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서는 73세 머스크 母 "다시 태어나면 이혼 빨리할 것"

중앙일보

입력 2022.01.25 05:00

업데이트 2022.01.2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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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론 머스크(오른쪽)와 어머니 메이 머스크. 지난해 5월 미국의 인기 방송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에 함께 출연했을 때 사진이다. A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오른쪽)와 어머니 메이 머스크. 지난해 5월 미국의 인기 방송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에 함께 출연했을 때 사진이다. AP=연합뉴스

“아들 얘기만 하고 싶진 않아요.”  

일론 머스크의 어머니 메이 머스크가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 전에 내걸었던 유일한 조건이다.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아들을 낳고 기른 그이지만, 아들이 자신의 삶을 정의하는 것은 바라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메이 머스크는 그 자신의 이름만으로 일가를 이뤄낸 인물이다. 만 73세인 그는 유수 패션지 커버를 장식하는 현역 모델이자, 균형잡힌 삶을 강조하는 임상 영양사로서의 입지도 탄탄히 다졌다.

순탄하진 않았다. 폭력을 휘두르던 남편의 그늘에서 벗어나 싱글맘으로 세 아이를 키우며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었다. 최근 한국어로도 출간된 『여자는 계획을 세운다』(문학동네)에서 그는 ‘일론 머스크의 엄마’가 아닌, 메이 머스크라는 한 여성의 좌절과 극복, 희망의 스토리를 나눈다. 일도 육아도 집안일도 완벽히 해냈다는 자화자찬 수퍼우먼 에세이와는 결이 다르다. 그는 “(나는) 요리에 젬병”이라며 “모든 걸 잘할 필요는 없지만 무엇이든 하나는 잘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조언을 건넨다. 그는 한국어판 출간에 대해 “BTS와 ‘오징어 게임’ 등의 대성공을 거둔 한국에서 내 책이 출판되어 기쁘기 그지 없다”는 소감을 전해왔다.

메이 머스크가 지난 11월 카타르의 한 행사장에 나타난 모습. 빨간 립스틱과 은발이 멋지다. AFP=연합뉴스

메이 머스크가 지난 11월 카타르의 한 행사장에 나타난 모습. 빨간 립스틱과 은발이 멋지다. AFP=연합뉴스

“내 인생은 70세가 넘어서 더 재미있어졌어요. 인생의 전성기는 바로 지금이에요. 내일은 (프랑스) 파리 패션쇼에 입을 옷 피팅이 있고, 팬데믹 상황을 봐야겠지만 (체코) 프라하와 (아랍에미리트연합) 아부다비 패션쇼에도 설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양한 제의가 쏟아지지만 몸이 하나라서 전부 응할 수 없는 게 안타까울 정도랍니다.”  

메이 머스크가 보내온 이메일 답변 중 일부다. 올해 만 73세인 그는 트윗을 올릴 때마다 ‘73세여서 너무 좋아(#ItsGreatToBe73)”라는 해시태그를 붙인다. 이유를 묻자 위와 같은 답을 내놓은 것. 그는 또 “남자들은 아이를 낳았거나, 50세가 넘은 여성은 무시하지만 여성과 또 여성을 지지하는 일부 남성들이라면 여성을 여성으로서 받아들여야 한다”며 “일흔살이 넘은 여성이라고 해서 스타일리시하고 재미있으면서 성공을 거두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리곤 이렇게 쐐기를 박았다. “나이를 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어떤 나이에든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인생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계획을 세운다면 말이죠.”

메이 머스크가 펴낸 책의 한국어판. 문학동네에서 출판했다.

메이 머스크가 펴낸 책의 한국어판. 문학동네에서 출판했다.

