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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모 무조건 요양원 모셔야 하나…'집에서 돌봄' 가능하려면 [더오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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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박재병의 시니어케어 돋보기(10)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Covid-19) 시국이 3년째 계속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부모님을 요양병원이나 요양원과 같은 시설에 모셔야 하는 가족 입장에서는 걱정과 불안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는다. 관련 시설이나 관리자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들이 보도되면 죄책감까지 느껴진다.

요즘 홈케어가 가능한 맞춤 전문가 파견 서비스가 있어 집에서도 시설만큼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집에서 가족이 함께 있을 수 있고, 어르신은 일상에서 서비스를 누린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 [사진 pxhere]

요즘 홈케어가 가능한 맞춤 전문가 파견 서비스가 있어 집에서도 시설만큼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집에서 가족이 함께 있을 수 있고, 어르신은 일상에서 서비스를 누린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 [사진 pxhere]

어르신을 돌볼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시설만 있는 것일까? 요양이 필요한 어르신의 주거 공간이 혹시 ‘집’이 될 수는 없을까? 오늘은 코로나 상황이나 이슈들에 민감한 보호자를 위해 가정집을 요양 공간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을 가이드하고자 한다.

첫째, 건강 및 거동 상태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하라
일반적으로 요양 시설에 어르신을 모시면 365일 24시간을 정해진 공간에서 토탈케어를 할 수 있다. 의료인이 상주하는 곳에선 필요하면 즉각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이 엄청난 메리트다.

반대로 집은 어떨까. 우선 집에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상주하게 되면 가족 구성원 중 일부는 희생을 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집 근처에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 가능한 의료시설이 없다면 난감한 상황이 펼쳐진다. 결국 보호자는 비용 대비 더 나은 시스템을 갖춘 시설을 찾게 된다.

하지만 무작정 시설로 가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어르신의 상황이나 상태에 따라 오히려 시설보다 집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에게는 심리적 안정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 고향을 그리워하거나 귀향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즉, 어르신은 평소 익숙한 환경에서 멀어지고 왕래하던 이웃과 떨어져 지내는 것만으로도 사회성 저하와 우울감을 느낀다. 평생을 유지하던 습관이나 활동을 중단하면 평범한 일상이 단절되면서 정서적 불안감은 커지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에 취약해지는 것이다. 이는 요양이 필요한 어르신에게는 부정적인 시그널이다.

또한 집과 달리 시설은 여러 사람과 보내는 공용공간이다 보니 규정과 규칙이 있다. 면회 시간부터 식사 시간, 식사 형태, 외출, 개인 활동, 내부 프로그램 등 생활에 제약이 따른다. 고가의 프리미엄 서비스의 경우 개인 맞춤 서비스가 가능하겠지만 평균적으로 비용이나 시설의 인원 제한 등으로 인해 모두가 누릴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담당 의사와 상의하에 거동이 불편하지 않고, 건강이 위험하지 않다면 시설보다는 안정적이고 익숙한 환경인 집에서 관리를 받는 것이 어르신에게도 더 낫다.

집에서 하는 요양일수록 삶에 요양 관리가 스며들어야 하므로 더욱 개인의 상태와 취향이 반영되어야 한다. [사진 pxhere]

집에서 하는 요양일수록 삶에 요양 관리가 스며들어야 하므로 더욱 개인의 상태와 취향이 반영되어야 한다. [사진 pxhere]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녀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시설의 전문적인 케어 없이 생활이 가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다행히 요즘에는 홈케어가 가능한 맞춤 전문가 파견 서비스가 있어 집에서도 시설만큼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집에서 가족이 함께 있을 수 있고, 어르신은 일상에서 서비스를 누린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전문가가 상주하고 있어 가족 구성원이 예전처럼 일방적인 희생을 하지 않아도 되며, 이로 인해 건강한 가족 관계 유지도 가능하다.

체계화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선호 요소다. 서비스를 신청하면 관련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운동 및 재활 전문가가 방문하고, 또 다년간의 경험을 가진 요양보호사나 간병인이 외출이나 산책을 돕는 등 맞춤 케어를 제공한다. 그뿐만 아니라 약속된 케어 시간에는 전문가가 돌발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장소가 집이다 보니 사회적 이슈로 거론되고 있는 요양 시설의 사건 사고에서도 조금은 멀어질 수 있어 안심이다.


