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승리 방정식인데…국민의힘 '단일화' 선긋는 이유 셋

중앙일보

입력 2022.01.26 10:00

업데이트 2022.01.26 10:03

윤석열(왼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윤석열(왼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3·9 대선 여론조사의 일관된 흐름은 야권 후보 단일화를 해야 정권 교체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점이다.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다자 대결 구도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는 결과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통계적 근거에 기반해 야권에선 “단일화는 확실한 승리 방정식”이라는 의견이 많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저희는 완벽하고, 완전한, 마음 졸이지 않는 정권 교체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민주당 내부 보고서에서도 “단일화 시 (민주당이 서울에서) 필패 구도”라는 진단이 나왔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서울에서 패하고 당선된 경우는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여론조사에선 진보층이 적게 표집되고 있지만 실제 투표장에선 각 진영이 결집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자 구도로 대선이 치러질 경우 어느 쪽도 확실한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최근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주변에선 윤 후보의 지지율 상승과 보조를 맞춰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는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찍부터 단일화 주창자들을 ‘단일화무새’(단일화 앵무새)라고 직격해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표적이다. 그는 “단일화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이 단일화에 선을 긋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① 지지층 이동의 비대칭성

먼저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통해 상대방의 지지층을 흡수하는 비율이 비대칭적이라는 이유를 꼽을 수 있다. KBS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지난 17~1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단일화를 통해 ‘이재명-윤석열-심상정’의 3자 대결 구도가 성립되면 기존 안철수 후보 지지층 중 윤 후보를 찍겠다는 비율은 40.9%에 그친다. 26.5%는 이재명 후보를, 6.6%는 심상정 후보를 각각 지지하는 걸로 조사됐다. 반면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가 될 경우 윤석열 후보 지지층에서 안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사람은 76.6%에 달했다. 이재명 후보(1.8%)와 심상정 후보(0.5%)로 이탈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결국 단일화를 하면 윤 후보에 비해 안 후보가 ‘남는 장사’가 될 가능성이 훨씬 큰 셈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석열로 단일화 때 안철수 지지층 이동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윤석열로 단일화 때 안철수 지지층 이동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안철수로 단일화 때 윤석열 지지층 이동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안철수로 단일화 때 윤석열 지지층 이동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러한 지지층의 특성 때문에 안철수 후보가 완주하는 게 전략적으로 윤 후보에게 도움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현재 안철수 후보 지지자 중 정권 교체를 원하는 사람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윤 후보에게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있는 반면, 이 후보에게 다시 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그런 관점에서 윤 후보 캠프 입장에선 안 후보가 끝까지 뛰어주는 게 나쁘지 않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봤다.

② 단일화 경쟁의 부작용

막상 단일화 경쟁 국면으로 진입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부작용이 만만찮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게 되면 여론조사를 어떤 방식으로 할지, 토론은 몇 번을 할지 등을 놓고 싸우게 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피로도가 쌓여서 단일화 효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공식 단일화 제안을 한 지 24일 만에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전격적으로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단일화가 성사됐지만 결과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의 승리였다. 단일화 협상 줄다리기가 지난하게 전개된 여파로 지지층이 갈라지는 부작용이 생겼다.

국민의힘에서도 단일화 경쟁 과정에서의 잡음을 우려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해 4월) 서울시장 선거 때 단일화 협상 막판이 되니 안철수 당시 후보가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오세훈 후보에 대해 내곡동 생태탕 의혹을 들고 나와 공격했다”며 “그런 모습이 이번 대선에서 벌어지게 되면 (윤석열·안철수 후보 지지율의) 산술합보다 못한 일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③ 전략적 고사 작전

무엇보다 실제 단일화를 하든 하지 않든 현재로선 의도적 무시를 통해 안 후보를 고사시키는 게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진단도 있다. 실제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도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철저하게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고사 작전을 폈고, 결과적으로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승리하며 적중했다. 정치 기술적 측면에서 ‘리틀 김종인’으로 불리는 이준석 대표도 이번 대선에서 안 후보를 최대한 밀어붙이는 ‘전략적 무시’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일각에선 ‘완전한 단일화’를 위해 때를 기다린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지금은 윤 후보 지지율이 오르고 안 후보 지지율이 하락하는 지지율 조정기”라며 “지지율이 고착화된 뒤에야 양쪽 모두 단일화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선거 때만 합치는 단일화가 아니라 공동정부 구상까지 합의하는 완전한 단일화를 해야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4·7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시 김종인(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악수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지난해 4·7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시 김종인(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악수하고 있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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