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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일한 70살 직원에 "3년만 더 다녀달라" 붙잡는 회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언식 DSD삼호 회장이 지난 20일 힐스테이트광교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김언식 DSD삼호 회장이 지난 20일 힐스테이트광교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40년을 근속한 일흔살 직원에게 “3년 더 다녀달라”고 붙잡는 부동산개발회사가 있다. 부동산 개발 사업은 경기에 따라 부침이 심하기에 더욱 눈길을 끈다. 이 회사에는 이런 장기근속자가 한둘이 아니다. 국내 1세대 디벨로퍼 김언식 회장(68)이 이끄는 DSD삼호의 이야기다.

부침 심한 부동산 개발 업계에서 #장기근속자 수두룩한 DSD삼호 #자녀 셋 낳으면 가족수당 100만원 #김언식 회장 "사람이 제일 중요"

DSD삼호는 올해 창립 41주년을 맞아 20~40년 장기근속한 임직원 23명에게 통 큰 포상을 했다. 금 20~30돈과 현금(최대 3000만원)을 각각 지급했다. 금 30돈과 3000만원의 포상금을 받은 40년 근속자 최동호(70) 상무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현장 최일선에서 뛴다. 최 상무는 민원 담당 총괄로, 법적으로 보장된 정년 60세를 훌쩍 지나 일하고 있다. 최근 열린 포상식에서 회사로부터 “더 일해달라”는 요청도 들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이 회사,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국내 부동산 개발회사 중 가장 많은 4만여 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해왔다. “연대 개념 없는 요즘에 이런 회사도 있다는 것 보여주고 싶다”는 김 회장을 최근 수원 사옥에서 만나 물었다.

현장 민원 담당이 70세,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벤트로 사람을 내세우는 게 아니다. 사람이 일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업계 특성상 현장마다 민원이 많은데, 나이 지긋한 직원이 찬찬히 잘 응대하더라. 민원 했던 당사자들도 나중에 ‘최 상무가 이 회사의 보배다’라고 말할 정도다. 그래서 지금도 ‘일진’으로 앞장세우고 있다.”
부동산 개발 회사로써 드물게 장기근속자가 많다.  
“살아보니 내 능력은 1%밖에 안 된다. 99%가 남의 도움, 남의 덕으로 사는 거다. 노령화라고 하겠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인생을 회사와 함께 보낸 이들이 많다. 회사 키우는데 거름이 되고 불쏘시개도 된 직원들을 위해서 든든한 둥지가 되고 싶다.”
김언식 DSD삼호 회장(왼쪽)과 일흔에도 현장에서 뛰고 있는 최동호 상무. DSD삼호에는 20년 이상 장기근속자가 28명에 달한다. 이직이 잦은 업계에서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 김현동 기자

김언식 DSD삼호 회장(왼쪽)과 일흔에도 현장에서 뛰고 있는 최동호 상무. DSD삼호에는 20년 이상 장기근속자가 28명에 달한다. 이직이 잦은 업계에서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 김현동 기자

김 회장은 1980년 ‘삼호 주택’을 설립하며 주택 사업에 뛰어들었고, 90년대부터 디벨로퍼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여러 부침도 많았지만, 구성원들이 똘똘 뭉쳐 이겨냈다고 한다.

김 회장이 소개한 일화다. 외환위기 때 DSD삼호는 용인시 수지구에서 3000가구 분양을 앞두고 있었다. 당시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대세였지만, 회사는 분양을 밀어붙였다. 단지 인근에 사는 주민 2000명에게 물었더니 78%가 분양하면 아파트를 사겠다고 답한 것을 보고 확신을 가졌다. 김 회장은 “당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직접 물어보자는 아이디어를 직원이 냈고, 그 덕에 외환위기 파고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고 소회했다.

2007년 경기 고양시 식사지구에서 분양한 위시티 일산자이 프로젝트는 금융위기를 맞아 사업비의 20%가 넘는 8000억원가량을 손해 보기도 했지만, 회사 보유 빌딩 3개를 매각하며 버텨냈다. 이어 일산 자이 2·3차, 힐스테이트 태전, 동천자이 등 선보이는 단지마다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DSD삼호는 20여년 전에 가족수당 제도를 도입했다. 자녀가 없는 경우 월 10만원부터 자녀가 셋인 경우 월 100만원까지 월급에 더해 지급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 가족수당 제도를 모든 기업에 확산시키면 출산율에도 많은 도움을 줄 거라고 이야기했는데, 정부는 세금부터 떼가더라”며 웃었다.

그는 오랫동안 다닌 직원들을 위해 특별한 기업공개를 구상하고 있다. 김 회장은 “부실채권(NPL) 사업장을 인수해 알짜 사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미래가치가 큰 계열사가 있는데, 그 회사 지분 절반을 직원들이 취득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며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물질적으로 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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