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20년래 최악 '가스 가뭄'…러시아 가스관에 안절부절

중앙일보

입력 2022.01.25 15:23

업데이트 2022.01.25 17:37

 러시아 상트 페트르부르크 지역 '노르트 스트림 2'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현장. 지난해 9월 완공했지만, 독일 정부는 아직 승인하지 않았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상트 페트르부르크 지역 '노르트 스트림 2'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현장. 지난해 9월 완공했지만, 독일 정부는 아직 승인하지 않았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가스관 꼭지를 옥죄면서 유럽의 ‘가스 가뭄’이 심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촉즉발로 치닫는 가운데, 유럽의 에너지원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돌발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타스통신은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천연가스 기업 가스프롬을 인용해 유럽의 지하가스저장소(UGS)에 저장된 재고량이 133억㎡(세제곱미터)로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저장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감소한 수치이며, 지난 20년간 최저치(114억5000만㎥)를 기록한 2002년 1월보다 낮은 수준이다. 러시아-유럽 주요 루트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 사정도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 UGS의 가스 매장량은 121억㎥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감소했다.

이런 여파로 최근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다시 올랐다. 이날 유럽 천연가스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거래소의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5.3% 급등한 메가와트시(MWh)당 92.4유로(약 12만4700원)를 기록했다.

독일 루브민산업단지 내 컨테이너에 러시아에서 독일로 가는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루트가 그려져 있다. [AP=연합뉴스]

독일 루브민산업단지 내 컨테이너에 러시아에서 독일로 가는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루트가 그려져 있다. [AP=연합뉴스]

유럽의 천연가스 저장량 감소와 가격 급등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의 일부를 잠갔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21일 러시아는 독일로 향하는 육상 가스관 야말-유럽 파이프라인을 중단했으며, 이로 인해 천연가스 가격은 한때 1MWh당 180유로까지 치솟기도 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는 유럽의 가스 공급량 중 40%를 차지한다. 이런 에너지 불균형은 러시아가 언제든지 유럽을 상대로 무기화로 삼을 수 있는 빌미가 되고 있다. 이번 가스 가뭄이 러시아가 천연가스 생산량을 늘린 와중에 일어났다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지난 17일 가스프롬은 이달 들어 가스 생산량을 늘렸으며, 자국 내 공급량도 늘렸다고 밝혔다. 가스프롬에 따르면 이달 전반기(1~15일) 가스 생산량은 231억㎥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국내 공급량도 3.7%(6억㎥) 증가했다. 또 시베리아 파이프라인을 통한 중국 수출량도 계속 증가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배 늘었다고 밝혔다.

반면 이 기간 구소련(FSU) 이외 국가에 대한 회사의 가스 수출량은 54억㎥로 2021년 같은 기간보다 41.1% 줄었다고 덧붙였다.

천연가스는 러시아 경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미국은 지난해 완공한 러시아-독일 직통 루트 ‘노르트 스트림2’를 폐쇄하는 제재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탈원전·탈탄소를 위해 천연가스가 절실하다는 점에서 유보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독일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공동 대응하는) 대러시아 전선에서 약한 고리가 됐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는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한다. 유럽의 연료비 급등으로 인한 물가 불안정과 여론 악화가 유럽 각국 정부에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으며, 이는 러시아가 원하는 결과라는 점에서다.

우크라이나 사태 와중에 러시아의 에너지 부분은 호황을 맞았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가격 폭등에 힘입어 러시아의 석유·천연가스 판매가 전체 예산의 36%에 달했다고 지난 21일 보도했다. 러시아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석유·가스 수입은 9조1000억 루블(약 1190억 달러)로 지난해 초 예상을 51.3% 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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