 전원합의체로 회부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수사 착수 2년 5개월 만에 대법 선고…1·2심은 "징역 4년"

2019년 9월 3일 오후 검찰 관계자들이 동양대 대학본부에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뉴스1

2019년 9월 3일 오후 검찰 관계자들이 동양대 대학본부에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뉴스1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날인 2019년 9월 6일 정 전 교수를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로 기소하고, 같은 해 11월 자본시장법 위반 등 14개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했다.

2020년 말 1심 재판부는 1년여의 심리를 마치고 15개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정 전 교수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억원, 추징금 1억4000여만원이 선고됐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이 딸 조민씨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과 서울대 인턴 등 '7대 스펙'을 모두 허위로 판단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다만 코스닥 업체 WFM 관련 미공개 정보를 미리 취득해 이익을 본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일부가 무죄로 뒤집히면서 벌금과 추징금이 각각 5000만원과 1000여만원으로 줄었다.

정 전 교수와 검찰은 모두 2심 판단에 불복해 지난해 8월 대법원에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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