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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아파트 붕괴 14일째…수색도 수사도 속도 못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광주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가 14일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실종자 5명의 구조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소방당국이 최근 전국 구조대원 동원령까지 발령했으나 수색·구조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위태로운 외벽과 타워크레인 등 구조 작업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적지 않아서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23일에서야 붕괴 건물(201동) 동쪽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던 대형 거푸집과 타워크레인 상층부를 해체했다. 사고 발생 뒤 타워 크레인의 2차 붕괴 가능성 때문에 이를 해체하는 작업이 시작됐지만,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면서 시간이 흘렀다.

이 와중에 위태롭게 서 있는 외벽(옹벽)이 무너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작업이 더욱 늦어지고 있다. 원활한 수색을 위해서는 곳곳에 쌓여 있는 콘크리트를 깨거나 잘라내야 한다. 사고 현장은 39층 높이에서 23층까지 모퉁이 쪽 슬래브(철근 콘크리트구조의 바닥)가 차례차례 무너져 내리면서 시루떡같이 엉겨 붙은 모양새다. 구조견이 반응을 보인 22층에는 소형 굴삭기가 동원되기도 했다. 문제는 작업 중 발생하는 진동이 간신히 서 있는 외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아파트 남측 면은 23층~옥상까지 외벽만이 간신히 서 있다. 최명기 대한민국 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옹벽이 마치 책상 위에 책을 세워둔 것처럼 서 있다”며 “수색 중 진동이나 강풍으로 인해 벽이 넘어지지 않게끔 안정화하는 게 (현 상황에서는)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잔해물 낙하 위험과 남측 외벽에 설치된 작업용 승강기도 구조작업의 걸림돌이다. 사고수습본부는 층간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층별 슬래브를 받치는 잭 서포트(Jack support) 설치를 완료했다. 애초 남측 벽면에 간신히 매달려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던 승강기는 당국과의 협의 하에 그대로 놔둔 상태다.

24일부터 24시간 수색작업이 시작되지만 이미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은 까맣게 탔다. 안정호 피해자가족협의회 대표는 “하루빨리 안전한 구조 환경이 만들어져야 구조대원들도 수월하게 일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4~5일 전부터 20층까지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사다리차라도 갖다 달라고 요구했는데 실제 이용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실종자 수색 장기화로 인해 현대산업개발 책임자에 대한 경찰 조사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2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번 주 중으로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붕괴원인 등을 따져보기 위한 소환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경찰은 지난 17일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과 안전관리 책임자 등 10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입건했지만, 본격적인 책임자 소환조사는 못 한 상태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책임자 조사보다 실종자 수색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이 사고현장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상시 대기하면서 현장 정보를 제공하면서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게 경찰과 현대산업개발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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