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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K 패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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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정민 기자 중앙일보 중앙SUNDAY 문화부장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10년 전 혹은 그 이전에 입었던 옷이 다시 유행할 때면 ‘패션은 돌고 돈다’는 말에 끄덕이게 된다. 요즘 핫한 명품 브랜드 ‘구찌’ 의상에 ‘할머니 옷장에서 꺼내온 듯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이유다.

지난해부터 여성 패션 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Y2K 패션’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유행한 패션이다. 연도(Year)와 1000(Kilo)의 첫 글자를 딴 ‘Y2K’는 2000년도 시작 시점에서 벌어질 수 있는 컴퓨터 오류 ‘밀레니엄 버그’를 이르는 약자다. 당시 연도의 마지막 두 자리만 인식하던 컴퓨터가 2000년이 되면 ‘00’만을 인식해 1900년과 혼동하면서 사회적 대혼란을 가져올 거라는 우려가 컸다.

배꼽이 보이는 짦은 상의와 허리 골반에 걸치는 바지로 멋을 낸 블랙핑크 멤버 제니. 일명 'Y2K 패션'이다. 사진 제니 인스타그램.

배꼽이 보이는 짦은 상의와 허리 골반에 걸치는 바지로 멋을 낸 블랙핑크 멤버 제니. 일명 'Y2K 패션'이다. 사진 제니 인스타그램.

한 세기의 마지막 시점에 유행했기에 ‘세기말 패션’이라고도 불리는 Y2K 패션의 대표 의상으로는 크롭 톱과 로 라이즈 팬츠를 꼽을 수 있다. 낯선 패션 용어 대신 그 시절 우리가 불렀던 대로 표현하면 ‘배꼽티’와 ‘골반바지’다. 배꼽이 보일 만큼 짧은 상의와 골반에 걸쳐 입는 헐렁한 바지가 요즘 젊은층에서도 인기다. 이 외에도 벨벳 트랙슈트(추리닝 상하의 세트), 한눈에 봐도 무거운 체인 목걸이 등이 Y2K 패션 아이템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촌스러울 수 있는 20년 전과 지금의 패션이 어떻게 닮은 듯 다른지 알고 싶다면 가수 이효리의 20대 시절과 현재 가장 핫한 패셔니스타 제니(블랙핑크·사진) 또는 ‘스우파(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출연진을 비교해 보시라.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건 ‘센 언니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란 점이다. 왜? 언니는 자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