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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대세 아트테크, 경매는 여기가 투톱…'따상'이 놀랍지 않네[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청약 일정 잘못 잡았으면 큰일날 뻔 했겠네요. LG에너지솔루션 청약일 전날 환불금이 들어오는 일정 덕에 흥행 성공, 일반투자자 청약 경쟁률 1408:1을 기록한 케이옥션 얘깁니다. (다행히 코스닥 시장 등판일인 24일 '따상' 성공.)

지난해 6월 케이옥션 경매 모습. 케이옥션 홈페이지 캡쳐

지난해 6월 케이옥션 경매 모습. 케이옥션 홈페이지 캡쳐

지난해 미술 시장은 전례 없는 호황이었습니다. '아트테크'란 말이 모두에게 친숙해졌다는 건, 이미 예전에 뛰어든 사람들은 많이 벌고 있단 얘깁니다. 지난해 국내 미술 시장 규모(유통영역 기준)는 9157억원 정도 된다네요(시장예술경영지원센터 추정). 전년보다 무려 180% 뛴 겁니다.

그림은 이제 고(故) 이건희 회장 같은 재벌들만 수집하는 예술품이 아니라, MZ세대가 '딜렉터(딜러+콜렉터)'로 나서 사고 파는 투자자산이 됐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시장에 돈은 많이 풀렸는데, 부동산은 규제가 빡빡해 못 사겠고 주식시장은 이제 불안해 대체투자를 찾다 보니 꽤 많은 이들이 미술품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니 자연스레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여행이나 페스티벌 같은 걸 못 가다 보니 해소되지 못한 문화 향유에의 욕구가 미술품으로 향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미국의 경매회사 소더비도 상장사입니다. 사진은 홈페이지 캡쳐

미국의 경매회사 소더비도 상장사입니다. 사진은 홈페이지 캡쳐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그림 시장은 '알만한 콜렉터들끼리' '알음알음' 거래하는 시장이었는데, 온라인에 익숙한 MZ세대가 뛰어들면서 시장 자체가 변했습니다. 이들은 '리미티드 에디션'이나 '프리미엄 신발' 같은 걸로 돈을 벌어본 경험이 직간접적으로 있는 이들입니다. '고유한 것은 돈이 된다'는 걸 배우지 않아도 당연히 알고 있는 세대랄까요.

특히 최근엔 코인이나 주식, 스타트업 대박으로 '영앤리치'가 된 MZ가 많아졌는데(물론 친한 친구 중엔 없지만 건너 건너 소문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들이 새롭게 손을 뻗는 시장이 바로 미술 시장입니다. 아트바젤 보고서에 따르면 미·영·중 같은 주요 10개국의 고액 자산가·수집가의 절반 이상(56%)이 MZ세대라네요.

국내 그림 투자가 또 좋은 건, 세금을 별로 안 낸다는 겁니다. 부동산은 사면 샀다고 취득세, 가지고 있으면 가지고 있다고 보유세, 자녀가 없어도 갑분 교육세도 내라 합니다. 하지만 미술품을 팔아 얻은 돈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6000만원 미만은 비과세입니다.

또 6000만원 넘더라도 '국내의+살아있는' 작가의 작품이라면 세금을 안 매깁니다(외국+생존작가, 국내+고인작가 작품은 과세란 뜻이죠). 과세를 하더라도 필요경비를 많이 인정해주기 때문에 나라에 내는 세금은 많지 않은 편(그림값이 1억원을 넘지 않거나 10년 이상 보유했다면 9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줍니다).

문제는 수수료가 좀 쎄단 점.

그렇다면 그림이 대세인 건 알겠는데 그림 보는 눈도 없고, 비싼 수수료 떼이는 게 맘 아파 못하겠다 싶으면? 높은 수수료로 먹고 사는 경매회사에 투자하는 겁니다.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은 서울과 케이 둘이서 다 하네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은 서울과 케이 둘이서 다 하네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림 시장은 크게 1차 시장과 2차 시장으로 나뉩니다. 최초 판매가 이뤄지는 1차 시장은 500개가 넘는 화랑(갤러리)와 아트페어가 나눠 먹는 시장입니다. 2차 시장은 진입장벽이 좀 높아 난립이 어렵습니다. 양당체제처럼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두 옥션 체제라고 보심 됩니다. 두 회사가 전체 경매 시장의 9할을 먹고 있습니다.

먼저 상장한 형님, 서울옥션의 지난해 주가를 보면 7030원(1월4일)으로 시작해 4만700원(11월19일)까지 찍었습니다. 서울과 케이는 1,2위를 다투는 회사인데 업계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고 보진 않더라고요. 그래도 케이옥션의 특징을 보자면 서울옥션보다 전체 매출 규모는 다소 떨어지나 온라인 시장에선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또 서울옥션에 비하면 자기매매를 덜 하는 대신 수수료 매출에 집중하는 편인데, 오프라인 16% 온라인 25% 수준입니다.

 '콜린이'나 '딜렉터'들은 이런 곳에서 '아이쇼핑'도 하겠지요. 케이옥션 홈페이지 캡쳐

'콜린이'나 '딜렉터'들은 이런 곳에서 '아이쇼핑'도 하겠지요. 케이옥션 홈페이지 캡쳐

서울옥션 시가총액이 4584억원(21일 2만7100원 마감가 기준)인데 공모가 2만원에 나온 케이옥션도 그 정도 시총은 될 테니 상장하자마자 '따상'할 거란 예상이 있었는데, 맞았습니다.상장일(24일)에 올해 첫 '따상'을 기록, 주가는 5만2000원 시총은 4633억원을 찍었네요.

두 회사가 비슷한 평가를 받는다면 갑분 '위작 논란' 같은 불의의 사건이 터지지 않는다면야 주가는 여기서 크게 떨어지지 않을 거고, 업계에서는 더 오르리란 기대도 있어요. 홍콩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본진 격이었는데 민주화운동과 팬더믹 타격 등으로 홍콩 시장이 위축되면서 외국 고객들이 싱가폴·도쿄·서울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도 하니 다소 듬성했던 국내 미술시장이 풍성해지지 않을까 기대. (슬프지만, 남의 위기가 우리의 기회)

 세계 미술시장은 매년 출렁였네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세계 미술시장은 매년 출렁였네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다만 미술품 거래는 경기를 많이 탑니다. 지난해가 과열이고 거품이었단 얘기도 있습니다. '아트테크는 NFT, NFT는 대세'로 이어 케이옥션 주식도 대박날거란 희망회로도 조금 위험합니다. 두나무랑 손잡았다는 서울옥션도 그래서 구체적으로 뭘 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는 마당인데, 케이옥션 투자설명서에는 NFT에 대한 내용이 아예 없습니다.(Ctrl+F 해보십쇼..)

케이옥션 자회사 중 하나(케이론대부)를 석 달 전 '아르떼크립토'로 개명했단 것 정도가 관련이라면 관련인데, 회사 이름에 '크립토'가 들어가긴 하지만 아직 어떤 사업을 하는진 모릅니다. NFT가 '트러플'이라면, 지금으로선 약간의 트러플 '향'이 나는 정도.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이 기사는 1월 24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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