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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위안부 피해자와 소통했다"더니...이용수 할머니 “상의 전혀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이용수 할머니가 대표인 위안부문제ICJ회부추진위원회는 26일 정부로부터 양성평등기금을 활용한 위안부 지원 방안과 관련해 일체의 설명을 들은 적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용수 할머니가 대표인 위안부문제ICJ회부추진위원회는 26일 정부로부터 양성평등기금을 활용한 위안부 지원 방안과 관련해 일체의 설명을 들은 적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외교부가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조성한 양성평등기금 운용과 관련, 피해자들과 의견 교환을 해왔다고 주장한 데 대해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상의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 할머니가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는 26일 공식 입장 자료를 내고 “양성평등기금 사용 관련 외교부와 여가부, 그리고 피해자 지원단체 간 논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공방이 이어지고 있으나, 피해자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용수님은 외교부로부터도, 여가부로부터도, 피해자를 지원한다는 어떤 단체로부터도 기금 사용과 관련한 상의가 전혀 없었음을 밝힌다”고 확인했다.

추진위는 최근 중앙일보 보도(26일자 14면, [단독] 정의용 "위안부 할머니가 지원 거부" 할머니측 "금시초문")로 양성평등기금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자 이같은 입장자료를 발표했다.

양성평등기금은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무력화하기 위해 조성됐다. 일본이 위안부 합의에 따라 거출했던 10억엔을 더 이상 집행하지 않고 100% 정부 예산으로 충당, 일본 돈으로 피해자들을 지원한 사실 자체를 희석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해당 기금의 활용과 관련해 부처간 공식 협의나 피해자들의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자 외교부는 25일 밤 “정부는 양성평등기금 처리 방안과 관련 피해자 및 지원단체 등과 의견 교환을 지속해오고 있다.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주장이 제기돼 매우 유감"이라고 입장문을 냈는데, 이 할머니가 직접 이를 반박한 것이다.

추진위는 입장 자료에서 “최근 불거진 양성평등 기금 사용에 대한 논란을 바라보며, 이용수 할머니를 대표로 하는 ICJ 회부 추진위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도 밝혔다.

"피해자가 거부" 정의용 발언, 신빙성 잃어 

2017년 12월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의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정부는 사실상 한일 위안부 합의를 무효화했고, 정부 예비비로 양성평등기금 103억원을 조성했다. [연합뉴스]

2017년 12월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의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정부는 사실상 한일 위안부 합의를 무효화했고, 정부 예비비로 양성평등기금 103억원을 조성했다. [연합뉴스]

특히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내신 기자간담회에서 양성평등기금과 관련 "할머니들이 기금에서 지원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금을 통한 각종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나, 정작 위안부 피해자의 거부로 제대로 된 활용이 어렵다는 취지였다.

외교부도 25일 입장문에서 "피해자 분들이 궁극적으로 염원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와 반성으로, 정부는 이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여러 기금 활용 방안에 대해 검토해왔다"고 또 '피해자들의 뜻'을 이유로 댔다.

하지만 이 할머니가 직접 나서 "외교부와 상의가 전혀 없었다"고 밝히며, 정 장관의 발언은 신빙성을 잃게 됐다.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무력화하며 명분으로 내세웠던 '피해자 중심주의'를 스스로 위배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외교부 거짓 해명에 분노" 

지난해 11월 이용수 할머니와 면담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이상렬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국장. [외교부 제공]

지난해 11월 이용수 할머니와 면담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이상렬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국장. [외교부 제공]

추진위에 따르면 이 할머니는 지난해 외교부 1차관과 아시아태평양국장을 두 차례에 걸쳐 면담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양성평등기금을 활용한 지원 방안에 대한 일체의 설명이 없었다고 한다.

추진위 관계자는 “두 차례의 만남을 포함해 외교부 측에선 이용수 할머니께 기금 사용과 관련한 일체의 상의를 하거나 의견을 구한 적이 없다”“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이름을 빌려 거짓 해명을 내놓은 외교부 행태에 대해 분노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위안부 피해자 중 25명이 별세했다. 현재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13명으로, 이 할머니를 비롯한 일부 피해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한 상태다. “위안부 피해자와 의견 교환을 지속해 오고 있다”는 외교부 설명에 의문이 증폭되는 이유다.

한편 추진위는 입장문에서 "양성평등기금은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을 언제든 돌려주자는 취지로 문재인 정부에서 조성한 기금이었다"며 "하지만 2021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위안부 합의를 국가간의 공식 합의로 인정한다며 180도 입장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또 "2015년 합의는 고쳐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라며 "한국 정부는 더이상 비겁하게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위안부 피해의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회부를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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