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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발렛파킹·IOT하수도…“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행정을 바꾼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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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 은평구가 2020년 8월부터 임산부 및 영유아 자녀를 둔 가정을 위한 '아이맘택시'를 도입해 호응을 얻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은평구가 2020년 8월부터 임산부 및 영유아 자녀를 둔 가정을 위한 '아이맘택시'를 도입해 호응을 얻고 있다. 연합뉴스


“정말 편해요. 아직 모르는 분들에게 많이 소개해줄 거예요. 앞으로도 계속 이용할 거고요.”

서울 은평구의 아이맘 택시 후기다. 아이맘 택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고위험군인 임산부, 24개월 이하 영·유아의 병원 진룟길을 돕는 전용 이동수단이다. 2020년 8월 은평구가 전국에서 처음 도입했다. 당시는 2차 코로나19 유행이 거셀 때여서 호평을 받았다. 지난달 27일까지 이용 횟수가 1만2273건에 달할 정도다. SNS엔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가 쭉 이어진다. 서울 광진구·강동구·노원구가 잇따라 벤치마킹했다.

일부 일자리 창출까지 이어져

비결은 ‘맞춤형’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평구는 임산부와 두 돌 안 된 영유아가 검진, 예방접종 등을 위해 의료기관을 정기적으로 찾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터졌다. 진룟길의 불편과 불안 해소 쪽으로 정책이 더욱 다듬어졌다. 은평구 가족정책팀이 머리를 맞댄 끝에 아이맘 택시가 나왔다.

아이맘 택시는 길이 5m가 넘는 미니밴 차량이어서 실내가 넓고 쾌적하다. 카시트와 차량용 공기청정기, 손소독제 등을 갖췄다. 트렁크 공간엔 유모차도 부담 없이 실을 수 있다. 회원에 가입하면 바우처(쿠폰)가 지급되며 비용은 무료다. 앱을 통해 예약만 하면 이용할 수 있지만 이용횟수는 연 10회로 제한을 뒀다. 은평구 가족정책팀 관계자는 “8명의 전담기사를 채용해 일자리 창출로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시 중동 계남고가차도에 마련된 주차로봇 시험운영장에서 주차로봇 '나르카'가 승용차를 주차면으로 옮기고 있다. 이 주차로봇은 직육면체 형태로 차량을 들어 올린 뒤 주차면까지 옮기는 방식으로 구동되며 주차장의 효율을 30%가량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부천시는 설명했다. 연합뉴스

경기도 부천시 중동 계남고가차도에 마련된 주차로봇 시험운영장에서 주차로봇 '나르카'가 승용차를 주차면으로 옮기고 있다. 이 주차로봇은 직육면체 형태로 차량을 들어 올린 뒤 주차면까지 옮기는 방식으로 구동되며 주차장의 효율을 30%가량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부천시는 설명했다. 연합뉴스

행안부, 적극행정 지자체 12곳 선정 

지방자치단체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행정을 바꾸고 있다. ‘로봇 발렛파킹’을 도입해 주차장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면서 배출가스까지 줄인 곳이 있는가 하면, 대표 혐오시설인 쓰레기 매립지를 시민 휴식공간인 수목원으로 변화 시키기도 했다. 행정안전부는 24일 이런 적극행정 우수 지자체 12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부천시는 ㈜마로로봇테크와 2020년 ‘스마트 주차 로봇 서비스’를 개발해냈다. 이후 시범사업을 거쳐 이웃 지자체에 17억 원의 공급계약을 맺기도 했다. 해당 서비스는 ‘나르카’라는 자율주행 로봇이 핵심이다. 나르카는 3t의 무게까지 견딜 수 있고, 초당 평균 45㎝를 이동한다. 2시간 충전에 최대 15시간 주행할 수 있다.

공간 효율 30% 높인 로봇주차 

나르카는 차량이 올라오면, 주차공간으로 옮긴다. 이에 입차부터 출차까지 주차 전 과정에 무인주차 시스템이 작동한다. 좁은 주차공간으로 인해 옆의 차량에 흠집을 내는 ‘문 콕 테러’ 걱정도 없다. 나르카 도입 후 주차공간의 효율이 30% 이상 증가했다는 게 부천시 설명이다. 나르카가 좌우 이동이 가능해 이중주차 공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부천시는 주차공간보다 등록차량 대수가 4만대(2019년 기준)를 웃돈 정도로 주차난이 심각하다. 앞으로 나르카가 보급되면, 주차문제 해결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부천시는 보고 있다. 나르카가 운용 중인 무인 주차장엔 차량 배출가스도 발생하지 않는다. 부천지역은 경기도 내 31개 시·군중 미세먼지 농도가 심각한 곳으로 꼽힌다.

쓰레기 매립장에서 탈바꿈한 부산 해운대수목원 모습. [사진 해운대구]

쓰레기 매립장에서 탈바꿈한 부산 해운대수목원 모습. [사진 해운대구]

쓰레기 매립지가 수목원으로 

쓰레기 매립지가 수목원(62만8275㎡)으로 바뀐 사례도 있다. 부산시 해운대 수목원이다. 해당 수목원 부지는 90년대 초반까지 석대동 쓰레기 매립지로 쓰였다. 당시 악취와 유해가스, 침출수로 지역 주민 피해가 잇따랐다고 한다. 실질적인 매립장 사용이 끝난 뒤에도 사실상 방치돼왔던 곳이다. 그러다 2019년 2월 시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부터 수목원 건립 사업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애초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매립장 위 건축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부산시는 환경부와 협의해 ‘쓰레기 매립 종료 30년이 지나면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받아냈다. 적극적인 법령해석 덕분에 토지보상 등이 마무리되면서 매립지는 쉼터로 바뀌었다. 현재 634종의 수목 19만여 그루가 심겨 있다. 해운대 수목원은 원래 2025년 개방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5월 일부 문을 열었다. 지난달 말까지 24만7000명 찾았다고 한다.

설치비 8분의 1로 줄인 똑똑한 하수도 

서울 용산구의 IoT(사물인터넷) 하수도도 눈길을 끈다. 기존 하수도 모니터링 시스템은 수위계 센서·제어반이 유선 방식이어서 설치를 위해선 도로를 굴착해야 했다. 설치비도 한 곳당 2700만 원가량 필요했다고 한다. 용산구는 이런 불편을 해결하려 SKC인프라서비스와 함께 IoT 기술을 접목했다. 무선이라 굴착이 필요 없어 비용이 330만 원 정도로 낮아졌다. 기존 설치비의 8분의 1수준이다. IoT 하수도는 하수관로 수위를 감시하고, 악취가스 농도까지 측정해준다.

이밖에 경남 밀양 나노국가산단 유치도 우수사례에 포함됐다. 과거 한국전력의 ‘밀양 송전탑 설치’ 논란 때 철회된 투자를 다시 이끌어 4600억 원 규모의 사업을 성사시켰다.

전해철 행안부 장관은 “적극행정 문화가 공직사회에 뿌리내려 더 많은 성과가 창출될 수 있도록 정부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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