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도 쏟은 진짜 '시장'주의자 이재명…근데 이 장면은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22.01.26 05:00

업데이트 2022.01.26 09:1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시장에서 열린 '매타버스' 성남, 민심속으로! 행사에서 즉석연설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시장에서 열린 '매타버스' 성남, 민심속으로! 행사에서 즉석연설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전통시장 사랑은 남다르다. 이 후보는 지금까지 총 28일의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 중 26번 전통시장을 찾았다. 지난해 12월 5일 전북 매타버스 일정 마지막 날에는 하루에만 전통시장 3곳을 방문했다. 이러다 보니 선대위 내에선 “이 후보야말로 진짜 ‘시장’주의자”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자주 가기만 하는 게 아니다. 이 후보는 전통시장만 가면 말이 많아졌다. 즉석연설에서 쏟아낸 발언이 시장 한 곳당 평균 1만자를 넘는다. “윤석열 후보는 무능·무식·무당의 3무 후보”(지난해 11월 27일, 전남 장흥 토요시장), “나는 출신이 비천해서 주변을 뒤지면 더러운 게 많이 나온다”(지난해 12월 4일, 전북 군산 공설시장), “100조원 지원하자고 해놓고 안 지키는 김종인 위원장, 윤석열 후보는 거짓말로 국민의 주권을 사기 쳐서 편취하는 상습적 사기 집단”(지난해 12월 11일, 안동 중앙신시장) 등 발언 수위도 높았다. 24일 유년 시절부터 살았던 경기 성남 상대원시장을 방문했을 땐 가족사를 이야기하다가 흐느끼며 눈물까지 보였다.

이 후보가 전통시장을 특별한 공간으로 여기는 건 2020년 3월 별세한 어머니 구호명씨를 떠올리기 때문이란 게 후보 측근들의 공통된 해석이다. 구씨는 이 후보가 소년공이던 시절, 성남 상대원시장의 공중화장실을 지키며 요금을 받고 휴지를 파는 일을 했다. 이 후보의 일생을 다룬 책 『인간 이재명』에선 “어머니를 이렇게 살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목표가 이때 생겼다”는 서술이 등장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 버스) 사흘째를 맞은 25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가평철길공원을 방문해 좌판을 편 상인에게 다가가 나물을 사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 버스) 사흘째를 맞은 25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가평철길공원을 방문해 좌판을 편 상인에게 다가가 나물을 사고 있다. 뉴스1

성남시장 때부터 이 후보를 보좌해온 한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는 시장에 가면 어머니와 비슷한 연배의 상인에 감정이입을 자주 했다. 모친이 돌아가시고 나서 감정이 더 깊어진 거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최측근 김영진 의원도 “이 후보에게 전통시장은 가족과의 애환, 인생의 모순과 희망이 응축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선대위 일정팀의 한 당직자는 “후보가 좌판에 앉은 할머니만 만나면 주저앉아 대화를 이어가서 일정 조정에 애를 먹은 적이 많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전통시장 방문엔 또 다른 특이점이 있다. ‘먹방’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전통시장 방문 때마다 어묵·전·호떡·순대 등을 먹는다. 대선 출마 전 “시장에서 오뎅(어묵) 먹는 것 같은 쇼 정치는 안 하겠다”(지난해 6월 18일 언론 인터뷰)고 했던 윤 후보조차 태도를 바꿀 만큼, ‘시장 먹방’은 정치인의 시장 방문 일정 필수 코스로 꼽힌다.

대신 이 후보는 물건을 구매하며 대화를 나누거나 임시 연단에 올라가 즉석연설을 한다. 지난해 11월 12일 울산 중앙전통시장에서 뻥튀기를 사면서 “아내가 참 좋아한다”며 사흘 전 낙상 사고를 당한 김혜경씨 이야기를 꺼낸 게 대표적이다. 현금이나 카드 대신 온누리상품권으로 물건을 사면서 ‘이재명표’ 지역화폐 정책을 알리기도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경기도 하남시 신장시장을 방문해 즉석연설을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경기도 하남시 신장시장을 방문해 즉석연설을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이 후보가 시장 먹방을 잘 안 하는 이유에 대해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선대위 한 핵심 관계자는 “윤 후보의 먹방은 엘리트 이미지를 벗고 서민과의 동질감을 연출하는 전형적인 선거 마케팅일 뿐”이라며 “한국 사람들이 복스럽게 먹는 모습을 좋아하지만, 이 후보는 이게 잘 안 돼서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 후보의 측근은 “이 후보는 전통시장 방문 일정을 바닥 민심을 듣고 연설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는 장소로 생각한다”며 “시장에서 발언의 양이 늘고 톤이 달라지는 것은 시간·장소·경우(TPO)에 맞춰 발언을 조절할 수 있는 이 후보만의 강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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