말은 쉽지라고 생각한다면, 그가 건네는 조언을 들어보자. 우선 업무 관련 조언이다. 그는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일한다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강조한다. 육아는 어떨까. 그는 한때 두 아들 일론과 킴벌, 그리고 딸 토스카 세 아이를 키워내며 돈이 없어 저녁상에 땅콩버터와 식빵만 올린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의 아이들은 테슬라 CEO(일론), 영화기업 패션플릭스 창업자(토스카), 셰프 겸 요식업 기업가(킴벌)로 키워냈다. 비결은 뭘까. 그는 “아이들이 어리다고 해도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믿어줘야 한다”며 “사랑하는 이들이 각자의 길을 선택하고 그 길을 직접 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지 않았을 선택은 뭔가.  
“전 남편과 결혼을 하지 않았을 거다. 음 그런데, 그렇다면 내 멋진 세 아이들을 만나지 못했을 텐데 그건 말도 안 된다. 이렇게 정정하겠다. 전 남편을 좀 더 일찍 떠났을 거다. (그의) 폭력을 입증해 이혼 소송을 하는 건 너무 힘든 일이었다. 결혼 전후에 겪었던 많은 관계도 좀 더 일찍 끝냈어야 한다. (남자들은) 나를 곧 당연한 존재로 여기고 부당하게 대우했다. 그들을 너무 믿고 그들이 바뀔 거라고 생각했던 게 내 잘못이다. 그들은 절대 변하지 않았다.”  
조심스러운 질문이지만, 독이 되는 관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이유는. 비슷한 처지의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내가 겪었던 많은 관계는 내게 해로웠다. 그럼에도 헤어나오지 못했다. 다른 여성은 나처럼 하지 않기를 바란다. 계획을 세운다면 그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물론 용기는 필요하고 겁도 굉장히 날 것이다. 돈도 모자랄 거고. 하지만 대신 용기를 낸다면 당신에겐 희망이라는 게 생긴다. 몇 년 용기를 낸다면 수십년간의 절망을 떨치고 나아갈 수 있는 거다.”  
책에 전 남편과의 관계를 상세히 털어놓은 게 인상적이었다. 쉽지 않았을 텐데.  
“정말 힘들었다. 처음엔 그 부분은 삭제하려고 했다. 하지만 편집자가 반대했다. 내 이야기에 힘을 얻을 수 있는 여성들이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편집자가 옳았다.”
메이 머스크는 "나이 들수록 인생이 멋지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9월 한 레드카펫에서의 모습. AP=연합뉴스

메이 머스크는 "나이 들수록 인생이 멋지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9월 한 레드카펫에서의 모습. AP=연합뉴스

굳이 이성과의 연애가 아니라 반려동물 등에게서 더 큰 애정을 얻는다는 메시지도 있었는데.  
“글쎄, 내 생각엔 사람들이 연애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는 거 같다. 만약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그 사람 곁에 있을 때가 혼자보다 행복하다면 그렇게 있는 게 맞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그 관계를 끝내야 한다. 나는 지난 40년 동안 싱글이었고 연애를 종종했지만 남자들은 항상 내가 일을 너무 열심히 한다고 화를 내곤 했다. 꼭 이성일 필요가 없다. 가족이나 친구 반려동물 등, 함께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존재를 만들면 된다. 단, 그러기 위해선 당신 스스로가 즐거운 존재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이들은 친구를 사귀기 어려우니까.”  
자녀 얘기를 안 물어볼 순 없다. 한국 속담에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도 있는데. 세 자녀에 대해 들려달라.  
“아이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딸) 토스카는 로맨스 장르의 영화를 감독 및 제작해내고 있다. 우리 인생에서 더 필요한 건 로맨스 아니겠나. (아들) 킴벌은 어렸을 때부터의 관심사를 살려 셰프로 나섰고, 농장에서 신선한 재료를 직접 수급하는 레스토랑을 여럿 운영하고 있고 식생활 개선을 위한 비영리기구도 운영 중이다. 일론은 (전기차를 통해) 지구를 구하겠다고 나섰고 기후변화 위기에도 대응하고 있으며 이젠 우주 개척에도 나섰다. 내 친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아버지는 항상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모험을 즐기시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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