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스페셜 리포트 | ‘찐아미' 기자가 말하는 A.R.M.Y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2022.01.25 16:23

업데이트 2022.01.26 16:03

방탄소년단을 지킨 아미의 피·땀·눈물 9년

만나면 내 삶이 바뀐다… 희로애락, 약한 모습까지 보여주는 뮤지션들에 공감

‘진심’에 매료된 아미,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팬덤으로 ‘더 나은 세상 만들기’ 동참

 2019년 10월 26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일대가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찾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이날 공연엔 아미 2만여 명이 운집했다. / 사진:연합뉴스

2019년 10월 26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일대가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찾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이날 공연엔 아미 2만여 명이 운집했다. / 사진:연합뉴스

연일 ‘최초’, ‘최고’, ‘최장’ 기록을 자체 경신하며 세계 음악사를 새로 써내려가는 방탄소년단(BTS). 이들의 뒤에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팬덤’이라고 불리는 ‘아미(A.R.M.Y)’가 있다. 방탄소년단은 “우리의 특별한 점은 ‘특별한 팬’을 만난 것”이라며, 공식 석상에서 늘 아미를 호명하고 이들에게 영광을 돌린다.

아미의 규모는 정확히 밝혀진 바 없지만, 우리나라 인구를 상회할 것으로 짐작된다. 2022년 1월 5일 기준 유튜브 [BANGTANTV] 구독자 수는 약 6270만 명, ‘bts. bighitofficial’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약 5830만 명,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공용 트위터 계정(@BTS_twt) 팔로어 수는 약 4300만 명이다. 성별과 연령대는 물론이고 인종, 언어, 국가, 문화까지 모두 뛰어넘는 아미의 다양한 인구통계학적 분포는 ‘BTS 현상’이 글로벌하게 일어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한다.

아미는 왜 방탄소년단에 열광하나

 방탄소년단이 2017년 11월 19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에서 ‘DNA’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날 AMA 공연을 통해 미국 무대에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단 4년 만에 같은 자리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 사진:AMA 공식 트위터

방탄소년단이 2017년 11월 19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에서 ‘DNA’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날 AMA 공연을 통해 미국 무대에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단 4년 만에 같은 자리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 사진:AMA 공식 트위터

5년 차 아미 고은비(26)씨는 “회사가 정해주는 의미 없는 사랑 노래가 아니라, 직접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노래한다는 점이 특별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4년 차 아미 주현경(26·가명)씨도 “음악에 대한 진실함”을 꼽으며 “방탄소년단의 ‘LOVE YOURSELF’ 앨범 시리즈를 통해 나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가진 힘은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에 있다. 대표적으로 ‘화양연화’ 앨범 시리즈에선 불확실한 미래로 위태로운 청춘과, 그런 불안마저 끌어안고 질주하는 젊음을 노래했고, ‘LOVE YOURSELF’ 앨범 시리즈에선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임을 깨닫고, 사랑으로부터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줬다.

4년 차 아미 강시현(27·가명)씨는 “취준생 시절 처음 만난 그들의 노래는 그 당시 나에게 절실했던 공감과 위로의 한마디와도 같았다”고 회상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아미들은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노래’를 묻는 질문에 ‘Whallien52’, ‘EPILOGUE: Young Forever’, ‘So Far Away’, ‘Lost’, ‘Outro: Wings’, ‘Magic shop’, ‘Answer: Love myself’, ‘Life Goes On’ 등 제각기 다른 답을 내놨다. 그만큼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고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뜻이다. 고은비씨는 “방탄소년단의 개인 곡들을 좋아한다”며 “나 자신을 사랑하고 싶을 땐 진의 솔로곡 ‘Epiphany’를 듣는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때론 사회 변혁에 앞장서기도 한다. 전 세계 시위 현장 곳곳에 방탄소년단의 ‘Not Today’가 울려 퍼지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2019년도 알제리에서 일어난 독재 반대 시위 당시엔 리더 RM의 사진이 박힌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화제가 됐다. 그는 “All the underdogs in the world(전 세계 모든 약자들이여)/ A day may come when we lose(우리가 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But it is not today(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Today we fight!(오늘 우린 싸운다!)”라는 ‘Not Today’의 가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해당 피켓은 2021년 2월 시작된 미얀마 군부독재 타도 민주화 운동 현장에서도 자주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7년 차 아미 박연주(26·가명)씨는 “방탄소년단이 던지는 질문은 우리 스스로 생각해보게 만들고 실천하게 한다”고 짚었다.

