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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토론 대신 4자토론…이재명·윤석열 이해득실 계산 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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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20대 대선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연합뉴스. 뉴스1

왼쪽부터 20대 대선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연합뉴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간의 양자 토론이 무산되면서 설 연휴 전후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포함한 4자 토론이 성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 서부지방법원 민사합의21부(수석부장판사 박병태)는 26일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당이 지상파 방송3사를 상대로 신청한 양자 토론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채권자(안철수)는 공직선거법상 법정 토론회 초청 대상 평균 지지율인 5%를 월등히 초과하고 있어 전국적으로 국민의 관심 대상이 되는 후보자임이 명백하다”며 “(안 후보를 제외한) 토론회는 그 정당성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그 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서울 남부지방법원도 이날 오후 심상정 후보의 양자 토론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로써 당초 이재명·윤석열 후보만 참석해 설 연휴 기간인 30일 또는 31일 지상파 TV로 중계하려던 양자 토론회엔 제동이 걸렸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측은 모두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양자 토론에 대해 “거대 정당의 횡포”라며 비판하던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즉각 환영했다.

안철수 후보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기득권 정치, 담합 정치, 구태 정치를 국민들이 심판한 것을 법원이 발표한 것 아니겠느냐”며 “한마디로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태규 국민의당 선거대책위 총괄선대본부장이 대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서도 “사회적 공기인 방송을 기득권 양당이 야합해 독점함으로써 선거에서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 했던 정치적 담합에 대한 국민적 평가와 심판이 법원을 통해 내려졌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선거는 물론 우리 사회 곳곳의 불공정 담합 요소들을 찾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애초에 기득권 양당이 선거 담합으로 방송을 홍보 매체로 사용하려던 정치적 술책이었다”며 “반헌법적이고, 불공정한 양당의 행위로 민주주의가 침해당할 위기에 처해졌지만 끝내 다자토론을 원하던 국민들의 염원이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국민의당 당원들과 안철수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양자 TV 토론 개최 시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국민의당 당원들과 안철수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양자 TV 토론 개최 시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안철수·심상정 후보 측이 “즉각 다자 토론을 하자”고 요구하고 있고 이재명·윤석열 후보 측도 “다자 토론에 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양자 토론은 4자 토론으로 바뀌어 열릴 전망이다. 지상파 3사 측은 설 연휴 중인 31일이나 설 연휴 직후인 다음달 3일에 120분을 토론하는 안을 대선 후보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측은 가급적이면 빠른 31일 토론회 개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양자 토론과 달리 4자 토론이 될 경우 토론 방식을 두고 여야가 새로 협상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TV 토론 협상을 맡은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양자 토론은 두 후보가 주도권 토론을 하는 간단한 방식이지만 다자 토론이 되면 형식이 달라지는 문제가 있다”며 “여야가 모여서 형식을 어떻게 할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상파 3사, 1월 31일 또는 2월 3일 토론회 실시안 전달 

각 후보 캠프 내부적으론 4자 토론으로 바뀐 데 대한 이해득실 계산도 분주한 모습이다.

지지율 침체 국면에서 변곡점을 만드려 했던 민주당 내에선 “아쉽다”는 목소리가 크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안 후보가 토론에 참여하는 게 우리로서는 크게 플러스 될 게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다른 후보들이 들어오면 이재명 후보에게 합동 공격을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안 후보와의 야권 후보 단일화 경쟁에 대비해야 하는 윤 후보 측에서도 “지지율 하락세에 있는 안 후보에게 기회가 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아쉬움을 표하는 분위기가 있다. 일각에선 “윤 후보 입장에선 여전히 토론이 리스크일 수 있는데 다자 토론이 되면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안·심 후보 측은 TV 토론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지지율을 끌어올릴 기회로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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