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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부인 김미경 “배우자 검증 필요…영부인 되면 공과사 구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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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신제가치국평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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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의 회의실 뒤 걸개(백드롭)에는 이런 문구가 걸려있다. 안철수 대선후보의 이름에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몸을 닦고 집을 안정시킨 후 나라를 다스리며 천하를 평정함)란 말을 더한 조어다. 각각 가족과 관련해 이러저러한 구설에 휘말려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차별화 포인트로 '모범 가족'을 내세운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배우자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배우자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안 후보의 아내 김미경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10년 넘게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고, 미국 유학 중인 딸 설희씨는코로나19 관련 논문이 유수의 저널에 실리는 등 촉망받는 과학자의 길을 걷는 중이다.

최근 정치인 아내로서의 역할을 늘리고 있는 김 교수를 25일 국민의당 당사에서 만났다. 2017년 대선 당시 서울대 교수 임용 특혜 등의 공세에 시달렸던 김 교수는 “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법적 문제뿐만 아니라 도덕적 수준까지 검증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 후보의 배우자인 김혜경·김건희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어떤 영부인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는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것만큼은 확실히 하겠다”고 답했다.

어떻게 지내나.
“방학 중이라 아주 바쁘지는 않다. 틈틈이 내 전공분야인 병리학 관련 책을 쓰고, 가끔 안 후보의 거리 유세를 돕는다. 내일부터는 내 고향인 호남 지역을 방문한다. 태어난 곳이 전남 순천, 자란 곳이 여수인만큼 직접 챙기고 싶었다. 나는 내가 돕고 싶은 현장만 간다. 광주 붕괴 사고 현장도 찾아볼 생각이다. 사고 소식을 듣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
딸 안설희 박사도 귀국했다.
“추석 이후 처음 들어온 거다. 유세를 함께하긴 어려울 것 같다. 여기 머무는 대부분의 시간이 자가격리 기간이다.”
연애 결혼한 거로 안다. 안 후보를 처음 봤을 때 어땠나.
“이젠 기억이 희미하다.(웃음) 굉장히 하얗고 동안이었다. 그때도 아재개그 같은 실없는 농담을 잘 했는데, ‘OCD(obsessive compulsive disorder·강박장애)’가 많은 의대생들 중에 순박하고 낙천적이더라. 그래서 처음엔 공부도 못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굉장히 잘하더라. 선배 언니들이 화장실에서 ‘철수는 한번 보면 다 기억하더라’고 말하는 걸 듣기도 했다. 포토그래픽 메모리(사진 찍듯 기억하는 능력)가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들으면 무슨 괴물같이 느낄 수 있는데 요즘엔 많이 ‘정상화’ 됐다.” 
안 후보가 소매치기와 맞선 적이 있다고 들었다.  
“프라하 가족여행 중 지하철을 탔는데 남편이 안 따라왔다. 뒤돌아보니 키 큰 외국인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남편이 소매치기에게 지갑을 돌려달라고 얘기하자 그 무리가 남편을 둘러싸고 위협한 거다. 나는 그냥 지갑 주고 말자고 남편을 말리고, 딸은 울고, 도와주는 사람은 없고…. 그런데 남편이 경찰을 부르겠다고 하니 태도가 좀 변한 것 같았다. 다음 정거장에서 지갑 던지고 내려버리더라. 안 후보가 아주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경험담이다.”
안 후보가 직업을 많이 바꿨다. 반대는 안 했나  
“처음 의학을 접는다고 했을 때 제일 반대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아무리 배우자여도 본인이 살고자 하는 인생을 말릴 수가 없겠다 싶었다. 그냥 믿기로 했다. 물론 정치하겠다고 할 때도 반대했다. 꼭 정치를 하지 않아도 스티브 잡스처럼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설득했지만, 남편이 ‘설희가 살아갈 대한민국에서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해야한다’고 말해 되레 설득당했다.”

이번 대선에서 유독 가족 리스크가 자주 언급되지만, 과거에도 가족을 향한 검증 공세는 있게 마련이었다. 대선 출마만 세 번째인 안 후보의 배우자인 김 교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검증의 당사자였던 김 교수지만 “배우자 역시 도덕성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본인도 대선 후보 배우자로서 공격을 많이 받았다.
“2017년 대선 당시에도 나는 ‘후보의 가족들도 국민에게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인터뷰했다. 법적 문제가 아니라 도덕 수준까지. 유권자가 (공격하는 쪽과 반박하는 쪽의) 자료를 모두 검토해보고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당시 서울대 채용 과정에 대한 의혹이 거셌는데. (※2017년 당시 민주당은 김 교수의 서울대 채용이 안 후보를 서울대 교수로 영입하기 위한 특혜였다고 주장했다.)  
“선거 이후에도 나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 문제가 있었으면 내가 교수 일을 계속 할 수 있었을까.”
정치권에는 안 후보가 아내로부터 받는 영향이 너무 크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 얘기 처음 듣는데, 그건 정말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는 거다. 나는 그러길 원하지도 않고 그럴 능력도 없다. 남편 관련 뉴스도 최소한만 보고 있다. 내 전문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듯 다른 사람의 영역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배우자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배우자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다른 후보들의 부인은 어떻게 보나.
“언급하는 게 옳지 않다.”  
안 후보가 당선되면 본인은 어떤 스타일의 영부인이 되길 원하나.

“대통령 부인이 된다면 그 순간부터 내 삶은 내 것이 아니어야 한다. 다른 건 몰라도 공과 사를 구별하는 것만은 잘하려고 한다. 최소한 대통령이 직무수행 하는 데 지장을 줘선 안 된다. 그러려면 스스로도 감시하고 옆에 사람들이 해주는 말을 잘 들어야 할 거다.”

최근 안 후보 지지율이 오른 이유는 뭐라고 보나.
“도덕성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공약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만든 공약이라 공허하지 않다. 안 후보는 약속하면 정말 지키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안 후보가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을 거 같다.”
안 후보의 가장 큰 장점은 뭔가.
“언행이 일치한다. 다른 후보들은 심지어 군대도 안 갔다 오지 않았나.”
단점은.
“감정표현을 좀 안 하는 편이다. 못한다고 해야할지…. 나조차도 지금 어떤 마음인지 짐작을 잘 못 할 때도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지금까지 안 후보가 살아온 궤적을 보시면 좋을 거 같다. 10년 동안 이렇게 정치를 할 수 있는 건 사랑과 진심 아니면 불가능하다. 안 후보의 진심을 믿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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