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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의붓아들 때려 직장파열로 사망…양모 “만취해 몰랐다”

중앙일보

입력

세 살 의붓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계모의 변호인이 아동학대 살해 혐의에 대해 “당시 술에 만취해 사망한 줄 몰랐다”고 부인했다.

아동학대살해 혐의와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계모 이모(34)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김창형)가 주재한 26일 1차 재판에서 이처럼 말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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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모의 변호인은 이씨의 범행에 대해 “당시 술에 만취했는데 사망에 이르게 했는지 알 수가 없고, 살해의 고의도 전혀 없어서 살해 혐의는 부인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자, 재판부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괜찮은데 소리를 내달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20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 자택에서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세 살 난 의붓아들의 배를 여러 차례 강하게 때려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국과수 부검 결과 이 아이는 그 충격으로 직장(대장)이 파열돼 사망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기관은 이 때문에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아동학대치사죄보다 형량이 높은 아동학대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아동학대살해죄는 지난 3월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바뀐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의 조항이다. 이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 징역형에 처한다. 아동학대치사죄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이어서 형량이 무거워진 것이다.

이씨는 범행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추정치 0.265%의 만취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혈중에 알코올이 0.265% 이상인 상태로 사람을 상대로 한 교통사고를 내면 치료 기간이나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구속될 정도로 높은 수치다.

또 이씨 측은 “산후 우울증과 육아 스트레스로 인해 이러한 일이 발생했는데 깊이 반성하고 있고 아이에 대해 정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강동구 천호동 자택에서 3세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의붓어머니 이 모씨. 연합뉴스

강동구 천호동 자택에서 3세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의붓어머니 이 모씨. 연합뉴스

남편 측 “아침부터 저녁까지 배달하느라 몰랐다”

이씨의 남편인 오모(39)씨는 이씨가 정신적 불안상태인 걸 알면서도 이씨를 피해 아동과 분리하지 않은 혐의(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이날 재판을 받았다. 오씨 측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는 배달업 노동자로서 살피는 데 한계가 있었고 학대의 정도가 중한지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들은 “피해 아동 부모로서 아이가 사망한 데 대해 깊은 슬픔과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죽은 아이의 친모와 외조부모 측 변호사는 이날 재판에서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실체적 진실을 재판부에서 명명백백하게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엄벌 탄원을 개진하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들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3월 16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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