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안동현의 이코노믹스

제도권 편입 후, 점차 주가와 동조화 현상

중앙일보

입력 2022.01.2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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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비트코인은 어떻게 될까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비트코인은 금융위기가 한참이던 2008년 10월 ‘사카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개발자가 발표한 후 다음 해 1월 소스 코드를 공개하면서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그는 부패한 정부와 이에 조종받는 중앙은행의 독점적 발권력, 그리고 탐욕스러운 월가에 대항해 탈중앙화된 무정부주의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창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비트코인은 민간 주도의 신뢰 기반 화폐를 표방하면서 출범했다. 1971년 달러화의 금태환 정지로 금본위제가 붕괴한 후 모든 국가가 발행하는 법정 화폐(fiat money)는 라틴어 ‘fiat’(명령)가 의미하듯 실물자산과의 태환성이 없이 오로지 국가의 권위를 바탕으로 가치가 부여된 신뢰 기반 화폐다. 따라서 법정화폐나 비트코인이나 사용자의 신뢰에 기반한 가치를 지닌다는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만큼 결국 어떤 화폐를 더 신뢰하는지 일종의 경쟁을 해보자는 대담한 시도였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화폐의 지위를 인정받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각국 중앙정부가 화폐주조 독점권과 이에 따른 통화정책에 대한 도전을 용인할 리 없기 때문이다.

화폐도 재화도 아니나 희소성 커
선물펀드 상장되며 자생력 생겨
주가 변동의 선행지수화 경향
향후 미국 금융정책에 관심 쏠려

그렇다고 자산으로 보기도 애매하다. 비트코인은 그 자체가 소비를 통해 효용을 제공하지도 않으니 일반 재화로 볼 수 없고 이자나 배당을 제공하지 않으니 자본자산으로도 간주할 수 없다. 굳이 따지면 금과 같은 귀금속과 유사하다. 금은 약 10~12%의 산업 수요가 있지만 이를 제외하면 모두 귀금속 수요다. 그런데 희소성 외에 사람들이 왜 금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인지 딱히 꼬집어 설명하기 힘들다. 그 색깔이나 광채, 비산화성 등 이유를 들 수 있지만 딱히 설득력이 있지는 않다. 비트코인은 공급량이 사전적으로 정해진 만큼 희소성의 조건은 만족한다.

현물 상장지수 포함 여부 촉각

문제는 사람들이 가치를 부여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는 비트코인은 금보다 더 취약하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이유가 제시되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교수가 신작 『내러티브 경제학』에서 얘기한 것처럼 ‘미래 참여’라는 내러티브가 가치를 부여했다는 주장이나, 미래 지급결제 수단으로 채택할 가능성에 대한 복권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등 여러 이유가 제시됐지만, 아직 딱히 정답이라 부르기 힘들다. 다만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가치의 씨앗이 뿌려지면 케인스의 ‘뷰티 콘테스트’ 논리에서 보듯 가치는 자생력을 가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그 결말이 튤립 버블처럼 붕괴할지 금과 같이 가치가 지속할지는 판단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비트코인의 가치를 인정하는 일련의 전환점이 구축됐다. 2017년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비트코인 선물이 상장된 이후 지난해 2월 캐나다, 그리고 10월 비트코인 선물 ETF(상장지수펀드)가 상장됐다. 12월 현물 ETF 상장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해 좌초됐으나 상장은 시간 문제로 간주하고 있다. 제도권에 유입되면서 순치(domestication)와 교화(institutionalization)가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순치 과정에서 최근 비트코인의 특성이 발현되기 시작했다.

주가 떨어질 때 더 크게 떨어져

달러 인덱스, S&P500의 주간 수익률이 비트코인의 주간수익률에 미치는 영향.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달러 인덱스, S&P500의 주간 수익률이 비트코인의 주간수익률에 미치는 영향.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림 1〉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주별 자료를 통해 달러 인덱스 수익률과 S&P500 수익률이 비트코인의 수익률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림에서 보듯 비트코인 가격은 달러 인덱스나 주가와는 어떤 일정한 관련성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야생마처럼 혼자 날뛰는 모습이다. 반면 〈그림 2〉는 비트코인이 점차 제도권에 편입된 2020년부터 2021년까지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어느 정도 일정한 관계가 관찰된다.

전체적으로 주가가 오른다고 해서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가가 하락할 때는 비트코인 가격 역시 하락하는 성향을 보였다. 그리고 그런 동반 하락 성향은 달러가 강세를 보일 때 더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리하면 평온한 시장 상황에서 비트코인은 주가와는 관련 없이 독립적으로 움직이지만 시장에 충격이 올 경우 전형적인 위험자산으로 주식보다 훨씬 더 큰 하락폭을 보여 준 것이다.

