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긴박한데, 독일이 대러시아 전선 약한고리…왜?

중앙일보

입력 2022.01.24 18:41

업데이트 2022.01.24 18:57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포스터를 사격 연습 표적으로 삼고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포스터를 사격 연습 표적으로 삼고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하는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요 동맹국인 독일이 서방의 ‘대러시아 전선’에서 한 발 빼는 모양새다. 외신은 “러시아 천연가스 주요 수입국인 독일이 대러 전선의 ‘약한 고리’가 됐다”고 전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독일이 군함과 대공방어 시스템을 지원해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구를 거절한 데 이어 에스토니아가 자국 내 배치한 독일산 122㎜ D-30 곡사포를 우크라이나로 이전하게 해달라는 요청도 불허했다고 전했다.

크리스 엔가바 에스토니아 국방부 장관 고문은 “독일이 (무기 이전을) 승인해줄 것을 희망한다”면서 “에스토니아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실질적으로 돕고 싶다”고 말했다.

에스토니아는 자체 무기 산업이 거의 없어 나토 동맹국에서 들여온 무기를 이전하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은 기존 원칙을 고수 중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살상 무기 수출을 자제하는 게 독일의 원칙”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요구를 거부했다.

이는 미국·영국·캐나다를 비롯해 체코와 발트 3국 등 동유럽이 최신형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고, 일부 국가에선 특수 부대를 파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크라이나는 독일을 향해 “깊이 실망했다”며 우크라이나 주재 독일 대사를 불러 항의했을 정도다.
앞서 미국은 에스토니아를 포함해 라트비아·리투아니아 발트 3국에 대해 미국산 무기를 우크라이나로 이전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연합뉴스

WSJ은 이 같은 독일의 태도는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높은 의존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은 2038년까지 자국 내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올해 안에 마지막 남은 원전 3기의 가동을 멈출 예정이다.

유럽외교위원회 구스타프 그레셀 수석정책연구원은 “탈원전·탈석탄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독일은 러시아 가스에 완전히 종속됐고,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할 경우 대응력을 잃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독일과 러시아가 격한 대립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리히바드 독일 총리 안보 고문은 “러시아가 최근 동유럽 국가에 천연가스 공급 중단을 경고했지만, 독일을 압박한 적은 없다”며 “양국 사이에 에너지 공급을 둘러싼 신뢰관계가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역사학자 카차 호이어는 “독일이 주저할수록 러시아는 도박(우크라이나 침공)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독일이 나토의 방어선에 약한 고리가 됐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위망을 좁혀 들어오고 있다. 이날 가디언은 러시아 상륙함 6척이 지난주 지중해를 통과했다며 “우크라이나 남해안(흑해)에 들어올 경우 러시아의 수륙양용 상륙작전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해당 함대는 로프차급(4100t) 5척과 이반그렌급(6600t급) 1척이다. 로프차급은 대형 전차를 수송할 수 있으며, 로켓 발사기와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을 갖췄다. 이반그렌급은 헬기 격납고가 있다

또 우크라이나는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가 용병을 고용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 당국자는 “러시아가 개전 가능성이 커지자 우크라이나 남부 친러 지역인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에서 용병을 고용하고, 이 지역의 분리주의자들에게 연료와 탱크·자주포를 보급 중”이라고 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는 벨라루스-우크라이나 국경에 이스칸데르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배치한 데 이어 최정예 공수부대인 스페츠나츠 부대와 대공 포대를 파병했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예프를 위협할 수 있는 비상한 배치”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 고위 관리는 “현재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된 러시아 병력은 정상적인 훈련 상황으로 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면서 “전체 그림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3면 포위한 러시아군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로한 컨설팅·뉴욕타임스]

우크라이나 3면 포위한 러시아군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로한 컨설팅·뉴욕타임스]

이날 미국은 우크라이나 내 모든 미국인의 출국을 권고하고,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직원 가족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NYT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민을 대피시킨 뒤 우크라이나 주변에 최대 5만 명의 병력을 증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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