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치료해주세요" 초등생이 대선 후보에 보낸 '기후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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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초등학교 1학년 서도연 학생이 쓴 '기후편지'. 사진 그린피스

"부탁드립니다. 지구를 지키는 대통령이 되어 주세요." (우장초등학교 6학년 신예성 학생)
"우리나라가 열심히 지구 온난화를 치료하다보면 어느새 다른 나라들도 (같이) 치료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만성초등학교 4학년 오세은 학생)

국내 초등학생들이 대통령 선거 후보들에게 쓴 손편지의 일부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위기에 처한 지구와 우리나라를 지켜달라는 소망을 담은 어린이들의 편지를 25일 주요 대선 후보 4명(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지난달 전국 594개 초등학교가 참여한 손편지 쓰기 행사를 통해 대통령 후보들에게 보낼 '기후편지'를 받았다. 학생들은 교사와 함께 기후위기 교육 영상을 보고 이 주제에 대해 공부한 뒤 편지지를 빽빽하게 채워나갔다. 이렇게 모인 편지가 모두 1만4617통이다. 아이들의 글을 커다란 상자에 모은 뒤, 이 중 선별한 편지 몇몇을 각 후보 캠프 사무실에 직접 전달했다.

25일 오전 개학을 맞은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만통을 훌쩍 넘긴 수많은 편지엔 어린이들이 일상에서 느낀 기후위기 실태, 차기 대통령에 바라는 대책 등이 다양하게 담겼다. 사랑하는 가족이 사는 동네가 물에 잠기거나 산불이 발생하는 등 기후재난이 현실화될 것을 염려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바다에 인접한 부산·인천 지역 학생들은 해수면 상승에 큰 관심과 우려를 표했다.

저학년 학생들은 주로 기후변화로 피해를 볼 동식물 등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반면 고학년들은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 석탄발전소 폐쇄, 전기차 확대 등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안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만대초등학교 6학년 오예린 학생은 "얼마 전 우리나라가 탄소 배출량 감소를 약속했다는 걸 뉴스에서 봤다"면서 "힘들고 돈도 많이 들어가는 일이지만 우리가 먼저 솔선수범하겠다고 약속한 건 자랑스럽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우리 학생들도 조금이라도 지구를 지키기 위해 환경을 아끼고 보호할 테니 대통령도 건강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주면 감사하겠다"라고 전했다.

25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전국 초등학생들이 대선 후보들에게 직접 쓴 '기후편지'를 공개하는 캠페인을 진행중인 그린피스. 사진 그린피스

기장초등학교 6학년 강다향 학생의 '기후편지'. 사진 그린피스

자라나는 '꿈나무'가 직면할 기후위기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어른들이 좀 더 노력해 달라는 부탁도 많았다. 남광초등학교 6학년 강창우 학생은 "기후변화로 따뜻해진 제주도에서 사는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편지글을 통해 "아이들은 어른들이 남긴 환경 문제를 짊어지기 싫다"면서 "어른들은 그 짐을 덜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장초등학교 6학년 강다향 학생은 "다음 세대인 우리가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도록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대통령이 되어달라"고 했다.

그린피스는 어린이 손편지를 전달한 각 후보 측에 손글씨 답장을 요청했다. 이를 받으면 편지를 쓴 어린이들에게 전달하고 내용도 공개할 예정이다. 유지연 그린피스 시민참여 캠페이너는 "어린이와 청소년 등 미래 세대의 생존을 위해 이번 대선 후보자들이 기후위기 관련 어젠다를 치열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