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40년 일한 일흔살 직원에 “3년 더 다녀달라” 붙잡는 이 회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김언식 DSD삼호 회장(왼쪽)과 최동호 상무가 지난 20일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힐스테이트광교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최 상무는 최근 회사로부터 41년 장기근속상을 받았다. 김현동 기자

김언식 DSD삼호 회장(왼쪽)과 최동호 상무가 지난 20일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힐스테이트광교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최 상무는 최근 회사로부터 41년 장기근속상을 받았다. 김현동 기자

40년을 근속한 일흔살 직원에게 “3년 더 다녀달라”고 붙잡는 부동산개발회사가 있다. 부동산 개발 사업은 경기에 따라 부침이 심하기에 더욱 눈길을 끈다. 이 회사에는 이런 장기근속자가 한둘이 아니다. 국내 1세대 디벨로퍼 김언식 회장(68)이 이끄는 DSD삼호의 이야기다.

DSD삼호는 올해 창립 41주년을 맞아 20~40년 장기근속한 임직원 23명에게 통 큰 포상을 했다. 금 20~30돈과 현금(최대 3000만원)을 각각 지급했다. 금 30돈과 3000만원의 포상금을 받은 40년 근속자 최동호(70) 상무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현장 최일선에서 뛴다. 최 상무는 민원 담당 총괄로, 법적으로 보장된 정년 60세를 훌쩍 지나 일하고 있다. 최근 열린 포상식에서 회사로부터 “더 일해달라”는 요청도 들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이 회사,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국내 부동산 개발회사 중 가장 많은 4만여 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해왔다. “연대 개념 없는 요즘에 이런 회사도 있다는 것 보여주고 싶다”는 김 회장을 최근 수원 사옥에서 만나 물었다.

현장 민원 담당이 70세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벤트로 사람을 내세우는 게 아니다. 사람이 일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업계 특성상 현장마다 민원이 많은데, 나이 지긋한 직원이 찬찬히 잘 응대하더라. 민원 했던 당사자들도 ‘최 상무가 이 회사의 보배다’라고 말할 정도다. 그래서 지금도 ‘일진’으로 앞장세우고 있다.”
부동산 개발 회사로써 드물게 장기근속자가 많다.
“살아보니 내 능력은 1%밖에 안 된다. 99%가 남의 도움, 남의 덕으로 사는 거다. 노령화라고 하겠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인생을 회사와 함께 보낸 이들이 많다. 회사 키우는데 거름이 되고 불쏘시개도 된 직원들을 위해서 든든한 둥지가 되고 싶다.”

김 회장은 1980년 ‘삼호 주택’을 설립하며 주택 사업에 뛰어들었고, 90년대부터 디벨로퍼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여러 부침도 많았지만, 구성원들이 똘똘 뭉쳐 이겨냈다고 한다.

김 회장이 소개한 일화다. 외환위기 때 DSD삼호는 용인시 수지구에서 3000가구 분양을 앞두고 있었다. 당시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대세였지만, 분양을 밀어붙였다. 단지 인근에 사는 주민 2000명에게 물었더니 78%가 분양하면 아파트를 사겠다고 답한 것을 보고 확신을 가졌다. 김 회장은 “당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직접 물어보자는 아이디어를 직원이 냈고, 그 덕에 외환위기 파고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고 했다.

2007년 경기 고양시 식사지구에서 분양한 위시티 일산자이 프로젝트는 금융위기를 맞아 사업비의 20%가 넘는 8000억원가량을 손해 보기도 했지만, 회사 보유 빌딩 3개를 매각하며 버텨냈다.

DSD삼호는 20여년 전에 가족수당 제도를 도입했다. 자녀가 없는 경우 월 10만원부터 자녀가 셋인 경우 월 100만원까지 월급에 더해 지급하고 있다.

그는 오랫동안 다닌 직원들을 위해 특별한 기업공개를 구상하고 있다. 김 회장은 “부실채권(NPL) 사업장을 인수해 알짜 사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미래가치가 큰 계열사가 있는데, 그 회사 지분 절반을 직원들이 취득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며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물질적으로 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