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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벗겨 알몸 사진…성기 좀 그만 만져요" 36살男 유서 충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숨진 유모씨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야유회 사진. [MBC뉴스투데이 캡처]

숨진 유모씨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야유회 사진. [MBC뉴스투데이 캡처]


“팬티만 입게 한 뒤 몸 훑어보고 수치심 줬다”

“복집에서, 노래방 입구에서 볼 뽀뽀…너무 싫다”

국내 한 중견 철강회사에서 근무하던 36살 노동자가 3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자신이 왜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휴대 전화에 25분 분량의 영상과 글을 남겼고, 유가족은 최근 이를 공개했다.

25일 MBC에 따르면 세아베스틸 직원이던 유모씨는 2018년 11월 전북 군산 금강 하구의 한 공터에 세워둔 자신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함께 발견된 휴대전화에는 마지막 순간을 촬영한 25분 분량 영상과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유서가 있었다.

유씨는 입사 직후부터 반장급 지모씨가 지속적인 괴롭힘과 성추행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그의 휴대전화 속 사진 중에는 개울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남성 9명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남아있었다. 2012년 6월 동료들과 야유회 사진이다. 이 중 2명만 옷을 입었으며 나머지는 발가벗은 채 손으로 가랑이만 가리고 있다. 당시 입사 2개월 차였던 막내 유씨는 뒤쪽에서 어깨를 웅크리고 서 있다. 지씨는 옷을 입은 2명 중 한 명이다.

[MBC뉴스투데이 캡처]

[MBC뉴스투데이 캡처]

유씨는 유서에 “지씨가 문신이 있냐고 물어봤다. 팬티만 입게 한 뒤 몸을 훑어보고 여러 사람 보는 앞에서 수치심을 줬다. 찍히기 싫어서 이야기 못 했다. 한이 맺히고 가슴 아프다” “2016년 12월 10일 16시 30분경 한 복집에서 볼 뽀뽀, 17시 40분경 노래방 입구에서 볼 뽀뽀” 등 구체적인 피해 기록과 함께 “너무 싫다”고 적었다.

유씨는 지씨가 뇌종양의 일종인 ‘청신경종양’ 수술 당시에도 면박을 줬다고 유서에 적었다. 그는 “고함치듯 소리가 들려온다. ‘너 뇌종양이야?’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 왜 그렇게 여러 사람 있는 데서 큰 목소리로 이야기해야만 하고, 위로는 못 할망정 상처를 주는지”라고 했다.

유씨는 개울가 사진 속 옷을 입은 2명 중 나머지 1명인 선배 조모씨에 대한 괴롭힘도 호소했다. 그는 “왜 이렇게 날 못 잡아먹어서안달 났냐, 성기 좀 그만 만지고 머리 좀 때리지 말라.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고 썼다.

인사팀 송모차장에 대해서는, 절차대로 쓴 연차를 문제 삼거나 “귀는 잘 들리냐” 확인하면서, 귀에 체온계를 강제로 꽂았다고 했다.

세아베스틸에서 일한 6년간 당했던 일들을 낱낱이 적은 유 씨는 “쓰레기 같은 벌레 때문에 고통받지 말자”며 후배들에게 남긴 말로 글을 마쳤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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