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준비 없이 겁만 주는 K방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월 3일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수송 모의훈련에서 백신 수송트럭 출발에 앞서 군ㆍ경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월 3일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수송 모의훈련에서 백신 수송트럭 출발에 앞서 군ㆍ경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오미크론 심각하다”며 뾰족한 대책 없어

헷갈리는 새 지침에 국민·병원 한숨만

정부가 내일부터 코로나19의 방역 대응을 전환한다고 밝혔다. 격리 기간이 10일에서 7일로 단축되는 등 변화가 생기지만, 핵심인 새 진단 검사체계는 오미크론 변이가 심각한 광주광역시 등 4개 지역에만 적용한다. 사흘 연속 확진자가 7000명을 넘어선 만큼 정부의 기존 예고에 따르면 대대적인 변화가 즉시 이뤄져야 하지만, 바뀌는 시늉만 한 셈이다. 그런데 이 정도의 변화만으로도 큰 혼란이 예상된다. 정부가 새 전략에 대해 국민과 의료기관에 내용조차 제대로 알리지 않은 탓이다.

어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발표 현장에선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자가검사 키트 제품 종류부터 새로운 검사를 언제 전국으로 확대하는지 등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담당 기자들이 이 정도니 일반 국민의 고충은 훨씬 클 것이다.

우리나라는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 속도가 느린 편에 속한다. 상대적으로 대비할 시간이 넉넉했다는 얘기다. 정부가 오미크론 확산 대응전략을 발표한 건 지난 14일이다. ‘확진자 하루 7000명부터는 통상적인 감염 통제 대신 중증 예방과 자율·책임 중심의 대응전략으로 전환, 즉시 추진한다’고 밝혔다. 열흘 뒤 상황이 닥치고 보니 세부 항목 중 제대로 준비된 게 별로 없다. 시민들에게 설명도 안 돼 있다. 어떤 사람은 무료로 PCR검사를 받고 누구는 의료기관에 가서 진료비를 내야 한다. 내일부터 지역별로 무료·유료의 차이가 생긴다. 검사 키트의 가격이 치솟고 품귀가 벌어지진 않을지 걱정스럽다. 당장 1주일도 남지 않은 설 연휴 때 증상이 나타나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경증 확진자를 동네 병·의원에서 외래 진료 후 재택치료를 받게 한다는데, 의사들 사이에서는 “일반 환자를 진료하다 코로나 환자가 오면 방호복을 입어야 하는 거냐”는 등의 질문이 나온다. 동네 병·의원 입장에선 확진자가 다녀가기만 해도 점검을 받았는데, 갑자기 확진자를 진료하라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방역 당국은 “국민과 의료인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데 코앞에 닥쳐서 방침만 발표하면 인식이 바뀌는가.

K방역 자랑이 한창이던 1년 전엔 군 특수부대 요원 등을 투입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수송 모의훈련을 하면서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인플루엔자 백신을 비롯해 늘 이뤄지는 약품 운송에 군인까지 동원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왔다.

정작 오미크론 확산으로 확진자가 7000명대에 달하는 지금, 훈련은 고사하고 기본 지침 전달도 미흡하다. 이 와중에 복지부 직원 24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며 인력의 30%가 재택근무로 배정됐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조만간 하루 확진자 2만~3만 명을 예상하는 상황이다. 계속 나태한 대처로 일관해 또다시 억울한 사망자가 속출한다면 관련자들은 엄중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