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에 발맞춰 유·초·중등교육에 투자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자 교육계가 반격에 나섰다. 별도 대응 조직을 꾸려 영유아 투자 규모를 오히려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정부 부처 간 이견이 이어지면서 교부금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4일 '지방교육재정 제도 개선 추진단'(추진단)을 구성하고 첫 회의 겸 토론회를 가졌다. 추진단은 정종철 교육부 차관이 단장을 맡았다. 시·도 교육청,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교육재정·경제학·행정학 등 학계 전문가, 교원·학부모 단체 대표 등 20여명으로 구성됐다.
교육계가 추진단을 꾸린 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개편하려는 기획재정부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또한 4월 관계 부처 협의를 앞두고 교육계 자체 논리를 만들고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중앙 정부가 걷는 세금 중 관세를 제외한 나머지)의 20.79%를 떼서 조성하는 예산이다. 액수를 정하는 대신 일정 비율을 떼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경제 규모(내국세)가 커지면 교부금도 자연스레 커진다. 이 돈은 유치원과 초·중·고 교육에만 투입할 수 있어 '칸막이 예산'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최근 저출산 영향으로 학령인구가 줄면서 대학·직업·평생 교육 등에도 유연하게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예산 주무 부처인 기재부는 지난해 9월부터 학생 수 감소에 맞춰 내국세와 연동된 교부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2년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이런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4월 이후엔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아직 OECD 못 미쳐…영유아 투자 늘려야"
하지만 교육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학생 수보다 학교·학급·교원 수가 교육재정 수요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학령인구는 줄고 있지만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교원·학급 수를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육재정을 줄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교육계 측 패널로 참석한 손호성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아직 공공 영역으로 완전히 편입되지 않은 영유아기 교육 공공성을 강화하려면 안정적인 교부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령인구가 줄었으니 예산을 줄이자는 건 지나치게 규범적인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초등학교, 중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각 23명, 26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초등학교 20명, 중학교 23명)보다 높은 수준이다. 같은 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유아 교육비 비중도 0.46으로 OECD 평균(0.60), 유럽연합(EU) 평균(0.56)보다 낮았다.
기재부 "교육 투자 감축 아닌 운용 효율화"
반면 기재부는 "교육 투자를 줄이자는 게 아니라 운용 방식을 효율화하자는 취지"라고 맞섰다. 나주범 기재부 재정혁신국장은 "최근 신도시가 늘며 일부 지역에서 학급수가 늘어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학생 수가 감소하면 학급 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 국장은 "교부금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초·중등 교육 외에 다른 목적으로도 예산을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 범위 내에서 재원을 적절히 배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교원 인건비 등을 재정 당국이 보장해주면 교부금 개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절충적 의견도 나왔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원 인건비 등 최소한의 비용을 보장하는 대신 나머지 투자 부문에서 내국세 연동률을 줄이는 식으로 타협할 수도 있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