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폭증 땐 의료·치안 공백 우려…정부 지침은 아직도 '정비중'

중앙일보

입력 2022.01.26 19:00

업데이트 2022.01.26 20:45

오미크론 확산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선 26일 서울 강남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피검자들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오미크론 확산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선 26일 서울 강남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피검자들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경기 시흥경찰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26일까지 확진자는 모두 37명이다. 확진자와 밀접접촉자까지 한꺼번에 격리되자 비상이 걸렸다. 확진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부서에 근무한 적이 있는 인력을 동원했다. 24시간 돌아가는 112상황실은 12개의 지구대ㆍ파출소를 4개씩 묶어 권역별로 통합 운영하고 4교대를 3교대로 바꿨다. 혹시 모를 치안 공백에 대비해 경기남부청 경찰 기동대가 주ㆍ야간에 30명씩 투입됐다. 이들은 관내 번화가 등 순찰 업무를 지원한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이 맡던 일을 한 사람이 맡는 식인데, 한달 씩 장기 지속할 순 없지만 짧은 기간이니 감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자는 시흥서 인력의 4%이다. 현재 이 정도 선이어서 그나마 임시변통으로 돌리지만 확진자가 더 늘면 치안 부재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시흥서 사태는 오미크론의 폭발력을 보여준다. 의료·치안·통신 등 사회필수시설에서 집단감염이 10% 넘기면 마비상태로 번질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은 하루 확진자 1만3000명 선에서 벌어진 일로 시흥서가 비명을 질렀는데, 앞으로 3만명이나 많게는 20만명이 나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하고 있다.

정부는 하루 확진자 3만명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두기를 강화하지 않는다면 2월말께 하루 10만~20만명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라면서도 “정부가 60세 이상 등 고위험군만 PCR검사를 하기 때문에 공식적인 수치는 훨씬 낮게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 20만명의 확진자가 일주일 이상 쏟아진다면 인구 2.7%가량이 격리 상태에 있게 된다. 천병철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오미크론 유행 정도에 따라서 단계별로 최소한의 인원으로도 기능이 돌아갈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만들어 대비해야 한다”라며 “오미크론이 영국과 미국을 휩쓸었고 우리나라에서도 빠르게 퍼지는걸 보면서도 여전히 준비가 더디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위기 대응 전략이 업무지속계획(BCPㆍBusiness Continuity Plan)이다. 사회필수시설 마비를 줄이려는 대책이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지난 18일 정부 각 부처에 BCP 마련을 주문했다. 필수시설과 필수인력 정의부터 새로 해야 한다. 신종플루(2009년), 메르스(2015년) 때 만든 종전 버전은 오미크론 앞에서 통하지 않는다. 시작이 늦다보니 속도가 더디다. 내달 초 완성을 목표로 잡았는데, 그 새 오미크론이 얼마나 뛸지 모른다. 분야별 격리 규모에 따라 단계적 전략이 필요하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9일 중대본의 공문을 받자마자 부랴부랴 기존 BCP를 오미크론 대응에 맞게 수정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업무가 마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응이 핵심이다. 하지만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3000명대으로 점프한 상황에서도 '아직도 정비 중'이다. 행안부는 복지부와 함께 중대본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전해철 장관이 중대본 2차장이다. 재난관리의 핵심부처다. 그런데도 지난해 4월 만든 BCP를 따르고 있다. 그새 초기 바이러스와 격이 다른 델타 변이가 활개쳤는데도 지침은 종전 버전을 쓰고 있다. 소방청도 마찬가지다.

경찰청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만들어 28일까지 각 시도청과 일선서에 내려보낼 계획이다. 112 상황실이나 형사 등 교대부서와 파출소나 지구대 등 지역관서, 일근부서(내근) 등 업무 특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교대부서는 4교대를 3교대 또는 2교대로 전환 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지역관서는 인접서에서 대체 업무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핵심업무의 경우 3순위까지 근무자를 지정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지구대나 파출소 근무 경험이 있는 경찰 기동대가 현장에 투입된다“며 ”민원인들이 봤을때 경찰관이 없어서 일을 못보는 경우는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가 의료이다. 하지만 의료 BCP는 갈길이 멀다. 서울의 한 공공병원 관계자는 "BCP가 뭐냐"고 오히려 취재진에게 물었다. 그는 취재진의 설명을 듣고서는 "정말 필요한 것인데 대부분의 병원들이 모르고 있을 것이다. 오미크론이 병원을 덮치면 셧다운(폐쇄)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거점전담병원 감염관리 책임자도 BCP가 뭔지 모른다. 그는 "간호사 대체인력이 안 그래도 모자라서 힘들다. 수술실 간호사가 집단감염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눈앞이 캄캄하다. 확진돼도 방호복을 투입해야 한다는 상황을 상상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이 이럴진대 전국 다른 병원은 말할 것도 없다.

정부는 서울대ㆍ서울아산ㆍ삼성서울ㆍ세브란스ㆍ서울성모 등 소위 ‘빅5 병원’을 내세워 BCP를 만들고 있다. 최근 가이드라인을 주고 이들이 BCP를 만들게 해서 초안 수준의 방안을 보고 받았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복지부에 보낸 것은 얼개 수준이고, 이번 주말까지 보완해 다음달 7,8일까지 분야별 세부 방안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빅5가 만든 BCP를 나머지 40개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동네의원 등에 보내 이를 참고로 사정에 맞게 방안을 만들게 할 예정이다. 일러야 내달 초순께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사·간호사가 대거 확진되면 병원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 가령 흉부외과 의사가 확진돼 격리되면 당장 수술할 대체인력이 없다. 만약 하루 확진자가 3만명 넘지 않으면 확진 의사라도 7일 격리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이면 격리 5일째부터 수술을 할 수도 있다. 물론 무증상이나 경증이어야 한다. 더 확산하면 의사 확진자의 격리기간을 더 줄이고, 응급 상황이면 격리 없이 방호복을 입고 수술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 병원들이 그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항공편 2300여면이 결항하고 의료, 운송, 교육 종사자 감염 확산으로 업무가 마비됐다. 미국 정부는 무증상, 경증 확진자의 격리기간을 10일에서 5일로 단축해 대응했다. 영국도 마찬가지였다. 확진자의 격리기간을 10일에서 7일로 줄인데 이어 다시 5일로 단축했다. 프랑스는 의료인의 경우 무증상, 경증일 경우 보호장비를 착용한 채 정상 근무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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