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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이 변신한 그곳, 과거·현재·미래가 나란히 흐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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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문성식, ‘새드 엔딩’, 2021, 캔버스에 젯소, 연필, 아크릴과슈, 41x32㎝. [사진 국제갤러리]

문성식, ‘새드 엔딩’, 2021, 캔버스에 젯소, 연필, 아크릴과슈, 41x32㎝. [사진 국제갤러리]

화가 문성식 개인전, 재단법인 아름지기 20주년 특별전, 현대모터스튜디오 전시. 지금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미술·디자인 전시다. 서로 다른 날 개막했지만, 우연히도 모두 망미동 복합문화공간 F1963(옛 고려제강 공장 터)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문성식 개인전이 지난 21일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개막했고, 그 옆 석천홀에서는 아름지기 20주년 특별전이 진행 중이다. 이웃 건물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의 ‘미래가 그립나요?’전도 놓치기 아깝다.

완성도 높은 세 전시가 각각 과거·현재·미래를 소재로 다루는 점도 이채롭다. 아름지기가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조명했다면, 현대모터스튜디오 전시는 ‘미래 전망’이 핵심이다. 문성식은 우리 시대의 일상 풍경을 독특한 시선과 기법으로 화면에 담아내는 작가다. 장르는 모두 다르지만, 우리 시대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고 있다.

문성식 전시장 전경. [사진 국제갤러리]

문성식 전시장 전경. [사진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에서 ‘삶 Life’ 전시를 열고 있는 문성식은 미술계에서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는 작가다. 따뜻한 시선으로 일상을 그리는데,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유화 드로잉)으로 특유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전시마다 반응도 뜨겁다. 이번 전시작도 개막에 앞서 거의 다 팔렸다.

전시작은 일상의 장면, 주변 동식물 등을 담은 100여 점의 유화 드로잉 신작이다. 여기에 작가가 2019년부터 시작한 대형 장미 연작 ‘그냥 삶’의 신작, 지난해 전남 수묵 비엔날레에 선보인 풍경화 ‘그저 그런 풍경: 땅의 모습’도 함께 선보인다. 작은 캔버스엔 과수원집 가족의 소소한 일상, 동네 골목에서 목격한 흔한 풍경이 담겼다. 부동산 중개업자와 집을 보러 간 사람들 모습을 담은 ‘협상’, 벚꽃이 흐드러진 풍경 속을 걷는 연인 ‘새드 엔딩’ 등이 이야기를 피워올린다.

주목할 것은 작가의 독특한 유화 드로잉 기법이다. 두껍게 바른 유화 위에 연필로 그 바탕을 긁어내는데, 박수근의 작품처럼 거칠고 투박한 표면이 특징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연필은 회화의 기본이 되는 재료로, 즉흥적이며 소박하다”며 “연필은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왜곡 없이 솔직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198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난 문성식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을 졸업했고, 현재 부산에서 작업한다. 전시는 2월 28일까지.

문화재단 아름지기 20주년 특별전 ‘커넥팅’ 전시작. [사진 아름지기]

문화재단 아름지기 20주년 특별전 ‘커넥팅’ 전시작. [사진 아름지기]

아름지기 재단의 ‘커넥팅(CON-NECTING)’ 전시는 옛 공장의 흔적이 거칠게 남은 석천홀에서 열리고 있다. 공간 규모가 2046.2㎡(약 620평)에 이른다. 건축가 그룹 SoA 디자인이 작업한 공간엔 박물관에서 온 듯한 전통적 분위기의 사물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자세히 보면 현대적 감각이 녹아든 디자인 작품이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년간 전통의 아름다움을 꾸준히 알려온 아름지기의 역사를 한데 모은 것으로, 90여 작가의 400여 작품을 소개한다. 삼국, 고려, 조선 시대 전통 의복에서 영감을 받은 현대의상, 또 새롭게 현대적으로 디자인해 제시한 제례상과 도시락상, 술상, 찻상 등을 볼 수 있다. 전통에 뿌리를 뒀지만, 작품이 제시하는 건 미래와 연결 가능성이다. 미니멀한 식기와 가구들이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전시는 2월 13일까지.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전시 중인 파사드 드로잉. 드로잉 아키텍처 스튜디오 작품. [사진 현대모터스튜디오]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전시 중인 파사드 드로잉. 드로잉 아키텍처 스튜디오 작품. [사진 현대모터스튜디오]

‘미래가 그립나요?’ 전은 건축, 그래픽 디자인, 미술, 영상, 3D 애니메이션, 게임, 가상현실 등 다양한 접근으로 다가올 미래를 탐색한다. 현대자동차가 주최하는 디자인상 ‘현대 블루 프라이즈 디자인 2021’ 수상자 심소미(41) 큐레이터가 기획했다. 그는 서울과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독립 큐레이터로, 14개 팀의 글로벌 작가 작품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전시장 내·외부를 거대한 파이프 구조물로 연결해 건축가적 상상력을 보여준 피플즈 아키텍처 오피스 작품, 현대모터스튜디오 건물 유리 통창에 미래도시 풍경과 부산의 현재 풍경을 담은 드로잉 아키텍처 스튜디오의 작품 등이 감각적이다. 중견 건축가 최욱(원오원아키텍츠 대표)이 설계한 현대모터스튜디오는 건물과 공간 자체도 볼거리다. 최 건축가는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을 설계했다. 전시는 3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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