둘째, 사소한 것도 전문가와 상담 후에 결정하라
어르신의 건강은 ‘근육 저금’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적절한 운동이 필수다. 운동은 수면의 질을 높이고, 노화 방지와 기력 회복에도 도움이 되기에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시설에서는 정기적인 활동 시간을 프로그램화하고 있지만 집에서는 개인의 의지로 움직이기 때문에 운동량이 부족할 수 있다. 따라서 어르신의 근력이 감소되지 않도록 기본적인 활동량을 관리해 주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시설처럼 영양사의 전문적인 식단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어르신의 몸에 맞는 음식과 재료로 식단을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영양부족이나 잘못된 식단으로 인한 트러블을 막고 어르신이 음식을 거부하는 상황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집안의 위생도 신경 쓰는 것이 좋다. 설거지, 화장실 청소, 바닥 청소, 먼지 제거 등은 오랜 시간 집에 머물러야 하는 어르신의 면역력 관리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대체로 어르신만 계신 집에서는 이를 게을리하거나 놓치기에 십상이기 때문에 정기적인 관리가 절실하다.

하지만 전문 영역이 대부분이기에 가족이나 개인이 모든 것들을 관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결정하기를 권한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은 일상적인 것이기에 가벼이 여겨질 수 있는데, 집에서 하는 요양일수록 삶에 요양 관리가 스며들어야 하므로 더욱 개인의 상태와 취향이 반영되어야 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청소와 산책은 매일 하고 주 단위의 식단을 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사람에 따라 매일 청소를 하는 행위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고, 산책의 범위와 강도도 사람마다 다르다. 식단 역시 컨디션에 맞춰 조율돼야 한다.

이처럼 집에서도 시설 수준의 개인 일과를 짜 맞추기 위해서는 어르신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최적화된 결론을 낼 수 있는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하다. 전문가가 어르신에게 솔루션을 제공해 개인 맞춤의 요양 라이프 사이클을 만들어 준다면 집에서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돌봄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어르신은 익숙한 환경에서 멀어지는 것만으로도 사회성 저하와 우울감을 느낀다. 평범한 일상이 단절되면서 정서적 불안감은 커지고 결국 스트레스에 취약해진다. [사진 pxhere]

어르신은 익숙한 환경에서 멀어지는 것만으로도 사회성 저하와 우울감을 느낀다. 평범한 일상이 단절되면서 정서적 불안감은 커지고 결국 스트레스에 취약해진다. [사진 pxhere]

우리 사회의 고령화 속도는 점차 빨라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2025년부터는 우리나라도 1000만 인구가 고령이 되는 ‘초고령 사회’를 맞이한다고 예상한다. 생각보다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넉넉하지 않다. 최근 들어 요양을 위한 관련 시설이 늘어나고 있지만 급속도로 늘어나는 고령인구의 수요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과적으로 시설을 대신할 홈케어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변화인 셈이다.

반면에 가족 요양제도를 통해 홈케어 혜택을 보고 있는 인구는 고작 약 4만 명에 불과하다. 이는 현실에 비해 한참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도 제도적으로 고령인구의 홈케어가 가능할 수 있도록 돌봄 정책을 면밀히 살피고 필요한 부분은 확대해 나가는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기준처럼 노인 장기 요양 재가급여(방문 돌봄) 구간을 3~5등급에 한정하고 등급에 따라 별도의 차이 없이 월 100만 원 내외라는 한정된 예산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20만 원부터 300만 원까지 지원이 다양한 재가급여 구간을 구성하거나, 획일화한 보조금 운영이 아닌 세분화하고 자유로운 재가급여 보조 운영 등으로 개편하는 등의 구체적인 변화가 고려되어야 한다.

더불어 돌봄 서비스(등급에 따라 월 100만 원 내외)와 복지 용구(1년간 150만 원 내외)의 지원 형태로 돌봄 산업에 대한 시선을 넓힌다면 홈케어를 위한 집수리 보조금이나 재활 운동 보조금 등의 지원까지 확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돌봄이 필요한 순간에 관련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를 목전에 둔 지금이라도 돌봄 산업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을 점검하고 준비해야 한다. 시설의 부족함이 느껴졌을 때 준비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홈케어의 영역까지 철저하게 대비해 어르신은 집에서 케어를 받고, 가족들은 전문 서비스를 이용하는 성숙한 돌봄 환경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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