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만에 빨간줄 "음성 믿어도 되나요"…오미크론 체계 첫날 [르포]

중앙일보

입력 2022.01.26 17:50

업데이트 2022.01.26 18:03

26일 광주광역시 북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속항원검사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6일 광주광역시 북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속항원검사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6일 오후 1시쯤 광주광역시 서구보건소 신속항원검사소 앞. 검사소 앞에 30여명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광주는 이날부터 전남, 경기도 평택·안성과 함께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대응 체계가 작동된 곳이다. 이들 지역은 60세 이상 고위험군이나 확진자 밀접 접촉자 등만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도록 돼있다.

PCR, 신속항원검사 대상자 혼동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대응 체계가 시행된 첫날이다 보니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같이 사는 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밀접 접촉자가 신속항원검사 대기줄을 찾아온 게 대표적이다. 보건소 직원은 신속항원검사와 PCR검사자를 가려내느라 진땀을 뺐다. 직원들은 “확진자와 접촉한 거 아니죠”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26일 광주광역시 서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6일 광주광역시 서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기자도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검사신청서에 간단한 인적사항만 적으면 됐다. 증상유무는 묻지 않았으나 방역패스(접종완료·음성확인서) 발급 여부는 확인했다.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받고 설명서부터 봤다. 직원이 별도로 사용법을 설명하지는 않았으나 검사 테이블 위에 설명서가 부착돼 있었다.

설명서대로 검체 채취용 면봉을 꺼내 콧구멍 안쪽을 원을 그리듯 10회정도 문질렀다. 면봉을 코안 쪽 깊숙한 하비갑개까지 넣어 고통스러운 PCR검사법과는 달랐다.

면봉은 함께 동봉된 용액통에 넣으면 된다. 이후 용액 3~4 방울을 임신테스트기처럼 생긴 ‘검사용 디바이스’ 위에 떨어트린 뒤 간호사에게 건네면 끝이다. 대조선(C라인)에만 빨간 줄이 표시되면 ‘음성’, 시험선(T라인)까지 표시되면 ‘양성’이다. 15분가량 기다린 후 음성이 나오자 음성확인서를 발급해줬다. 이날 검사는 30분가량 걸렸는데 양성이였으면, PCR검사를 받도록 돼있다.

양성 반응 나타난 신속항원검사 키트. 연합뉴스

양성 반응 나타난 신속항원검사 키트. 연합뉴스

양성 나와 PCR 검사 받는 이들도 

검사자들 중에서는 간혹 PCR 검사장으로 이동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신속항원검사를 받은 113명 중 3명(오후 1시 기준)이 양성 반응이 나와서다. 광주 서구보건소 관계자는 “첫 시행이라 현장에서 혼란도 있지만, 필요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대체로 “30분 정도면 결과를 알 수 있어 PCR검사에 비해 간편하다”면서도 “정확도가 떨어진다는데 ‘음성’을 믿고 사람을 만나도 되는 건지 걱정된다”는 반응이었다.

26일부터 신속항원검사를 시작한 경기도 평택시 하나의원. 최모란 기자

26일부터 신속항원검사를 시작한 경기도 평택시 하나의원. 최모란 기자

호흡기 전담클리닉 가보니

같은날 오전 경기 평택시 지산동에 위치한 하나의원. 호흡기 전담클리닉으로 지정된 병원의 허성옥 원장은 파란색 방호복을 입은 채 환자를 진료했다. 언제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요청이 들어올지 몰라서다. 환자를 상대하던 중 간호사가 작은 메모지를 내밀었다. “코로나 검사를 받고 싶다”는 의뢰가 들어왔다는 신호였다.

쓱 들어온 쪽지 

진료를 마친 허 원장은 건물 3층에 있는 호흡기 클리닉으로 올라갔다. 환자에게 의심 증상이 있는지 등을 물어본 뒤 긴 면봉을 콧속에 넣어 검체를 채취했다. 추출용액과 섞어 진단키트에 떨어트리자 몇분 뒤 결과가 나왔다. C라인 한 줄. 음성이다.

허 원장은 “오늘 오전에만 신속항원검사를 받겠다고 9명이 방문했다”며 “젊은 사람들이라 그런지 진료비가 5000원이라는 것까지 다 알고 왔더라”고 말했다. 병원에서 이뤄지는 신속항원검사는 보건소 PCR 검사와 달리 유료다.

하나의원은 일반 환자들과의 동선을 분리하기 위해 3층을 코로나 전담 병실로 꾸몄다.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이용해 1차 검사를 진행, 양성 반응이 나오면 PCR 검사까지 진행한다. 최종 확진 판정을 받으면 보건소에 연락해 확진 사실을 알리고 해당 환자의 진료를 맡는다.

허 원장은 “지난해부터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운영하면서 일반 환자와 호흡기 질환 환자의 동선을 완벽하게 분리한 상태라 추가 감염 등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오늘은 20~30명 정도가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검사를 원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어서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200여개 정도 추가 주문했다”고 말했다.

광주처럼 신속항원검사와 PCR 검사가 동시에 진행된 보건소는 혼잡한 모습이었다. 대기줄을 옮기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PCR 검사장은 한가했지만 신속항원검사장은 긴 줄이 생겼다. 보건소 직원들이 검체채취 등을 도왔지만, 자가진단키트가 익숙하지 않은 시민들은 우왕좌왕했다. 한쪽에서는 신속항원검사 아닌 바로 PCR 검사를 받겠다며 떼를 쓰는 시민도 있었다.

한 시민은 “감기 증상이 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를 받으러 왔는데 자가진단키트로 하는 줄 알았으면 약국에서 사서 그냥 집에서 검사할 걸 그랬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은 “자가검진키트 검사는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하던데 검사 결과를 믿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6일 오전 경기도 안성시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자가검사키트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26일 오전 경기도 안성시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자가검사키트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신속항원검사 가능 병원 문 닫기도 

동네 병원에서도 혼선이 빚어졌다. 신속항원검사가 가능한 동네병원으로 알려진 곳 중 일부가 문을 닫거나 검사를 거부했다. 신속항원검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 평택·안성시 병원 5곳 중 1곳은 이날 휴진이었고 2곳은 신속항원검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안성시 A병원 관계자는 “오전부터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 전화를 몇 차례 받았는데 우리 병원은 아직 검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B병원 관계자도 “보건 당국과 시범 운영을 협의 중인 것은 맞지만, 시행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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