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치아는 챙겼지만…'이 빠진' 원장님의 웃음은 따뜻했다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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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독자 서비스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기억과 추억,
그리고 인연을
인생 사진으로 찍어드립니다.
아무리 소소한 사연도 귀하게 모시겠습니다.

'인생 사진'은 대형 액자로 만들어 선물해드립니다.
아울러 사연과 사진을 중앙일보 사이트로 소개해 드립니다.
사연 보낼 곳: https://bbs.joongang.co.kr/lifepicture
             photostory@joongang.co.kr
▶11차 마감: 1월 31일

윤철웅 원장과 문상원 과장은 '함께라서 행복합니다'라는 표지석을 보자마자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습니다. ″함께라서 행복했다″면서요.

윤철웅 원장과 문상원 과장은 '함께라서 행복합니다'라는 표지석을 보자마자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습니다. ″함께라서 행복했다″면서요.

저는 신망애 복지재단 차오름 (장애인 근로작업장) 선생으로
근무하는 문상원 과장입니다.

2021년 12월 29일 정년퇴임 하신
차오름 작업장 윤철웅 원장님을 위한
‘인생 사진’을 요청합니다.

윤 원장님은 14년 전에
여기 차오름에 와서
장애인 근로자를 위해 일을 해 주셨어요.
그뿐만 아니라 장애인 인권,
복지 증진을 위해 헌신해 왔습니다.

저는 윤 원장님과 4~5년 함께 했는데
곁에서 지켜보고 배우면서
자연스레 존경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정년 퇴임하시니 여간 서운한 게 아닙니다만,
그간의 고마움을
‘인생 사진’으로 선물해 드리고 싶습니다.

문상원 올림


고마움을 담아 신임 원준호 원장(왼쪽)과 문상원 과장(오른쪽)이 시설 장애인 근로자들이 쓴 감사 손편지를 윤철웅 원장에게 전달했습니다. 무엇보다 귀한 선물이기에 윤 원장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집니다.

고마움을 담아 신임 원준호 원장(왼쪽)과 문상원 과장(오른쪽)이 시설 장애인 근로자들이 쓴 감사 손편지를 윤철웅 원장에게 전달했습니다. 무엇보다 귀한 선물이기에 윤 원장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집니다.

아주 짧은 사연이라
사연을 선정하기 전에
사실을 좀 더 확인해봤습니다.

그래서 차오름에 관해 여기저기
수소문했습니다.

차오름은 장애인 근로 사업장이었습니다.
대체로 주변에서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었습니다.

이후 사연을 보낸 문상원 과장과
통화로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했습니다.

“떠나는 직장 상사를 위해 고마움을 표현하는 게 일반적이지는 않지 않습니까?”
“제게는 귀감이 되는 분입니다. 여기서 낸 경영 성과도 대단하지만, 장애 근로자를 위한 복지에도 헌신하셨죠.”
“오래전 기업 경영하시던 분인데 사업이 잘 안 되었다고 들었는데요.”
“자세한 얘기는 직접 여쭈어 보십시오. 예전에 인생 수업료를 세게 내셨다는 말씀은 들었습니다. 다만 여기서는 괄목할 성장을 이룬 건 사실입니다. 특히 이 코로나 시기에 살균수를 자체 생산품으로 개발해서 저희 매출이 아주 많이 늘어났습니다.”
차오름에서 만든 물품들로 가득 찬 창고를 신임 원장과 전임 원장이 둘러봅니다. 이 생산품들이 장애인 고용 창출의 밑거름입니다.

차오름에서 만든 물품들로 가득 찬 창고를 신임 원장과 전임 원장이 둘러봅니다. 이 생산품들이 장애인 고용 창출의 밑거름입니다.

며칠 후 인생 사진을 찍기 위해
윤철웅 원장을 만나
오래전 얘기를 물었습니다.

