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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먹는 집밥’ 5조 시장 잡아라…밀키트 1·2위 합병까지

중앙일보

입력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직장인 나형미(45·서울 방학동)씨는 겨울철이 되면서 온라인 쇼핑으로 부대찌개·사골탕·육개장 등 국이나 찌개류를 자주 주문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 시국이라고 매번 배달음식을 시켜먹을 수도 없고 더 건강한 식사를 하고 싶은데 요리할 시간은 없고 재료별로 장을 보자니 버리게 되는 음식이 너무 많다”며 “요즘은 간편식도 품질이나 위생 수준이 높아져 걱정없이 먹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서 먹는 밥이 밀키트 등 간편식으로 대체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소비자가 밀키트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서 먹는 밥이 밀키트 등 간편식으로 대체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소비자가 밀키트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6년 사이 2배 규모로 성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가정간편식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2016년 2조2700억원에서 2020년 4조원대로 커졌고, 올해는 5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도 성장을 위한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내 밀키트 1위 업체인 프레시지는 밀키트 2위 업체인 테이스티나인과 약 1000억원 규모의 인수합병(M&A) 계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건강·특수식 업체인 ‘닥터키친’, 올 들어 간편식 업체 ‘허닭’, 물류업체인 ‘라인물류시스템’에 이은 네 번째 M&A다.

프레시지는 협력사의 간편식 기획·생산·유통판매를 돕는 B2B(기업간거래) 비중이 크고, 테이스티나인은 25개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편의점·홈쇼핑 등에서 간편식을 판매하는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비중이 크다.
이날 정중교·박재연 프레시지 공동대표는 “서로 시너지가 나는 1·2위 기업 간 연합전선을 통해 간편식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겠다”고 밝혔다. 테이스티나인이 가진 밀키트 전문점 사업을 통해 오프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중간 유통과정 없이 소비자들에게 직접 간편식을 판매하는 판로를 넓히겠단 전략이다.

26일 인수합병을 밝힌 프레시지와 테이스티나인. 왼쪽부터 테이스티나인 홍주열 대표, 프레시지 정중교ㆍ박재연 대표. [사진 프레시지]

26일 인수합병을 밝힌 프레시지와 테이스티나인. 왼쪽부터 테이스티나인 홍주열 대표, 프레시지 정중교ㆍ박재연 대표. [사진 프레시지]

코로나 속 ‘음식’으로 합종연횡 활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기준에 따르면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은 그냥 먹거나 데우기만 하면 되는 ‘즉석조리식품’과 알맞은 분량으로 들어있는 식재료를 간단히 조리하기만 되는 ‘밀키트’ 등을 모두 포함한다. 그동안 맞벌이 가정,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꾸준히 증가하던 간편식 시장은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실제 지난해 8월 중앙일보가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와 함께 전국 20~60대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5.1%가 끼니의 절반 이상을 간편식 등으로 대신한다고 답했다. 또 10명 중 7명 이상이 업체가 만든 음식에 ‘거부감이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기존 식품업계는 물론 외식 브랜드와 호텔, 가전업계까지 간편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프랜차이즈 제과전문점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각각 그룹 내 외식 브랜드인 ‘라그릴리아’와 ‘빕스’ 등과 협업해 파스타·피자·짜장면·볶음밥·폭립 등 식사류 간편식을 내놓고 있다.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레스토랑 간편식’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간편식은 ‘외식’도 대체하고 있다. 전국 유명 식당들과 손잡고 내놓은 레스토랑 간편식(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이 새로운 성장 품목으로 떠오른 것이다. 롯데마트의 ‘송추가마골 LA꽃갈비’, 홈플러스의 ‘매드포갈릭’과 ‘오발탄’ 간편식들,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원할머니 보쌈족발’, GS25의 ‘부대찌개 정식 도시락’ ‘봉골레 칼국수’, CJ프레시웨이의 ‘봉추찜닭’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호텔 1979' 의 허브 양갈비 밀키트. [사진 롯데호텔]

'롯데호텔 1979' 의 허브 양갈비 밀키트. [사진 롯데호텔]

호텔 업계에선 롯데호텔이 지난해 12월 호텔 레스토랑 요리법을 담은 밀키트 ‘롯데호텔 1979'를 출시했다. 조선호텔의 경우 최근 한·중·일식 등 각 분야 셰프의 요리법을 담은 제품을 내놨고, 호텔신라는 오는 설을 앞두고 처음으로 ‘프리미엄 떡갈비 밀키트’를 명절 선물세트로 출시했다.

삼성전자도 식품업계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전자레인지·에어프라이어·그릴 등이 결합된 조리기기인 ‘비스포크 큐커’를 출시하면서 프레시지·오뚜기·테이스티나인·호텔신라·CJ제일제당 등과 함께 전용 밀키트 메뉴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조리기기 '비스포크 큐커'를 중심으로 협업하는 '팀 비스포크'에 합류한 국내 대표 식품업체와 삼성전자 관계자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조리기기 '비스포크 큐커'를 중심으로 협업하는 '팀 비스포크'에 합류한 국내 대표 식품업체와 삼성전자 관계자들. [사진 삼성전자]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 장기화, 요리·셰프 콘텐트 확산, 구매 채널 간편화 등에 따라 앞으로 가정간편식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리가 일종의 향수라면 매 끼니를 챙기는 것은 생활이고 현실”이라며 “간편식이라는 편의성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원재료를 사서 요리하는 데 시간과 힘을 투자하는 과거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간편식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사회적 욕구를 해소하는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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