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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으로 반전 모색 李 “통합정부 구성, 총리추천제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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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나눠먹기식 회전문 인사로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겠다.”

대선 흐름의 중대 분수령이라는 설 연휴를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통합’카드를 빼들었다. 이 후보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정치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정부는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 내각, 통합 정부를 만들겠다”며 “정파·연령 상관없이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인재라면 넓게 등용해서 완전히 새로운 내각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통합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무총리 임명 과정에서 국민과 국회의 추천을 받는 ‘총리 추천제’를 꺼내 들었다. 이 후보는 “총리에 대해 국민과 국회의 추천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며 “다만 헌법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민과 국회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추천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총리 추천제’는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4년 중임제 개헌안을 발의했을 때 야당의 요구 사항이었지만, 당시 민주당이 개헌안 무산을 감수하면서까지 끝내 거부했던 제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 정부 구성을 포함한 정치개혁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 정부 구성을 포함한 정치개혁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세대교체도 이 후보의 정치개혁안에 포함됐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젊은 국민 내각을 구성하겠다”며 “30대, 40대 장관을 적극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3040 장관을 임명할 분야로는 과학기술, 미래환경, 에너지, AI·디지털 부문을 거론하며 “이런 영역이 젊은 과학 인재들이 맡기에 적정하다”고 말했다.

‘비호감 대선’ 사과…“일체 네거티브 하지 않겠다”

이날 이 후보의 기자회견은 민주당 ‘내로남불’에 대한 큰절 사과(24일)와 송영길 민주당 대표의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25일)에 이은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마련됐다. 이 후보는 이날 회견에서도 “비호감 대선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국민 여러분께 뵐 면목이 없다.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야 할 우리 정치가 도리어 국민들께 걱정을 끼치고 있다”며 다시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 도중 '비호감 대선'이란 지적을 언급하며, 허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 도중 '비호감 대선'이란 지적을 언급하며, 허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그러면서 이 후보는 “저 이재명은 앞으로 일체의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며 네거티브 캠페인 중단을 선언했다. 이 후보는 “네거티브를 확실하게 중단하고 오로지 민생, 미래, 국민들의 삶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다”며“야당도 동참해달라”고 밝혔다.

실제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이 후보는 경기 고양·광명·파주·양주에서 진행한 거리 유세에서도 윤석열 국민의힘후보에 대해 비방을 하지 않았다. 이날 민주당 선대위도 윤 후보와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에 대한 비판 논평을 중단했다.

대신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대폭 늘리겠다는 약속을 계속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경기 광명 철산로데오거리 연설에서 “음식점이 영업 안 돼서 힘들고 피해를 많이 봤다. 그러면 정부가 지원하고 보상해줘야 할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특히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 예산안에 대해 “14조원 가지고 되겠냐 안 되겠냐”고 물으며 “지금 어려우니, 당장 쓸 돈 없으면 일단 쓰고 나중에 채워 넣어야 한다. 그러라고 국가가 있는 것”이라고 외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6일 경기 광명시 철산로데오거리에서 연설을 마친 뒤 지지자들과 주먹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상선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6일 경기 광명시 철산로데오거리에서 연설을 마친 뒤 지지자들과 주먹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 파주 금촌역 광장 유세에선 현 정부와의 차이를 더욱 강조했다. 그는 “새로 만들어질 정부는 4기 민주정부이고, 새로운 정부이고, 이재명 정부”라며 “우리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새로운 변화를 바라게 된다. 그 변화가 더 나은 변화여야지 퇴행적 변화가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가 “더 나은 변화 발전, 미래를 향해 나아갈 유능한 검증된 경제·민생·평화 대통령 후보가 누구인가”라고 외치자, 지지자들은 이 후보의 이름을 연호했다.

친문 의원 31명은 “文 정부 한계…이재명 리더십 필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금촌역 광장에서 열린 거리연설에서 두 손을 번쩍 들고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 후보는 금촌역 광장 연설에서 “새로 만들어질 정부는 4기 민주정부이고, 새로운 정부이고, 이재명 정부”라고 외쳤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금촌역 광장에서 열린 거리연설에서 두 손을 번쩍 들고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 후보는 금촌역 광장 연설에서 “새로 만들어질 정부는 4기 민주정부이고, 새로운 정부이고, 이재명 정부”라고 외쳤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가 ‘총리 추천제’와 ‘추경 확대’ 등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 보폭을 넓히는 사이, 민주당 내 친문 의원들은 ‘이재명 후보 중심 단결’을 호소했다. 전혜숙 최고위원과 홍영표 의원 등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했던 의원 31명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전환기라는 비상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검증된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이재명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4기 민주정부 수립이라는 절대 목표 앞에서 당내 갈등과 앙금은 접어둬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문재인 3기 민주정부는 대한민국의 전환기적 과제 해결을 위해 진력해왔다. 그러나 일정 부분 한계가 있었단 것도 사실”이라며 현 정부의 과오도 일부 인정했다. 이들은 “부동산 문제로 호된 민심의 회초리를 맞았다. 사회 양극화, 불평등 완화에는 역부족이었다”며 “적폐청산에 집중하느라 국민통합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감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역시 ‘통합’을 내세운 이 후보의 승부수에 힘을 싣는 발언이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 부천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일하는 사람 권리보장 기본법 제정 ▲상시·지속업무의 정규직 고용 원칙 ▲산재사고 예방 및 재해 보상 강화 ▲주 4.5일제 도입 추진 등의 내용이 포함된 노동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특수고용·플랫폼노동·프리랜서와 같은 모든 일하는 사람을 포괄적으로 보호하는 기본법을 제정해 노동법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며 “선도적으로 주 4일 또는 주 4.5일제를 도입한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노동시간 단축을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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