달러 대안화폐 될 조짐은 없어

따라서 현재 비트코인 가격의 움직임은 일정 부분 자신의 특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비트코인이 제도권에 편입되면서 기관투자자들이 투자에 나서면서 주식과의 동조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상승장에서는 상관성이 매우 떨어지고 민감도도 낮지만 하락장에서는 상관성이 높아지고 민감도가 증폭하는 비대칭이 관찰됐다. 그리고 달러를 대체하기 위해 제시된 대안화폐로서의 성격은 딱히 나타나지 않았다.

달러를 대체한다면 달러가치와 비트코인의 가치는 강력한 역의 관계를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추세는 주가 급락 시에만 관찰됐다. 주가 급락하면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가 급등하는 만큼 주가가 떨어질 때 나타나는 달러 가치와 비트코인 가치의 역관계는 비트코인이 대안화폐 성질을 보여주었다기보다는 극(極) 위험자산으로서의 성격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러한 극 위험자산으로서의 성격은 시장에 조정이나 위기가 닥칠 때 먼저 가격이 조정을 받는다는 측면에서도 관찰된다. 바람이 불기 전에 누워버리는 풀처럼…. 일반적으로 시장에 조정이나 위기가 닥칠 경우 신흥국 주가가 먼저 조정을 받고 이후 미국과 같은 선진국 주가가 조정을 받는다. 기관투자자의 경우 위험을 감지해 주식 포지션을 줄일 경우 가장 위험한 신흥국 주식부터 먼저 매도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비트코인 하락 때 달러는 상승

달러 인덱스, S&P500의 주간 수익률이 비트코인의 주간수익률에 미치는 영향.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달러 인덱스, S&P500의 주간 수익률이 비트코인의 주간수익률에 미치는 영향.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비트코인은 어떨까? 〈표 1〉에서 보듯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비트코인은 달러나 주가와 어떤 관련성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2020년 이후를 보면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진다. 달러와 비트코인의 주간 수익률은 같은 기간에서 상관계수가 -0.198로 유의미한 음의 값을 보여주고 있다. 동일 기간에서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다음 주의 달러 수익률 역시 -0.135의 상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즉,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할 때 같은 주뿐 아니라 다음 주에도 달러 가치는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시장에 충격이 있을 때 외환시장에 선행해 비트코인이 충격을 반영하는 걸 보여준다. 주가의 경우 이러한 현상은 더 짙어진다. 동일한 기간 비트코인과 주가는 수익률의 상관계수가 0.237로 높은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그다음 주 주가와의 상관계수는 0.305로 더 높아진다. 즉 비트코인 가격이 주가에 선행해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형적인 극 위험자산의 특성이다.

물론 아직 비트코인의 순치 과정이 끝나지 않은 만큼 현재의 특성이 지속한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비트코인 가격의 움직임은 순치 과정에서 어떤 특성이 발현되는지에 대해 관찰할 기회를 주고 있다. 비트코인이 화폐냐 자산이냐의 논쟁은 현재 시점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미국이나 중국을 포함해 어느 나라에서도 중앙은행 고유의 화폐주조권을 양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아예 가상화폐의 거래를 원천 봉쇄하는 방식으로 대처한 반면 미국은 대안화폐가 아닌 자산으로서 진화하도록 제도권 편입을 통해 순치시킨 것이다. 구소련의 과학자 벨라예프(Belayev)의 실험에 따르면 여우를 개처럼 순치시키는 데 4세대가 걸렸다고 한다. 비트코인의 경우 이제 순치 과정은 시작 단계지만 미국이 어떻게 순치시키고자 하는지 어느 정도 방향성은 관찰됐다고 보인다.

키워드
1. 케인스의 뷰티 콘테스트
케인스가 주가가 형성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이론이다. 미인 대회에서 수상자를 알아맞히면 보상을 준다고 하자. 그럴 경우 자신이 가장 미인이라고 판단하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많은 사람이 미인이라고 판단할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가장 많은 사람이 미인이라고 판단할 후보자를 선택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무한 상승 작용이 일어나 수상자가 결정되게 된다. 주가 역시 개인의 내재가치 평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중의 가치 평가에 대한 대중의 평가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주장했다.

2. 상관계수
상관계수는 두 변수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수치다. 수치가 가지는 값의 범위는 -1에서 1사이다. 이 수치가 양(음)의 값을 가지면 서로 정(역)방향으로 움직임을 의미한다. 그리고 절댓값이 클수록 그러한 방향성의 강도가 강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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