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반인→짭지아 추락한 송지아…'영앤리치 판타지'의 민낯 [이슈추적]

중앙일보

입력 2022.01.26 18:27

업데이트 2022.01.27 09:00

유튜버 프리지아(송지아). 사진 온라인커뮤니티·유튜브

유튜버 프리지아(송지아). 사진 온라인커뮤니티·유튜브

‘영 앤 리치(젊은 부자)’의 아이콘이었던 인기 유튜버가 한순간에 추락했다. 프리지아(본명 송지아)로 불리던 그의 현재 별명은 ‘짭지아(짝퉁+송지아)’로 재정립되고 있다.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지탄의 대상이 되는데 열흘이 걸리지 않았다. 송지아는 지난 25일 활동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이슈추적]

영앤리치 판타지의 균열 

송지아는 서울 성수동 트리마제에 산다고 알려져 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송지아는 서울 성수동 트리마제에 산다고 알려져 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송지아가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부유함이었다. 서울 초고가 아파트에 살며, 샤넬 등 명품을 즐겨 쓰는 모습이 인기의 동력이 됐다. ‘한양대 여신’이라고 불리며 학벌과 외모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금수저 여유로움에 치인다”며 송지아를 부러워하는 글이 자주 올라왔다. 신에 버금가는 부러울 것 없는 인생이라는 의미의 “갓생(신+인생)”, 그런 조건을 가진 일반인이라는 “갓반인(신+일반인)”이라는 말도 들었다. ‘갓생 갓반인’이라며 송지아를 추종하는 무리도 생겨났다.

송지아가 출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프로그램 ‘솔로지옥’이 지난해 말 세계적인 관심을 끌면서 50만 명대였던 유튜브 구독자가 190만 명대로 뛰어올랐다. 인기 아이돌을 위협하는 일반인 스타를 10대 위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찬양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앤리치 판타지’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유튜브·SNS나 솔로지옥에서 착용한 명품 의상이 ‘짝퉁’ 논란에 휩싸였다. ‘솔로지옥’ 인기를 발판 삼아 TV 예능프로그램으로 무대를 넓히려 했지만,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본인과 소속사가 즉각 사과했지만, 성난 여론을 잠재울 수 없는 상황이다. “외모와 재력으로 자존감이 높은 20대 여성은 실제가 아닌 허상이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중이 좋아한 송지아의 이미지는 만들어진 것이었다”는 배신감을 토로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거짓과 위선의 함정 빠져” 

송지아의 샤넬 백 리뷰 영상. 송지아는 유튜브 모든 영상을 삭제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송지아의 샤넬 백 리뷰 영상. 송지아는 유튜브 모든 영상을 삭제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대세 프리지아의 민낯”이라며 화장 안 한 얼굴을 캡처해 퍼트리는 유튜브까지 등장했다. 송지아는 두 번째 사과를 한 뒤 활동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송지아는 유튜브 영상에서 “처음에는 (짝퉁 명품을) 예뻐서 구매했는데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고 그것에 점점 빠져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중이 영앤리치 이미지에 호응하자 거기에 호응하느라 가품 착용의 문제점을 놓쳤다는 의미다. 송지아는 “가족에 대한 비난은 부디 멈춰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송지아를 향한 융단폭격에 자제론도 나온다. “짝퉁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있느냐”거나 “명품 입은 사람만 인기를 얻어야 하느냐”는 주장이다. “잘못은 잘못이지만 범죄자도 아닌데 비난 수위가 도를 넘었다”라거나 “재력 등을 굳이 포장하지 않아도 됐는데 가식으로 꾸밀 수밖에 없던 상황이 딱하기까지 하다”는 동정론도 나왔다. 그러나, 송지아가 “스스로 거짓과 위선의 함정에 빠진 잘못”이라는 비판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송지아 본인도 “‘프링이(구독자 애칭)’를 향한 마음은 거짓이 아닌데 그마저도 거짓으로 보여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기도 했다.

추락도 콘텐트?…“소비자는 몰입 경계해야”

샤넬 백을 소개하는 송지아.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샤넬 백을 소개하는 송지아.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영앤리치 판타지에서 ‘관종(관심 종자)’으로 몰락한 현상에 대해 『K를 생각한다』를 쓴 임명묵 작가는 “대중의 윤리적 기준을 채우지 못하는 사람에게 집단적인 린치가 가해지고 그가 추락하는 과정이 대중에게 희열을 가져다주는 콘텐트가 됐다”고 말했다. 임 작가는 “그의 잘못과 별개로 한 개인을 집단으로 공격하는 것은 위험한 사회 현상”이라면서도 “SNS 등을 기반으로 한 셀럽을 파헤치고 공격하는 건 이제 하나의 메타 콘텐트가 됐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물”이라고 분석했다.

『야만의 회귀, 유튜브 실체와 전망』이라는 책의 저자 이상호 경성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는 “구독자가 수십만 명 이상인 유튜버는 사회적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기존 레거시 미디어에 등장하는 인물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잣대를 가지고 스스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들이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교육 없이 곧장 시장에 진입한 탓에 나타난 문제”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그런 콘텐트 소비자들에게도 이런 당부를 했다. “유튜버 등은 결국 돈이 목적이라 그를 바라볼 땐 보이는 이미지에 몰입해 추종하거나 실망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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