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돌연 잠적, 이름·얼굴 바꿨다…비욘세·카다시안이 사랑한 남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0~90년대 패션업계를 평정한 티에리 뮈글러가 1999년 10월 3일 패션쇼에서 인사하고 있다. 2002년 은퇴 후 꾸준히 셀럽의 사랑을 받았던 그가 23일(현지시간) 숨졌다. AFP=연합뉴스

80~90년대 패션업계를 평정한 티에리 뮈글러가 1999년 10월 3일 패션쇼에서 인사하고 있다. 2002년 은퇴 후 꾸준히 셀럽의 사랑을 받았던 그가 23일(현지시간) 숨졌다. AFP=연합뉴스

세계 최정상급 패션 디자이너가 된 발레리노. 세계적 셀럽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한창때 돌연 자취를 감췄다가 보디빌더가 되어 나타난 남자. 70년대 톱스타부터 Z세대 아이돌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셀럽의 사랑을 받은 남자.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Z세대에게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의 주인공.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붙는 패션 디자이너 티에리 뮈글러(74)가 23일(현지시간) 숨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25일 전했다.

“유행만 따르는 디자이너는 최악”

뮈글러는 80년대 몸매를 부각하는 파워 드레싱으로 패션계를 평정했다. 그가 감독으로도 참여했던 조지 마이클의 뮤직비디오 ‘투 펑키’ 의상과 영화 ‘은밀한 유혹’에서 데미 무어가 입었던 드레스는 그의 90년대 대표 작품으로 꼽힌다. “유행과 기대에 부응하는 디자이너는 최악”이라던 그는 금속 외에 고무, 플라스틱 등 특이한 소재를 쓰거나 신체를 거의 드러낸 시스루룩 등 파격적인 작품을 끊임없이 선보였다.

1998년 3월 파리 패션쇼에서 티에리 뮈글러. AP=연합뉴스

1998년 3월 파리 패션쇼에서 티에리 뮈글러. AP=연합뉴스

그런 파격적인 실험 정신 때문에 그의 작품을 두고 “여성을 과하게 성적 대상화 한 만화 캐릭터로 만드는 여성 혐오”라는 혹평도 있지만, 알렉산더 맥퀸이나 제레미 스캇 등 세계 정상급 디자이너들은 뮈글러를 최고의 디자이너로 꼽는다. 원조 캣우먼 줄리 뉴마는 “뮈글러는 10점 만점에 11점”이라고 극찬했고, 모델 킴 카다시안은 뮈글러의 ‘덕후’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그의 옷을 즐겨 입었다.

뮈글러는 의사 집안에서 태어나 유복하게 자랐지만, 어린 시절은 외롭고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미술학교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하고 14살에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 발레단에 합류해 6년간 단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그러나 “공연이 끝나면 모두 무대 뒤에서 (축하해주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며 “늘 혼자였다”고 했다. 20살 때 현대무용단 오디션을 보러 파리로 이주했다가 우연히 한 패션 하우스의 보조 디자이너로 패션업계에 발을 들였다.

전직 발레리노…돌연 은퇴 후 보디빌더

2019년 2월 26일 캐나다에서 열린 회고전에 참석한 티에리 뮈글러. 2002년 돌연 은퇴 후 8년 만에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언론에 나타났다. AFP=연합뉴스

2019년 2월 26일 캐나다에서 열린 회고전에 참석한 티에리 뮈글러. 2002년 돌연 은퇴 후 8년 만에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언론에 나타났다. AFP=연합뉴스

원래 영화감독을 꿈꿨다는 그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패션은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걸 보여줄 좋은 소통의 수단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1973년 자신의 첫 기성복 브랜드 ‘카페 드 파리’를 선보인 후 이듬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 ‘티에리 뮈글러’를 런칭했다. 1990년 향수 사업을 시작해 1992년 선보인 향수 ‘엔젤’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예술가이자 사업가로서 최고의 성공을 이어갔다.

그러다 2002년 돌연 은퇴해 자취를 감췄다. 8년 만에 뉴욕타임스 T매거진과의 인터뷰에 나타난 그는 그동안 매일 3시간 넘게 운동하며 몸을 다진 113㎏의 육중한 모습이었다. 이름은 맨프레드로 바꿨고 교통사고 때문에 성형수술을 받은 얼굴도 이전과는 너무나 달랐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패션은 (디자인이 아닌) 브랜딩, 마케팅 사업이 됐고 모델 에이전시가 세계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에 염증을 느꼈다”고 갑자기 사라진 이유를 밝혔다. “어느 순간 패션만으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모두 표현하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다.

2019년 티어리 뮈글러의 회고전에 참여한 킴 카다시안. [인스타그램 캡처]

2019년 티어리 뮈글러의 회고전에 참여한 킴 카다시안. [인스타그램 캡처]

뮈글러가 은퇴한 뒤에도 셀럽들의 러브콜은 계속됐다. 2009년엔 비욘세의 월드투어 무대의상을 제작했고 레이디 가가의 ‘텔레폰’ 뮤직비디오 의상에도 참여했다. 2019년 캐나다에서 열린 회고전엔 킴 카다시안이 나섰다. 이를 기점으로 그는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지만, 새로운 콜라보레이션 발표를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고 떠났다.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킴 카다시안은 24일 인스타그램에 “가슴이 찢어진다. 당신의 뮤즈가 되어 영광”이라고 애도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