방탄소년단은 일곱 멤버 모두가 작사, 작곡이 가능한 싱어송라이터 그룹이다. 그중 RM, 슈가, 제이홉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정회원 자격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누구보다도 활발하게 창작 활동을 이어왔다. 방탄소년단은 연습생 시절부터 무료 음원 공유 플랫폼 ‘사운드 클라우드’에 꾸준히 작업물을 선보여왔다. 어떠한 경제적 대가 없이 리스너들에게 무료로 공유한 곡이 벌써 140여 개에 이른다. 또 지금껏 발매한 모든 앨범 제작에 직접 참여해왔는데, 2020년에는 멤버들이 전 곡을 작사, 작곡한 ‘자체제작’ 앨범 ‘BE’를 내놓기도 했다. 데뷔 전부터 꾸준히 직접 노래를 쓰며 아티스트로서 내공을 쌓아온 방탄소년단의 음악에 ‘진심’이 묻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특징은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급부상했을 당시 ‘K팝은 공장형 음악’이라는 서구 언론의 공격을 가뿐히 피해갈 수 있는 하나의 증거가 됐다.

‘언더독’을 주류로 만든 ‘행동하는 팬덤’

 방탄소년단이 2021년 9월 14일 청와대에서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문화특사)’ 임명장과 함께 수여받은 외교관 여권을 들고 있다. / 사진: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

방탄소년단이 2021년 9월 14일 청와대에서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문화특사)’ 임명장과 함께 수여받은 외교관 여권을 들고 있다. / 사진: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

“바다인 줄 알았던 여기는 되려 사막이었고/ 빽이 없는 중소 아이돌이 두 번째 이름이었어/ 방송에 짤리기는 뭐 부지기수 누구의 땜빵이 우리의 꿈/ 어떤 이들은 회사가 작아서 제대로 못 뜰 거래/ I know I know 나도 알아/ 한 방에서 일곱이 잠을 청하던 시절도/ 잠이 들기 전 내일은 다를 거라는 믿음도/ 사막의 신기루 형태는 보이지만 잡히지는 않았고/ 끝이 없던 이 사막에서 살아남기를 빌어 현실이 아니기를 빌어/ 결국 신기룬 잡히고 현실이 됐고/ 두렵던 사막은 우리의 피 땀 눈물로 채워 바다가 됐어”(LOVE YOURSELF 承 ‘Her’ 히든트랙 ‘바다’ 중)

방탄소년단은 전형적인 ‘언더독’이었다. ‘힙합 아이돌’이란 정체성을 필두로 “청춘에게 쏟아지는 억압과 편견을 막아내겠다”며 호기롭게 데뷔했지만 세상은 기대만큼 그들을 반겨주지 않았다. 중소 기획사 출신으로 든든한 ‘뒷배’가 없던 방탄소년단은 주류 미디어의 냉혹한 차별과 마주해야 했고, 힙합 씬의 조롱, 모니터 속 네티즌들의 무시와 놀림에 지속적으로 시달려야 했다. “아빠는 어렸을 때 어떤 사람이었어요?”라는 아이의 물음에 “응, 아빠는 방탄소년단이었어”라고 대답할 거냐는 비웃음의 댓글은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이 댓글은 ‘이젠 전설로 바뀌었다’는 식의 답글이 달리면서 다른 의미로 ‘성지화’됐다.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선한 영향력

