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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4% 성장, 정부가 그렇게 자랑할 일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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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기저 효과와 추경에 기댄 불안한 성장

자산시장 찬바람 부는데 홍보 지나쳐

지난해 우리 경제가 4% 성장했다.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어제 페이스북에서 “주요 20개국(G20) 선진국 중 가장 빠르고 강한 회복세”라며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위기에 강한 경제’임을 입증했다”고 자평했다. 한은은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전년보다 10% 정도 늘어난 3만5000달러대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집권 기간 성장률과 정권교체 직전 마지막 연도의 성장률은 종종 정권 간 경제정책의 성적을 따질 때 비교 대상이 되곤 한다. 경제정책의 마지막 종합성적표를 받아 든 홍 부총리가 “매우 의미 있고 반가운 성과”라고 표현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하지만 좀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지난해 성장은 수출 호조와 함께 코로나19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전년 대비 기저효과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50조원 가까이 쏟아부은 추경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도 성장률 4%라는 온기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땔감을 땠는지는 애써 외면한다. 재정을 아낌없이 쓰다 보니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 국가채무는 1000조원을 넘어선다.

성장률의 화려한 이면을 들여다보면 걱정거리가 많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15~2019년 5년간 한국에서 제조업 일자리 18만 개가 사라졌다. 같은 기간 미국·일본·독일의 제조업 일자리는 모두 늘었고, 한국 기업의 해외 일자리도 43만 개 늘었다. 이런 일자리 해외 유출은 일자리 정부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에서 주로 벌어진 일이다.

최근 고용통계의 속살도 좋지 않다. 지난해 일자리 구하기를 포기한 구직 단념자가 관련 통계가 개편된 2014년 이후 가장 많았다. 기업이 만드는 좋은 일자리를 얻기 쉽지 않아서 아예 노동시장 진입을 하지 않거나 못하는 이가 63만 명에 달한다.

올해 경제는 녹록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오미크론 확산 등을 이유로 올해 한국 성장률을 0.3%포인트 내린 3.0%로 수정 전망했다. 반면에 일본의 전망치는 0.1%포인트 올린 3.3%다. 실제로 우리 성장률이 일본보다 뒤진다면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4년 만이라고 한다. 성장 동력을 잃어버린 한국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경제 성과를 자랑한 날, 한국 증시는 3% 가까이 급락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 중국 경제의 침체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자산시장에 전체적으로 찬바람이 분다. 올해 들어 주식뿐 아니라 암호화폐 같은 위험자산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세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영끌’로 집 사고 ‘빚투’로 주식 산 투자자는 속이 탄다. 정책 당국자의 과잉 홍보는 안 그래도 불안한 국민의 부아만 돋우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