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주가 암흑시대…상장 앞둔 현대엔지니어링,나어떡해

중앙일보

입력 2022.01.24 18:35

업데이트 2022.01.24 18:49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엔지니어링 사옥. 오른쪽은 현대건설 본사. 네이버지도 캡처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엔지니어링 사옥. 오른쪽은 현대건설 본사. 네이버지도 캡처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에 이어 서울의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에서 흔들림 현상이 발생하면서 건설업계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주식시장 상장을 코앞에 둔 현대엔지니어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오는 25~26일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모가를 확정한다. 공모 규모는 1600만주이며, 희망 공모가는 5만7900~7만5700원이다. 예상 시가총액은 4조6300억~6조500억원이다.

특히 이번 수요예측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의 구주 매출 규모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총 공모주식 1600만주 가운데 신주 발행은 400만주로 25%에 불과하고, 나머지 75%인 1200만주는 구주매출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주식 890만3270주(11.72%)를 보유한 정의선 회장은 공모 과정에서 534만1962주를 매각할 예정이다.

구주 매출은 향후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공모가가 높을수록 정 회장에 유리하다. 수요예측이 흥행에 성공해 공모가가 최상단에 형상되면 정 회장은 4043억원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하단에 머물 경우 3093억원에 그쳐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이 1000억원가량 줄게 된다.

건설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예상 시가총액을 놓고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분석이 많다. 건설업계 선두주자들의 시가총액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현대엔지니어링 모회사인 현대건설의 시가총액은 4조6714억원(24일 종가기준,이하 동일)이고, GS건설은 3조4233억원이다. 대우건설의 시가총액은 2조3649억원이고, 이번에 광주사고가 터진 현대산업개발의 시가총액은 1조원 이하(9425억원)로 곤두박질쳤다.

지난 22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서 타워 크레인과 거푸집 해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2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서 타워 크레인과 거푸집 해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DL이앤씨도 지난 20일 서울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업무동인 디타워에서 이상 진동 접수 후 다음날 주가가 7.7% 하락했다. 건설업계에서는 광주 사고 이후 현장 감독 강화, 아파트 건설 공기 지연으로 건설원가가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여기에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둔 데다 부동산 시장 하락세 등 악재가 겹치면서 향후 주택 경기 전망도 안갯속이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건설업 섹터 전반의 상황이 많이 안 좋아진 상황이라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흥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대형 건설사의 주가 하락 폭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현재 건설사 주가는 바닥"이라며 "분양원가 공개 내용에 따르면 전체 직접공사비에서 10가지 항목의 건축비가 차지하는 비용을 고려했을 때 (분양원가 공개) 규제 강화시 원가 상승 노출도가 25%라고 볼 수 있는데, 노출된 공사원가가 기존 대비 100% 상승해야 현재 주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기룡 애널리스트는 "결국 현대엔지니어링이 추진하는 수소, 소형 원자로 등 신사업의 전망, 오너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에 얼마나 프리미엄을 줄 수 있을지에 따라 흥행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수소 생산, 이산화탄소 자원화, 폐기물 소각·매립, 소형 원자로 등 신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 전체 매출의 10%를 친환경·에너지 사업으로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친환경·에너지 신사업은 기존 사업에서 축적된 역량과 다양한 사업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수요예측과 다음 달 3·4일 공모주 청약을 거쳐 15일 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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