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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직접 타봤다…실험실 탈출한 '로보택시 4룡'의 진격

중앙일보

입력

지난 5일 쏘카 투자사 라이드플럭스의 자율주행차가 제주 중문단지에서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박민제 기자

지난 5일 쏘카 투자사 라이드플럭스의 자율주행차가 제주 중문단지에서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박민제 기자

‘이동의 미래’로 불리는 자율주행 기술이 일상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국내 모빌리티 기업들이 일반 사용자용 ‘로보택시’(Robo Taxi)를 잇따라 선보이면서다.

무슨 일이야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에 임시운행허가를 받은 자율주행차는 총 193대, 자율주행 유상 운송이 가능한 시범운행지구는 7곳이다. 이중 서울(마포구 상암동), 경기도(판교), 제주(제주공항↔중문관광단지), 대구(테크노폴리스) 등 4곳에서 지난해 말부터 일반인들이 탈 수 있는 로보택시 유료 서비스가 시작됐다. 이들 로보택시엔 레벨3~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됐다. 팩플팀은 서울과 경기도, 제주에서 로보택시를 직접 타봤다.

자율주행 레벨 어떻게 구별하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자율주행 레벨 어떻게 구별하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① 어디든 간다,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모)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 자율주행 시범지구 내 최장 7㎞ 구간에서 로보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시범운행 기간동안 요금은 무료. 차종은 기아 카니발 하이리무진이다.

지난해 12월 28일 시범지구 내 한 커피숍 앞에서 카카오T 앱으로 자율주행차를 호출했다. 판교 삼양디스커버리센터로 목적지를 입력하고 호출하자 3분 만에 차가 왔다. 로보택시는 차량이 제법 많은 판교 테크노밸리 메인 도로 4차선에서 1차선까지 차선 변경을 빠르게 해냈다. 카모의 로보택시는 지정된 노선이 없는 자유형이다. 사람이 모는 택시처럼, 권역 내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다.

자율주행차 개발 관련 카모의 핵심 경쟁력은 데이터다. 2015년 카카오 택시 출시 후 누적 호출 13억건을 수행하며 데이터를 축적했다. 대리운전, 내비게이션, 렌터카 등 서비스 경험도 풍부하다. 카모는 단기적으로 특정 ODD(동작구간·operational design domain) 내에서 잘 작동하는 실사례를 찾아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 회사 김태진 미래사업실 부장은 “여러 서비스를 상용화해 교집합시켜보면 유의미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자율주행차.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의 자율주행차.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② 비바람이 몰아쳐도 달린다, 라이드플럭스 

라이드플럭스는 2018년 설립된 자율주행 스타트업으로, 쏘카가 2대 주주다. 제주공항과 중문관광단지 사이를 오가는 로보택시 서비스를 지난해 12월 15일 시작했다. 타다 앱에서 예약 가능하며 요금은 1인당 8000원. 차종은 크라이슬러 미니밴인 ‘퍼시픽카’다.

지난 5일 제주공항 3층 버스정류장에서 라이드플럭스 로보택시를 탔다. 공항을 빠져나가는 도로는 매우 혼잡했다. 특히 렌터카 회사 차고지까지 가는 셔틀 차량들이 수시로 로보택시 앞에 끼어들며 위협적으로 운전했다. 그럼에도 로보택시는 안전 거리를 확보하며 가다서다를 반복한 끝에 무사히 도심을 벗어났다. 제주 노형오거리를 지나 간선 도로인 평화로로 접어들자 눈비가 강해졌다. 이날 오전 제주도 산간 지역엔 대설주의보가 내렸지만, 1시간 여 운행동안 위험한 상황은 없었다. 혼잡한 도심, 고속 구간, 신호가 없는 교차로까지 다양한 구간을 무사히 운행했다. 라이드플럭스 측은 “눈·비·안개 등 악천후에 강하다”고 설명했다. 시간당 20㎜ 이상 수준의 강한 비가 오거나 세이프티드라이버가 위험하다 판단하지 않는 한 운행한다.

라이드플럭스는 현재 제주공항↔중문단지 외에도, 서귀포 제주혁신도시에서 자유노선 자율주행차를 운영 중이다. 향후 서울, 세종시 등 육지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정하욱 라이드플럭스 부대표는 “지역 다양화, 차량 추가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고도화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③ 도시의 두뇌를 만든다, 포티투닷 

모빌리티 스타트업 포티투닷(42dot)은 현대차 등으로부터 누적 15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신흥 주자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일대 5개 정류장 5.3㎞ 노선에서 로보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한달 남짓 시범서비스로 사람을 태웠고, 현재는 승객 없이 테스트 주행만 한다. 정식 서비스 시점은 서울시와 논의 중이다. 차종은 기아차 니로EV다.

지난달 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에스플렉스 센터에서 포티투닷 로보택시에 탑승했다. 3㎞ 정도 달린 이동 경험은 나쁘지 않았다. 방어운전을 하도록 설정돼 있다 보니 사람 운전보다 답답한 느낌이었지만 안전성은 높았다.

포티투닷은 도심형 통합 솔루션 유모스(UMOS)를 만들고 있다. 윈도우나 안드로이드처럼 이동에 관한 도시 운영체제(OS)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자율주행 솔루션 에이킷(Akit)은 유모스의 핵심 기술이다. 이 회사 정성균 자율주행부문 그룹장은 “버스 같은 큰 차 플랫폼으로 기술을 계속 발전시켜,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서비스 중인 주요 로보택시.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국내 서비스 중인 주요 로보택시.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④ 서비스를 싣고 달린다, 네이버

네이버는 모빌리티의 숨은 강자다. 2017년 자율주행 임시운행 허가를 받았다.  IT 플랫폼 기업 중 가장 빨랐다. 기술을 축적한 네이버는 지난해 말 '가상공간' 디지털 트윈에서 시뮬레이션 중인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알트라이브(ALTRIV)’ 실증 영상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네이버의 강점은 디지털 트윈 플랫폼 ‘아크버스'다. 아크버스는 현실을 가상공간에 ‘복붙’하듯 재현하고, 이를 실제 세계와 연결하는 융합 기술의 총집합이다. 아크버스로 만든 서울시의 디지털 트윈에서 알트라이브는 시내 자율주행을 연습 중이다. 실제 도로 주행 중 얻은 유의미한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선별해 디지털 트윈에 반영하는 식으로 성능을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다양한 센서를 섞어 알트라이브가 정확한 위치를 잡는 데 공을 들였다. 실증 영상에서 알트라이브 차량은 실내 주차장에서도 자연스럽게 층간 이동을 하며 좁은 램프(경사로) 구간을 매끄럽게 통과했다.

네이버의 자율주행 소프트 알트라이브 실증 주행 장면. [사진 네이버]

네이버의 자율주행 소프트 알트라이브 실증 주행 장면. [사진 네이버]

같은 자율주행이라도 네이버의 지향점은 조금 다르다. 차량이라기보단 도로를 달리는 로봇, 네이버의 온라인 서비스를 오프라인에 구현하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자율주행차가 꼭 사람이나 물건만 나를 필요도 없다고 본다. 노래방을 가고 싶다면 노래방을 실은 자율주행차를, 샤워를 하고 싶은 사람을 위해선 샤워실 자율주행차를 부를 수 있게 유연하게 확장 가능하다. 백종윤 네이버랩스 책임리더는 “우리는 차라 생각하지 않고 도로를 달리는 로봇 플랫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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