 방탄소년단은 2021년 5월 24일(현지시간) 열린 ‘2021 빌보드 뮤직 어워드(BBMA)’에서 2020년 8월 발매한 곡 ‘Dynamite’로 ‘톱 셀링 송(Top Selling Song)’을 수상하며 4관왕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 사진: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

방탄소년단은 2021년 5월 24일(현지시간) 열린 ‘2021 빌보드 뮤직 어워드(BBMA)’에서 2020년 8월 발매한 곡 ‘Dynamite’로 ‘톱 셀링 송(Top Selling Song)’을 수상하며 4관왕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 사진: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

방송 출연의 혜택을 얻지 못한 방탄소년단은 당시 할 수 있었던 최선을 택했다. 유튜브와 트위터 등 SNS를 이용해 무대 뒤의 모습과 일상을 공유하는 것으로 공백을 메워갔다. 방탄소년단은 팬들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갔다. 데뷔 전부터 블로그에 영상 일기 형식의 ‘방탄 로그’ 같은 자체 콘텐트를 올리고, 멤버들이 직접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며 팬들과 소통했다. 이때 방탄소년단이 남긴 ‘기록’들을 살펴보면, 연습생 생활을 하며 또는 데뷔를 하고 나서 느꼈던 걱정과 불안, 설렘과 희망, 각오 등의 ‘솔직한’ 감정들이 한껏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행동하는 팬덤’ 아미의 출발점은 ‘방탄소년단을 지켜줄 수 있는 건 우리밖에 없다’는 의식이었다. 방탄소년단이 국내에서 세력을 넓혀가던 2015~2016년을 아미들은 ‘정말 힘들었던 시기’라고 기억한다. 이때 방탄소년단은 거대 기획사 팬덤으로부터 대표적으로 ‘사재기’나 ‘표절’ 루머와 같은 악의적인 공격에 시달렸다. 아미들은 2016년 5월 7일 방탄소년단의 콘서트에 맞춰 계획된 타 팬덤 연합의 트위터 ‘실트(실시간 트렌드) 총공(총공격)’과 방탄소년단의 ‘WINGS’ 앨범 발매에 맞춰 해외 K팝 팬덤이 주도한 ‘Break Wings(일명 날개 꺾기)’ 프로젝트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지속적인 괴롭힘에 참다못한 미국 아미들은 결국 다른 K팝 팬들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우리는 K팝이 아니라 BTS만 좋아한다”며 해시태그(#ARMYsIndependenceDay)를 만들어 대내외에 공표한 것이다. 그 날짜인 2018년 10월 15일은 팬들 사이에 ‘아미 독립기념일’로 불린다.

‘둘! 셋!’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으로 아미에게 바치는 팬송이었는데, 이 노래는 아미들의 ‘눈물 버튼’으로 통한다. “너 넨 아이돌이니까 안 들어도 구리겠네/ 너네 가사 맘에 안 들어 안 봐도 비디오네/ 너넨 힘 없으니 구린 짓 분명히 했을 텐데/ 너네 하는 짓들 보니 조금 있음 망하겠네…괜찮아 자 하나 둘 셋 하면 잊어/ 슬픈 기억 모두 지워 서로 손을 잡고 웃어/ 그래도 좋은 날이 앞으로 많기를” 방탄소년단은 그 시절 아픔을 함께한 팬들에게 노래로 위로를 건넸다. 박연주씨는 “방탄소년단은 하나부터 열까지, 본인들의 기쁘고 슬픈 감정들, 자신들의 약한 모습까지도 우리에게 모두 보여줬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캐나다 아미 Ronalene(17)은 “방탄소년단과 아미는 작은 회사에서 시작해 함께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함께 성공했다”고 바라봤다.

아미들은 방탄소년단의 음악 속 메시지와 성장 서사에서 영감을 얻어 변화에 대한 열망을 품었고, 이를 개인의 삶에서 사회 전반에 대한 변화의 열망으로 확장시켰다. 아미들은 스스로를 방탄의 ‘게릴라’라고 부르며 방탄소년단 앞에 놓인 거대한 벽에 망치질하기 시작했다.

