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노트북을 열며

테슬라와 카카오페이

중앙일보

입력 2022.01.2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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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박수련 기자 중앙일보 팀장
박수련 팩플 팀장

박수련 팩플 팀장

처음엔, 이 자가 왜 이러나 궁금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보유한 회사 주식 10%를 팔지 말지 트위터 설문으로 결정하겠다고 한 기행 말이다. 당시 테슬라 주가는 주당 1200달러를 넘긴 역대 최고치였다. 아무리 머스크라지만, 주가 떨어뜨릴 게 뻔한 짓을 왜 하나. 머스크의 해명 또는 핑계는 이렇다. ‘주식을 안 팔아 챙긴 이익이 없는데, 세금 회피한단 비난을 받으니 차라리 주식을 팔아버리겠다.’ 그의 다른 꿍꿍이를 의심할 새도 없이, 투자자들은 바로 행동했다. ‘지금이 고점이나 팔라는 신호’라고 읽은 것. 아시다시피, 문제의 그 트윗 후 테슬라 주가는 일주일새 15% 이상 하락했다.

결과적으로 머스크의 ‘트위터 설문’은 탁월한 절세 전략으로 판명났다. 10년 묵혀둔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당 6.24달러로 1200달러짜리 테슬라 주식을 샀지만, 주가가 떨어진 덕분에(차익도 줄어) 내야 할 세금이 4500억원 이상 감소했다. 그런데 이런 기행이 테슬라 투자자들의 믿음을 뿌리째 흔들진 않은 모양이다. 해를 넘기며 여러 변수로 주가 전반이 하락했지만 테슬라는 나스닥 시총 5위를 지키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지난해 11월말 최고점에 올랐지만 현재는 그 절반 수준(13만7000원)으로 떨어졌다. [사진 카카오]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지난해 11월말 최고점에 올랐지만 현재는 그 절반 수준(13만7000원)으로 떨어졌다. [사진 카카오]

테슬라 학습효과였을까. ‘그들’이 왜 그랬는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스톡옵션을 활용해 주당 5000원에 산 카카오페이 주식을 상장후 한 달도 안 돼 20만원에 매각한 이 회사 경영진 8명 말이다. 머스크처럼 절세를 노린 건지, 아니면 19만5000원의 차익 그 자체에 몰입한 건지 모르겠으나, 어느 쪽이든 이제 상관이 없다. 상장 한 달 된 기업 경영진의 집단 매도는 투자자들이 이 기업의 목적의식(sense of purpose)을 의심하기에 충분한 신호였다. 현재 카카오페이 주가는 11월말 최고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합법이라도, 공개기업의 경영진이 하지 말았어야 할 선택의 대가다.

똑같은 기행에도 테슬라와 카카오페이가 주주들에게서 다른 대접을 받는 이유가 뭘까. 2003년 창업해 2010년 상장한 테슬라는 다들 비웃던 ‘전기차 비전’을 실현했고, 투자자들에겐 엄청난 수익을 안겨줬다. 국민연금이 테슬라에 투자해 6년간 수익률 760%(2021년 2월 기준)를 기록했다고 들었을 때, 연금 납입자로서 그 반가움이란? 리더가 아무리 괴팍해도 ‘장기적으로’ 믿어도 될 기업이란 확신이 있다면 주주는 쉽게 안 떠난다.

지난해 한국이나 미국이나 기업공개 규모가 사상 최대였다. 기업의 성장 과실을 소수의 투자자 아닌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눌 기회라는 점에서 기업 공개는 더 늘어야 한다. 다만, 상장 직후 주가 못지 않게 오래 믿어도 될만한 비전과 리더십을 가진 기업들이 늘어나길 바란다. 상장이 임직원 스톡옵션을 위한 이벤트로 비하되기엔 개미투자자 1000만의 무게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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