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년 공석 주한美대사, 필립 골드버그 내정…대북제재 총괄 경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월 해리 해리스 전 대사가 떠난 뒤 1년 넘게 공석이던 주한 미국 대사에 필립 골드버그(65) 현 주콜롬비아 미국 대사가 내정됐다고 한다. 골드버그 대사는 오바마 행정부 초반 대북 제재 전반을 총괄했다.

주한미국대사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필립 골드버그 주콜롬비아 미국 대사. 주콜롬비아 미국 대사관 홈페이지.

주한미국대사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필립 골드버그 주콜롬비아 미국 대사. 주콜롬비아 미국 대사관 홈페이지.

아그레망 진행 중..."곧 발표할 듯"

소식통들에 따르면 현재 한국 정부가 골드버그 대사에 대한 아그레망(주재국 임명 동의) 요청을 접수한 뒤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미국 정부가 한국에 아그레망을 접수한 건 지난해 12월 말쯤이라고 한다.

통상 아그레망 접수 전후로 대사 지명 사실이 공개되곤 하는데, 조만간 미국 정부의 공식 발표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최근 뉴스레터를 통해 "백악관의 주한 미국 대사 지명자 발표가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누가 내정됐는지에 대해)우리 정부가 발표할 문제는 아니다. 현재 주한 미 대사 내정자가 우리 정부에 통보된 상태라는 점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지난 2019년부터 콜롬비아 대사로 근무 중이다. 주한 대사로 지명되고 한국 정부의 아그레망 절차가 완료된 뒤에도 거쳐야 할 절차가 많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에 인준 요청을 한 뒤 상원 외교위원회의 청문회를 통과해야 한다. 이후 전체회의 표결을 통해 인준안이 통과돼야 임지에 부임할 수 있다.

여기에만 통상 2~3개월이 걸리는 데다 미 의회 내에서 이를 다른 쟁점 법안 등과 연계해 처리하려 할 경우 기간이 훨씬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절차가 아무리 빨리 진행돼도 한국 대선(3월9일) 전에 임명이 공식화하기는 힘들다. 골드버그 대사가 주한 대사로 오게 되더라도 결국 호흡을 맞추는 건 새 정부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오바마 행정부서 대북 제재 총괄 경험

골드버그 대사는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직전에 주필리핀 대사를 지냈다. 한반도 업무를 직접 다뤄본 경험은 없지만, 오바마 1기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 6월부터 2010년 6월까지 미 국무부 대북제재 조정관을 지냈다. 2009년 8월엔 미 대북제재 전담반을 이끌고 방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와 1718호 등 제재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방한 중 한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위성락 당시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과 회담했는데, 당시 추진되던 금강산 및 개성 관광 재개 조치와 관련해 "인도주의, 개발 목적으로 안보리 결의와 무관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자리잡을 무렵 관련 업무를 다뤘던 그가 주한 미 대사로 내정된 데 대해 최근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연관해 시사점을 찾는 시각도 있다. 북한의 지속적 도발로 인해 바이든 행정부는 독자 제재와 유엔 안보리의 추가 조치 등 갈수록 제재 이행을 통한 북한의 행동 변화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북 제재 유지는 바이든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 사이에 이견이 가장 크게 드러나는 분야이기도 하다.

골드버그 대사가 임명된다면 한국에는 마크 리퍼트 전 대사, 해리 해리스 전 대사 이후 약 7년여 만에 직업 외교관이 다시 대사직을 맡는 셈이다. 골드버그 대사는 2018년 미국 직업 외교관 중 최고위직으로 꼽히는 '경력대사(career ambassador)'에 오르기도 했다. 대통령의 추천과 미 의회 상원의 인준을 거쳐야 얻을 수 있는 타이틀로, 미국에서 직업 외교관으로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로운 직위다.

그는 미국 외교의 해결사로 불리던 유명 외교관 고(故) 리처드 홀브룩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의 신임을 받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 외교 소식통은 "골드버그 대사를 비롯해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캐서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 대사까지 모두 '홀브룩이 키운 영재들'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2009년 8월 필립 골드버그 주콜롬비아 미국 대사가 미 국무부 대북제재 조정관 시절 당시 한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위성락 당시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담하는 모습. 연합뉴스.

2009년 8월 필립 골드버그 주콜롬비아 미국 대사가 미 국무부 대북제재 조정관 시절 당시 한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위성락 당시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담하는 모습. 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