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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금 깎자는 기재부에 "영유아 투자 늘려야" 반격한 교육부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2월 부산의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해 12월 부산의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학령인구 감소에 발맞춰 유·초·중등교육에 투자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자 교육계가 반격에 나섰다. 별도 대응 조직을 꾸려 영유아 투자 규모를 오히려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정부 부처 간 이견이 이어지면서 교부금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4일 '지방교육재정 제도 개선 추진단'(추진단)을 구성하고 첫 회의 겸 토론회를 가졌다. 추진단은 정종철 교육부 차관이 단장을 맡았다. 시·도 교육청,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교육재정·경제학·행정학 등 학계 전문가, 교원·학부모 단체 대표 등 20여명으로 구성됐다.

교육계가 추진단을 꾸린 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개편하려는 기획재정부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또한 4월 관계 부처 협의를 앞두고 교육계 자체 논리를 만들고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정종철 교육부 차관(오른쪽 두 번째)이 24일 세종시티 오송호텔에서 열린 지방 교육재정 제도개선 추진단 발족 및 전문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교육부

정종철 교육부 차관(오른쪽 두 번째)이 24일 세종시티 오송호텔에서 열린 지방 교육재정 제도개선 추진단 발족 및 전문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교육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중앙 정부가 걷는 세금 중 관세를 제외한 나머지)의 20.79%를 떼서 조성하는 예산이다. 액수를 정하는 대신 일정 비율을 떼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경제 규모(내국세)가 커지면 교부금도 자연스레 커진다. 이 돈은 유치원과 초·중·고 교육에만 투입할 수 있어 '칸막이 예산'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최근 저출산 영향으로 학령인구가 줄면서 대학·직업·평생 교육 등에도 유연하게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예산 주무 부처인 기재부는 지난해 9월부터 학생 수 감소에 맞춰 내국세와 연동된 교부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2년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이런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4월 이후엔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아직 OECD 못 미쳐…영유아 투자 늘려야"

하지만 교육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학생 수보다 학교·학급·교원 수가 교육재정 수요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학령인구는 줄고 있지만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교원·학급 수를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육재정을 줄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교육계 측 패널로 참석한 손호성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아직 공공 영역으로 완전히 편입되지 않은 영유아기 교육 공공성을 강화하려면 안정적인 교부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령인구가 줄었으니 예산을 줄이자는 건 지나치게 규범적인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초등학교, 중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각 23명, 26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초등학교 20명, 중학교 23명)보다 높은 수준이다. 같은 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유아 교육비 비중도 0.46으로 OECD 평균(0.60), 유럽연합(EU) 평균(0.56)보다 낮았다.

지난해 12월 23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줄을 서서 등교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해 12월 23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줄을 서서 등교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기재부 "교육 투자 감축 아닌 운용 효율화" 

반면 기재부는 "교육 투자를 줄이자는 게 아니라 운용 방식을 효율화하자는 취지"라고 맞섰다. 나주범 기재부 재정혁신국장은 "최근 신도시가 늘며 일부 지역에서 학급수가 늘어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학생 수가 감소하면 학급 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 국장은 "교부금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초·중등 교육 외에 다른 목적으로도 예산을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 범위 내에서 재원을 적절히 배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교원 인건비 등을 재정 당국이 보장해주면 교부금 개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절충적 의견도 나왔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원 인건비 등 최소한의 비용을 보장하는 대신 나머지 투자 부문에서 내국세 연동률을 줄이는 식으로 타협할 수도 있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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