“오래전에 사업부도 나신 적 있다고 들었습니다.”
“해외에서 큰 규모로 사업 하다가 부도를 맞았습니다. 해외에서 부도나면 건질 게 없습니다. 그러니 제가 극한 상황까지도 갔었어요. 너무 힘든 상황을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다 내려놓고 새벽 기도회를 다녔습니다. 1년 동안 매일 새벽에 나갔죠. 단 한 번도 안 빠졌어요. 그때 여기와 인연이 되었습니다. 제가 배운 노하우를 여기서 소외된 친구들한테 전수해서 성과를 내라는 사명인가 보다 했어요.”
“ 당시 여기 상황이 어땠나요?”
“상당히 어렵더라고요. 일단 오더가 없으니 매출이 전혀 없는 정도였어요. 당시 나가야 할 돈이 매달 1000만원이 넘는데 한 달 매출이 68만원이더군요. 급여를 못 줄 정도면 도산된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지금은 월급 줘야 할 장애인 근로자가 몇 명입니까?”
“40여명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월급 주는 데 문제없습니까?”
“그럼요. 2021년 우리 매출이 12억 7000만원인데요. 임가공이 50%이기 때문에 일반 회사로 따지면 30억 규모 이상일 겁니다.”
코로나 19로 어려운 시기에 윤철웅 원장은 친환경살균수 개발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습니다. 올 설에 상여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된 것도 예서 비롯된 겁니다.

코로나 19로 어려운 시기에 윤철웅 원장은 친환경살균수 개발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습니다. 올 설에 상여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된 것도 예서 비롯된 겁니다.

옆에서 가만히 듣던
신임 원준호 원장이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저희 차오름은 구정에 상여금 나갑니다.”

“아니 이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윤 원장님이 만든 살균수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겁니다.”

다시 윤 원장에게 물었습니다.

“14년이나 하셨는데 그만두니 서운하지 않으세요?”
“벌써 14년이나 돼버렸네요. 전혀 서운한 건 없고요. 뿌듯하죠. 그리고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더 바빠질 겁니다. 지금 이미 제가 두 군데 3일씩 나가서 도와주기로 했어요.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 직업 재활시설을 운영하는 데 참 어려움이 많습니다. 일거리가 있어야 장애인들이 지속해서 고용 창출이 되고, 경영도 되고, 복지도 할 수 있는 거죠. 이러니 월급날이면 피가 마른다는 시설이 꽤 많아요. 제가 가진 인맥 인프라가 있으니 이를 활용하여 도울 생각입니다.”
“14년 동안 제일 보람 있던 건 뭔가요?”
“아실지 모르겠는데 경기도에 장애인 단체가 둘 있어요. 하나는 ‘경기도장애인단체연합회’고 또 하나는 ‘경기도장애인시설연합회’가 있죠. 골이 깊어 20년 동안 두 단체가 대립했어요. 제가 장애인시설연합회 회장을 하면서 2015년에 두 단체가 화합했어요. 두 단체가 화합해서 한 일이 돈 없어 치과 치료 못 받는 장애인에게 1년 동안 무료 치료해주는 프로젝트를 해낸 겁니다.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였죠.  경기도의료원장, 도지사, 부지사까지 만나서 이뤄낸 게 제일 보람찹니다.”
14년 동안 이끈 차오름을 떠나면서 윤철웅 원장은 좋은 사람, 좋은 일터, 좋은 인생을 위하여 소임을 다했기에 보람차다고 했습니다.

14년 동안 이끈 차오름을 떠나면서 윤철웅 원장은 좋은 사람, 좋은 일터, 좋은 인생을 위하여 소임을 다했기에 보람차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쓰임은 앞으로도 이러할 것”이라며
웃는 윤 원장의 치아가 하나 빠져 있었습니다.
남의 치아는 챙기면서
정작 당신의 치아를 메울 시간이 없었던 겁니다.

그의 이 빠진 웃음에서
문상원 과장이 이미 떠난 원장의
인생 사진을 요청한 이유가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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