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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 지점 시루떡 됐다"...아이파크 붕괴현장 수색 더딘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4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 22층에서 전문구조대원들이 소형 굴삭기를 이용해 인명구조견이 이상반응을 보인 곳을 중심으로 수색·안정화작업 등을 벌이고 있다. 뉴스1

24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 22층에서 전문구조대원들이 소형 굴삭기를 이용해 인명구조견이 이상반응을 보인 곳을 중심으로 수색·안정화작업 등을 벌이고 있다. 뉴스1

광주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가 14일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실종자 5명의 구조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소방당국이 최근 전국 구조대원 동원령까지 발령했으나 수색·구조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타워크레인 일부 해체, 안정성 확보”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23일에서야 붕괴 건물(201동) 동쪽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던 대형 거푸집과 타워크레인 상층부를 해체했다.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는 전날 현장 브리핑에서 “오늘 145m 타워 크레인에 매달려 있던 27t 콘크리트 무게추와 55m 붐대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붐대는 타워 크레인에게 사람의 ‘팔’과 같은 부위다.

광주 39층 아파트 ‘붕괴의 재구성’ 그래픽 이미지.

광주 39층 아파트 ‘붕괴의 재구성’ 그래픽 이미지.

최명기 대한민국 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쉽게 말해 (타워 크레인이) 핫도그처럼 서 있었다고 보면 된다”며 “지금은 (무게추 등 제거로) 핫도그 속 막대기만 서 있는 상태다. 어느 정도 안정성을 찾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고발생 뒤 위태롭게 서 있던 타워 크레인의 2차 붕괴 위험 가능성이 나왔다. 이 때문에 타워 크레인 해체가 우선됐다. 하지만 크레인과 연결된 잔존 외벽이 기울면서 작업 중단→진행→중단이 반복됐다. 해당 사고현장 원청인 HCD현대산업개발은 무너지지 않은 잔존 외벽 변위(變位)의 허용기준을 ±45㎜로 보고 있는데, 이를 초과했다. 작업이 지연된 만큼 본격적인 실종자 수색도 늦어졌다.

이 와중에 옹벽이 무너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결국 기존 계획과 달리 타워 크레인을 완전히 철거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옹벽 안정화 구조작업과 병행”

지난 23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붕괴사고 신축 아파트 건물 내부 야간수색 작업에 투입된 구조대원들이 찢겨져 나간 잔해물을 제거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3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붕괴사고 신축 아파트 건물 내부 야간수색 작업에 투입된 구조대원들이 찢겨져 나간 잔해물을 제거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현장은 옹벽 안정화가 시급하다. 원활한 수색을 위해서는 곳곳에 쌓여 있는 콘크리트를 깨거나 잘라내야 한다. 사고 현장은 39층 높이에서 23층까지 모퉁이 쪽 슬래브(철근 콘크리트구조의 바닥)가 차례차례 무너져 내리면서 시루떡같이 엉겨 붙은 모양새다. 구조견이 반응을 보인 22층에는 소형 굴삭기가 동원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작업 중 발생하는 진동이 간신히 서 있는 외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아파트 남측 면은 23층~옥상까지 내부 구조물이 비어 있다. 외벽만이 간신히 서 있다. 최 교수는 “옹벽이 마치 책상 위에 책을 세워둔 것처럼 서 있다”며 “수색 중 진동이나 강풍으로 인해 벽이 넘어지지 않게끔 안정화하는 게 (현 상황에서는)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옹벽 안정화 작업을 구조 작업과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크레인과 거푸집을 일부 해체해 어느 정도의 안정성은 확보됐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옹벽에 24시간 계측을 진행하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위험 상황이 감지되면 바로 후속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부적인 옹벽 안정화 계획에 대해서는 “처음엔 와이어로 벽을 꿰매 잡고 있으려 했지만, 지금은 (계획이) 수정됐다”며 “최적의 방안을 찾기 위해 다각도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최적의 방안을 찾는 데 또다시 시간이 흘러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정성 확보가 곧 구조 속도”

17일 오전 광주시 화정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당국 등 관계자들이 크레인을 타고 사고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7일 오전 광주시 화정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당국 등 관계자들이 크레인을 타고 사고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옹벽 붕괴 위험 외 추가로 고려해야 할 사안에는 잔해물 낙하 위험과 남측 외벽에 설치된 승강기가 있다. 붕괴한 25~26층 역시 위에서 슬래브가 켜켜이 쌓여 있다. 중간에 걸려 있는 콘크리트가 떨어지지 않게 위에서부터 잔해를 드러내며 진동으로 인한 추가 낙하를 막아야 한다.

사고수습본부는 층간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층별 슬래브를 받치는 잭 서포트(Jack support) 설치를 완료했다. 애초 남측 벽면에 간신히 매달려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던 승강기는 당국과의 협의 하에 그대로 놔둔 상태다. 강풍 등에 의해 승강기가 흔들리면 외벽도 같이 흔들리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벽을 잡아주고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24일부터 24시간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이미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은 까맣게 탔다. 안정호 피해자가족협의회 대표는 “하루빨리 안전한 구조 환경이 만들어져야 구조대원들도 수월하게 일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4~5일 전부터 20층까지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사다리차라도 갖다 달라고 요구했는데 실제 이용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이어 “현대산업개발이 먼저 쓸 수 있는 모든 장비를 현장에 갖다 놓고 논의를 하는 등 미리미리 준비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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