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없었다면 9년 뒤 안전점검…31년 된 다세대 주택의 현실

중앙일보

입력 2022.01.25 18:20

업데이트 2022.01.25 18:29

서울 금천구의 붕괴 위험 빌라 앞을 25일 오전 한 관계자가 지나가고 있다. 건물 3층 베란다 부분이 바닥 쪽으로 처져 금방이라도 무너질듯 위태로운 모습니다. 뉴스1

서울 금천구의 붕괴 위험 빌라 앞을 25일 오전 한 관계자가 지나가고 있다. 건물 3층 베란다 부분이 바닥 쪽으로 처져 금방이라도 무너질듯 위태로운 모습니다. 뉴스1

베란다 붕괴 조짐으로 주민 33명이 대피했던 빌라에 대해 금천구가 25일 베란다 철거 작업을 결정했다. 금천구는 갑작스러운 붕괴에 대비한 철근 지지대와 가림막을 설치했으며 베란다의 창문과 벽면 부분을 25일까지 해체한 뒤 다음 날 베란다를 철거한다. 27일엔 안전기술사와 함께 현장점검을 한 후 입주 가능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앞서 24일 오후 5시 30분쯤 금천구 독산동의 지하 1층·지상 2층짜리 빌라가 무너지려고 한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주민 33명이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해당 빌라의 지상 2층 베란다 부분이 건물 본체에서 벌어져 처졌고 창문은 파손됐다.

“옷만 챙겨입고 대피”…전문가 “이례적 현상”

119 신고를 한 50대 여성은 “갑자기 ‘쿵’ ‘쿵’ 소리가 굉장히 크게 들렸다. 몇 분 간격으로 들려 확인해보니 베란다가 크게 기울어져 있었다”며 “주민을 대피시키려고 맨발로 돌아다녔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빌라 1층에 거주하는 이연순(63)씨는 “갑자기 피하라는 소식을 듣고 옷만 챙겨 입고 황급히 나왔다. 설 연휴를 앞두고 제사에 올릴 식재료를 잔뜩 사놨는데, 전부 다 버려야 한다”고 했다.

건물의 지상 2층 베란다에 해당하는 부분이 바닥 쪽으로 기울면서 붕괴를 우려한 구조당국은 해당 빌라 주민과 옆 빌라 거주자들을 금천구청에서 마련한 임시 대피소로 대피시켰다. 뉴스1

건물의 지상 2층 베란다에 해당하는 부분이 바닥 쪽으로 기울면서 붕괴를 우려한 구조당국은 해당 빌라 주민과 옆 빌라 거주자들을 금천구청에서 마련한 임시 대피소로 대피시켰다. 뉴스1

이번 사고의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금천구청 안전센터 관계자는 “오래된 건물이어도 전조 증상 없이 이처럼 갑자기 파괴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면서 “사고의 인과관계에 대해 베란다 철거 후 확인할 것이다”고 했다.

30년 된 건물 2700여 개

해당 건물은 1991년 입주를 시작해 31년 된 건물이다. 일각에선 건물의 노후화가 베란다 파괴의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건물의 노후화가 원인일 수 있다. 다세대 주택처럼 관리자가 명확하지 않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천동 일대에 비슷한 건물이 밀집돼 인근 주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천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인근 동네에는 30년 이상 된 조적조(벽돌 구조) 건축물이 2700여 개라고 한다. 주민 황모(64)씨는 “일대에 오래된 건물이 많아서 사고 이후 불안감을 표시하는 주민들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하지만, 안전 점검은 사실상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구청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 건물은 2004년에 마지막으로 안전점검을 받은 이후 별도의 안전 점검은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오래된 건물이라고 안전진단을 강제화할 법적 수단은 없다. 안전진단의 비용 등은 건물 소유주가 부담한다. 안전진단이 주기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매년 40년이 되는 건물에 한해서만 간이 안전점검을 한다. 올해의 경우 금천구에서 점검 대상은 62개다. 40년이 되지 않는 사유 건물에 대해서는 강제로 안전점검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사고가 없었다면 사고 건물의 안전점검은 9년 뒤에 진행됐을 거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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