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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우경·마초화됐다고요? '이대남 현상' 5분 총정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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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상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대남의 비판을 받다가 폐지론에 휩싸인 여성가족부. [뉴스1]

이대남의 비판을 받다가 폐지론에 휩싸인 여성가족부. [뉴스1]

1900자의 이 글을 통해 ‘이대남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 틀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관련 도서, SNS 글, 이대남과의 대화를 토대로 나름 정리한 것입니다. 당연히 모든 20대 남성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 이대남 현상은 경향성을 의미할 뿐입니다.

할당제, 잠재적 성범죄자화, 병역 #이 셋이 '이대남 현상' 이해 관문 #지금이 그들의 이야기 들을 기회

이대남은 성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응당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고 여깁니다. 세 가지가 문제의 핵심입니다. 성별 할당제,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보는 시각, 불평등 병역이 그것입니다. 엉뚱한 소리를 하다가 청년들에게 욕먹은 경험이 있는 정치인은 그냥 이 셋을 외우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성별 할당제부터 살펴봅니다. 정부에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라는 게 있습니다. 국가 공무원 채용에서 남녀 중 한쪽의 합격자가 30%는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행정고시(5급) 재경직 여성 합격자 22명 중 11명이 이 제도의 혜택을 입었습니다. 통상 9급 시험에서는 남성이, 7·5급 시험에서는 여성이 득을 봅니다. 이대남은 묻습니다. “여성들이 고위직 진출에는 손해를 보고 하위직 합격엔 이득을 보는 구조라면 이대로 유지가 됐겠느냐”고 말입니다.

할당제는 ‘여자대학(여대)’ 문제로 이어집니다. 로스쿨·의대·약대·한의대 입학에서 남성이 불리합니다. 약대를 예로 들면 서울 소재 대학의 총정원 573명 중 320명이 여대에 있습니다. 나머지 253개 자리에는 남녀가 모두 지원합니다.

이대남은 정부와 여당의 청년 우대 채용에도 반대합니다. 선택적 특혜가 주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직이나 출마에 20·30세대 몫을 따로 떼어 놓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호의 표시가 역풍을 맞습니다.

다음은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보는 시각입니다. 2년 전 리셋이라는 단체는 ‘디스코드&남초 사이트 모니터링 지원팀 충원 공지’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만들었습니다. 공지문의 둘째 줄에 ‘범죄가 일상이 된 남초 사이트의 집중 모니터링을 위해 지원팀을 모집합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지원 자격으로 6개 조건이 제시됐는데, 첫째가 ‘성인 페미니스트 여성일 것’이었습니다. 남초 사이트는 남성이 많이 몰리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말합니다. 그곳을 ‘범죄가 일상이 된’ 공간으로 리셋은 단정했습니다. 이 단체는 그 뒤 여성가족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자 공약을 내놓았을 때 왜 이대남이 환호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십니까?

마지막은 병역 문제입니다. 이대남도 남녀의 신체적 조건 차이는 수긍합니다. 그런데 군대가 다들 총 들고 싸우는 곳은 아니기에 여성이 병역 의무를 분담할 방법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노르웨이·이스라엘 등 성 평등 병역이 실현된 나라도 있습니다. 신체적 조건이 현역 복무에 맞지 않는다고 판정받은 공익(사회복무) 요원을 보면 남성들의 불만이 더욱 명확해집니다. 구청이나 사회복지센터에서 일하는 것에 남성이 더 적합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대남은 병역 의무 이행 때문에 취업·진학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의 아래쪽에 놓인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 가지 문제 제기에 나름의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보십니까? 그렇다면 이대남 이해의 관문을 넘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니라면 근거를 제시하면서 반박하면 됩니다. 게임을 많이 해서(유시민 작가), 술을 많이 마셔서(김민전 교수), 중학교 때부터 경쟁에 뒤처져서(우석훈 교수) 불평불만 세력이 됐다는 것은 핵심을 벗어난 윽박지르기입니다. 20대 남성이 보수화·우경화·마초화됐다는 주장은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좀 이상하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대남이 말하는 현실에 문제가 있다는 데 뜻이 모이면 고치면 됩니다. 더 합당하고 공정한 길을 찾으면 됩니다. 남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아들·손자·조카·남자친구입니다. 20대 남성은 전체 유권자의 6.7%에 해당할 뿐이지만 선거판을 흔들 위력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이 그들과 기성세대의 거리를 좁힐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상언 논설위원

이상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