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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금리까지 뛰니…코로나로 닫힌 지갑 더 닫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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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충격으로 위축한 민간 소비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물가와 금리 인상 등으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어, 민간 경제 활력이 더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요 부분별 GDP 비중 변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수요 부분별 GDP 비중 변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24일 현대경제연구원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총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1~3분기) 64.8%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1~3분기) 65.9% 비해 1.1%포인트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경제연구원이 한국은행의 국민계정통계를 분석한 결과다. 총소비는 민간과 정부 소비의 합이다. 코로나19 이후 GDP 대비 총소비 비중이 작아진 건 이 중 민간 소비가 위축한 탓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3분기 기준 2019년에 총소비에서 78.2%를 차지했던 민간 소비 비중이 지난해 77.0%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정부 소비는 21.8%→23.0%로 늘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민간 소비는 지출 항목이 정해져 있어서 비중 변화가 웬만해서는 거의 없다”며 “이렇게 1%포인트 이상 줄어드는 것은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와 1997년 외환위기 정도 같은 경제 충격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했다.

민간 소비 정부 소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민간 소비 정부 소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민간 소비 위축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인이 버는 돈에 비해 씀씀이를 줄인 탓이다.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에서 지난해 2분기 72.2%로 올라왔던 평균소비성향이 지난해 3분기에는 68.3%로 다시 떨어졌다고 밝혔다. 평균소비성향은 가계가 쓸 수 있는 소득인 처분가능소득에서 실제 소비한 금액의 비율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평균소비성향이 통상 70%를 상회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1분기(66.6%) 평균소비성향이 60%대로 떨어진 후 지난해 3분기를 빼면 최근까지 한 번도 70%를 넘기지 못했다. 돈이 있어도 지갑을 닫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경향은 최근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통계청은 지난해 11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1.9% 줄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은 정부가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코로나)’으로 방역 정책을 일시 완화한 시기다. 하지만 정작 소비는 오히려 10월보다 감소했다.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역정책을 완화하더라도 소비 지출을 과거처럼 늘리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높아진 물가도 소비 위축의 원인이 됐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최근에는 가계가 지갑을 더 닫았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3.9포인트로 전월 대비 3.7포인트 감소했다.

문제는 이런 민간 활력 감소가 앞으로 더 크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등 통화 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하자 한국은행도 지난해 8월부터 0.25%씩 총 3차례에 걸쳐 금리 인상을 선제적으로 단행했다. 그나마 경제를 떠받쳤던 유동성이 다시 회수되는 것이다. 특히 시중 대출 금리가 급격히 올라가면 가계 소비는 더 많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위기로 소득과 일자리가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최근 물가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일단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는 심리가 퍼져 민간 소비가 움츠러들고 있다”면서 “민간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면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 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국가 부채를 증가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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