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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I 선진 지수 본격 추진하는 정부, 코스피 구원 투수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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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코스피에 구원 투수가 될까. 정부가 MSCI(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 외환시장 제도 개편에 나선다고 밝혔다. 상반기 중 개편안을 만든 뒤 실제 가입을 위한 관찰국 리스트 등재도 추진한다. 다만 지수 편입까지는 빨라도 2년이 걸리는 데다 변수가 많아 성공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금기어’ 외환시장 개편까지 꺼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227차 대외경제장관회의 겸 140차 대외경제협력기금운용위원회'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227차 대외경제장관회의 겸 140차 대외경제협력기금운용위원회'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2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외환거래 규제 부담이 획기적으로 개선하도록 외환거래법령을 전면 개편하는 등 외환거래체계를 선진화하고,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관련 외환거래시간 연장, 해외기관 외환시장 참여 허용 등 외환시장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를 위해 ‘외환제도 개선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상반기 중 종합적인 개편방향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제도 개선을 통해 올해 6월 관찰국 리스트에 등재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 된다면, 내년 6월 선진국 지수 가입 여부가 판가름나고 다시 1년 후 실제 지수에 편입된다.

외환시장 개편은 MSCI 선진국 지수 가입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꼽혀왔다. 실제 정부가 지난 11~12월 글로벌 투자기관 50여개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서도 ‘국내 외환시장 직접 참가 불가능’ 등 외환시장 제도 관련 문제가 불편 사항으로 먼저 언급됐다. 하지만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외환시장을 개방하는 문제는 정부 내에서 일종의 ‘금기어’였다. 이렇게 구체적 외환시장 제도 개편 방향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정부 태도는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투자자 설득이 관건

정부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가입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은 남았다. MSCI는 매년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선진국 지수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투자자별로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제도 불편을 개선했다고 해서 가입이 이뤄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신흥국 거래 수수료가 선진국보다 높은데, 한국이 신흥국 지수에서 선진국 지수로 옮기면 금융사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이럴 경우 일부 금융사는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공매도 제도 허용을 놓고 개인투자자 반대도 풀어야 할 숙제다. 25일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선진자본시장으로 발돋움하려면 공매도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다수의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제도가 기관 투자자들에게만 유리하게 운영된다며 반대한다. 지수 사용권을 놓고 한국거래소 등 국내 기관이 문제를 삼을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기재부 관계자는 “선거 운동처럼 각 투자자 요구 사항을 먼저 살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필요한 조치를 ‘밀당’하듯 내놔야 한다”고 했다.

“코스피 4000” vs “변동성 커질 것”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 기념식. 중앙포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 기념식. 중앙포토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았다. 주가 부양 효과가 크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MSCI 선진국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지수의 5~6배에 달한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5월 보고서에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으로 한국 증시에 약 159억 달러(약 19조5000억원)~547억 달러(약 65조4000억원)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새로 들어온다고 추산했다. 이럴 경우 코스피가 3418포인트~4035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MSCI 선진국 지수에 들어간다고 해서 무조건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자금이 많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오히려 선진국 지수로 들어가면 미국과 유럽 등 다른 주요 증시와 경쟁하기 때문에 신흥국 지수에 있을 때보다 수급이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부 자금이 많아지는 게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MSCI를 추종하는 자금은 언제든 다시 빠져나갈 수 있는 자금”이라면서 “정말로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하는 게 한국 기업과 증시에 도움이 되는지는 면밀하게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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