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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의 바다…미국 vs 러시아, 해상에서도 힘겨루기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일촉즉발 상태로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 바다에서도 아슬아슬한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자, 러시아가 해상에서 이를 견제하려고 나서고 있다.

러시아 우달로이급 구축함의 근접방어무기체계(CIWS)인 AK-630가 실사격을 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러시아 우달로이급 구축함의 근접방어무기체계(CIWS)인 AK-630가 실사격을 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러시아 해군은 다음 달 3일부터 8일까지 아일랜드 최남단 미젠 헤드에서 160해리(약 300㎞) 떨어진 바다에서 포격과 미사일 사격 훈련을 벌일 계획이다. 러시아가 밝힌 사격구역은 아일랜드의 배타젹 경제수역(EEZ)이 포함됐다. EEZ는 국제법상 영해는 아니다.

그러나 아일랜드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아일랜드 외무장관은 러시아 대사에게 “환영받지 못할 결정”이라는 뜻을 전했다.

아일랜드 근해는 러시아 해군을 좀처럼 볼 수 없는 곳이다. 러시아가 아일랜드 근해를 훈련장소로 선택한 배경엔 정치적 동기가 있다는 분석이다. 바로 나토의 핵심 국가인 영국에게 우크라이나 사태에 나서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다. 아일랜드는 영국 바로 옆에 있다.

또 이곳은 유럽과 북미간 항로가 지나간다. 유럽~북미 해저 통신 케이블도 이 바다에 있다.

아일랜드 근해에서만 긴장이 높아지는 게 아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이달과 다음 달 태평양에서 대서양까지 해양에서 전투함 140척, 항공기 60대, 병력 1만명을 동원한 연례 훈련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아일랜드 근해 실사격도 이 같은 계획의 하나다.

러시아 해군의 전투함이 지중해 입구인 지브롤터를 향해 항해하고 있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나타났다. 트위터 Aldin 계정

러시아 해군의 전투함이 지중해 입구인 지브롤터를 향해 항해하고 있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나타났다. 트위터 Aldin 계정

러시아는 발트해에 20척을 보내 무력시위를 벌이는 한편, 함대를 지중해에 집결하고 있다. 지중해에선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해리 트루먼함이 이끄는 항모타격단이 나토 해군과 ‘넵튠 스트라이크 22’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프랑스의 항모인 샤를 드골함도 합류할 예정이다.

자칫 미국ㆍ나토와 러시아 간 우발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게 됐다. 러시아는 또 아라비아해에서 중국, 이란과 ‘치루 22’라는 연합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가 미국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형국이다.

이 같은 러시아의 의도에 대해 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러시아가 기싸움을 벌여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며 “미국과 무력 충돌은 러시아도 부담스럽다. 담판을 짓는 걸 선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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