아미는 ‘음악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는 방탄소년단의 철학에 연대하며 ‘선한 영향력’ 행사에 동참하고 있다. 아미들의 기부 릴레이가 대표적이다. 지난 10월 6일 유니세프는 방탄소년단과 공동으로 진행한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 캠페인으로 4년간 기부금이 360만 달러(약 42억9000만원) 모였다고 밝혔다. 이 캠페인은 2017년 아동·청소년 폭력 근절 등을 주제로 시작됐으며, 방탄소년단은 음악, 유엔 총회 연설, 인터뷰, SNS 등 다양한 경로로 전 세계에 희망 메시지를 전했다. 여기에 공감한 아미들은 적극적으로 기부와 선행에 동참했고, 이 과정에서 ‘OneInAnARMY(OIAA)’라는 글로벌 아미 기부단체도 탄생했다. 2018년 ‘큰 팬덤이 커다란 변화를 만든다’는 슬로건을 들고 출범한 OIAA는 “많은 사람이 적은 금액을 기부할 때 큰 영향이 발휘된다”며 아미들의 소액 기부를 주도하는 방식으로 현재까지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기부는 선순환 구조다. 방탄소년단의 기부 캠페인에 동참하던 아미들은 이제 직접 나서 ‘방탄소년단’의 이름으로 기부를 하고, 이를 본 방탄소년단은 다시 ‘아미’의 이름으로 기부를 한다. 슈가는 2015년 팬사인회에서 팬들에게 “돈을 많이 벌어서 소고기를 사주겠다”며 3년 후 자신의 생일에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는데, 실제 2018년 3월 9일 자신의 생일에 ‘아미’ 이름으로 보육원 39곳에 1등급 한우를 기부해 감동을 줬다.

2020년에는 ‘BlackLivesMatter(BLM)’ 흑인 인권 시위에 방탄소년단이 지지 선언을 하며 연관 단체에 100만 달러(한화 약 12억원)를 기부하자 전 세계 아미들은 “방탄이 하면 우리도 한다”며 해시태그(#MatchAMillion)를 만들어 기부를 독려했고, 불과 2~3일 만에 그 두 배에 달하는 200만 달러 이상을 모아 기부했다. 또 비슷한 시기 코로나19로 예정돼 있던 국내 콘서트가 취소되자 아미들은 환불된 티켓값을 십시일반 모아 구호 성금으로 내놓았다. 이때 아미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전달한 금액은 5억원이 넘는다.

고등학생 아미 장서연(19)씨는 “아미들끼리 모여서 연탄 기부 봉사, 유기견 봉사 등 자원봉사를 많이 한다”며 “얼마 전 LA 콘서트에서도 공연이 다 끝난 뒤 쓰레기를 깔끔하게 처리한 것이 화제가 됐었다.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때 아미라는 공동체의 힘을 느낀다”고 말했다. 8년 차 아미 박윤아(25·가명)씨는 “방탄소년단의 행보는 그들이 음악으로 항상 전달하던 평화, 성장, 억압에 대한 대항, ‘방탄’으로서의 포부와 일치한다”며 지지를 표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방탄소년단의 얼굴이라는 생각으로 행동에 더욱 책임감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6년 차 아미인 김채운(26)씨는 “오랫동안 방탄소년단을 지켜봐온 팬으로서, 그들과 감정을 공유하며 같이 커온 느낌이 있다”며 “방탄소년단에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고 했다. 박연주씨는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관계는 ‘일방’이 아니라 ‘쌍방’ 사랑”이라며 “그렇게 되기까지 함께 많은 시련을 겪었다. 방탄을 위한 아미의 헌신은 말 그대로 ‘순정’”이라고 말했다.

- 이화랑 월간중앙 인턴기자 hwarang_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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