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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종자를 몰고 다녔던 작곡가" 세자르 프랑크의 200주년

중앙일보

입력

세자르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각 악기와 나눠서 연주한 피아니스트 손열음(왼쪽 두번째). [사진 파이플랜즈]

세자르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각 악기와 나눠서 연주한 피아니스트 손열음(왼쪽 두번째). [사진 파이플랜즈]

 “2022년에 이 작곡가의 작품이 세계 곳곳에서 연주되겠죠.”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지난달 3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던 중 청중에 건넨 말이다. 이날 연주 예정 곡목에는 세자르 프랑크(1822~1890)의 바이올린 소나타가 포함돼 있었다. 벨기에 태생으로 프랑스에 귀화했던, 올해 탄생 200주년인 작곡가다.

19세기 프랑스 음악의 큰 산맥인 작곡가 #바이올린 소나타, 오르간 작품들로 유명

무대 위에는 피아노를 둘러싸고 의자가 넉 대 놓였다. “바이올린 소나타에 왜 의자가 이렇게 많은지 궁금하실 텐데, 네 종류의 악기로 한 악장씩 나눠 연주하기로 했습니다.” 이날 출연한 플루티스트 조성현, 첼리스트 한재민, 오보이스트 함경,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프가 각각 1~4 악장을 손열음과 함께 연주했다.

2020년의 작곡가는 루트비히 판 베토벤(탄생 250년)이었고, 올해는 프랑크다. 프랑크는 프랑스 음악사의 큰 산맥과도 같다. 파리 음악원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쇼송ㆍ댕디와 같은 당대의 인기 작곡가들을 길러냈다. 프랑크를 선생으로 모신 젊고 트렌디한 작곡가들은 ‘프랑키스트(Frankist)’, 즉 ‘프랑크 패거리’로 불렸을 정도다. 프랑크는 이론적으로 완벽한 화음, 깊이를 갖춘 멜로디, 20세기를 예견하게 하는 현대성을 갖춰 큰 영향력을 가졌다. 미국의 음악평론가 해럴드 숀버그는 “프랑크의 제자들은 프랑크 머리 뒤편에 후광을 그려 넣고 예배하는 것만 빼고는 뭐든지 했다”고 썼다.

세자르 프랑크.

세자르 프랑크.

물론 프랑스 바깥에서 인지도는 베토벤에 못 미친다. 당대의 명성에 비하면 그의 이름은 멀리 뻗어 나가지 못했다. 200주년 기념 공연도 베토벤 때만큼 떠들썩하진 않다. 다만 가장 큰 히트작인 바이올린 소나타는 손열음의 공연에서 보듯 여러 악기로 편곡됐을 정도로 인기다. 프랑크가 1886년 발표한 이 작품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의 필수이자 단골 연주곡이다.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서울대 교수)은 “노래로 치면 수십 년 동안 차트에서 내려오지 않은 인기곡이다. 연주해보지 않은 바이올리니스트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비유했다. 가까운 사이의 바이올리니스트 외젠 이자이(1858~1931)의 결혼식 연주를 위해 만든 로맨틱한 작품이다. 백주영은 "1~4악장에 서로 다르게 아름다운 드라마가 균형감 있게 배치돼 있다"고 했다.

바이올린 소나타를 제외하면, 프랑크를 기리는 일은 대부분 오르간 연주자들의 몫이다. 오르가니스트 김희성(이화여대 교수)은 “오르간 연주자에게는 바흐 다음에 프랑크다. 그가 발전시킨 오르간 음악을 이해하지 않고는 이 악기를 제대로 연주할 수 없다”고 했다. 프랑크는 36세부터 30년 동안 파리의 생 클로틸드 성당에서 30년 동안 오르가니스트로 연주했다.

오르가니스트 신동일. [사진 신동일]

오르가니스트 신동일. [사진 신동일]

오르가니스트 신동일(연세대 교수)은 11월 프랑크의 작품으로만 독주회를 연다. 신동일은 “당시 획기적으로 발전한 오르간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음악도 진보시킨 작곡가”라고 설명했다. “이전 시대에는 불가능하던 셈여림, 교향곡에 필적하는 규모의 사운드가 프랑크 작품에서부터 가능해졌다.” 그는 11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25분짜리 걸작인 ‘교향적 대곡’을 비롯해 90여분 동안 프랑크의 작품을 연주한다. 그는 “해외에서도 프랑크 200주년 기념 공연을 준비하는 오르간 연주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대형 프로젝트가 아니어도, 프랑크 200주년은 이어진다.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은 3월 7일 앙상블 오푸스와 함께 프랑크의 피아노 5중주, 그리고 19세기 프랑스 음악의 끝자락에 있는 드뷔시의 피아노 3중주를 연주한다. 5월 22일엔 심포니 송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함신익이 롯데콘서트홀에서 프랑크의 라 단조 교향곡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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