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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아래 지하?…긴축 우려에 1년 만에 2800 무너진 코스피

중앙일보

입력

 24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42.29p(1.49%) 하락한 2792.00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24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42.29p(1.49%) 하락한 2792.00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코스피의 시계가 2020년 12월로 되돌아갔다. 13개월 만에 2800선이 무너지며, 1년여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미국의 조기 긴축 우려에 따른 나스닥의 부진, 원자재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고조되며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며 '검은 월요일'을 맞았다.

2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49% 하락한 2792.00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2800선 아래로 떨어진 건 2020년 12월 23일(2759.82) 이후 13개월 만이다. 지난 1년 동안의 상승분을 다 반납한 셈이다. 지난 17일 2900선이 무너진 이 뒤 5거래일 만에 2800선까지 내줬다.

코스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스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날 주가 하락을 주도한 건 외국인의 '팔자'였다. 외국인은 4356억원어치의 주식을 매도했다. 개인도 1369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저점 매수에 나서지 않는 모습이었다. 기관만 5928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코스피 상위 10개 종목 중 SK하이닉스(0%)를 빼고는 모두 내렸다. 삼성전자(-0.66%)와 NAVER(-1.35%), LG화학(-3.31%) 등이 하락했다.

코스닥도 900선을 위협받고 있다. 이날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2.91% 내린 915.40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코스닥 시총 1위에 오르기로 했던 에코프로비엠(-7.7%)의 주가 하락의 영향이 컸다. 지난 21일에 이어 2거래일 연속 주가가 하락하며 에코프로비엠 시총은 1조2200억원 사라졌다.

삼중 악재에 짓눌린 코스피 

시장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은 오는 25~26일(현지시간)에 열릴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다. 이번 달 ‘깜짝 인상’ 전망까지 나오는 등 시장은 Fed가 더 빨리 긴축의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

금융시장은 당초 Fed의 첫 금리 인상 시점을 오는 3월로 예상했다.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마무리하고 돈줄 죄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조기 긴축'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6~7차례 인상 전망을 내놨고, 골드만삭스도 인상 횟수 전망을 4회에서 5회로 상향 조정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FOMC가 핵심인데, 컨센서스보다 매파 성향이 강화되는 지가 관건"이라며 "시장은 한국 시간 27일 새벽 기자회견에서 파월의 발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이 코앞에 닥쳤다는 판단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 충격은 바다 건너 국내 증시로 전염되는 양상이다. 나스닥은 지난 한 주간 7% 넘게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고점과 비교하면 두 달 새 14%가량 하락했다. 조정장(고점대비 10% 하락)에 진입한 데 이어 빠르게 약세장(고점 대비 20% 하락)을 향해 미끄러지고 있다.

두달새 14% 떨어진 나스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두달새 14% 떨어진 나스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긴축 우려에 더해 마이크로소프트(25일), 테슬라(26일), 애플(27일)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이번 주가 나스닥에는 또 다른 고비가 될 전망이다. 유동성 거품이 꺼지면서 빅테크가 성장을 이어나갈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증시에 영향력이 큰 나스닥이 (긴축과 실적의) 진퇴양난에 처한 형국이라 미국 외의 각국 증시의 불안을 높이고 있다”며 “애플과 테슬라 등 빅테크 및 성장주의 실적과 그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 여부에 따른 국내와 해외 증시 모두 반등의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쏘아 올린 지정학 리스크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이 없다고 공식 부인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국경 일대에 12만7000명의 군사를 배치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태다. 미국은 자국민의 러시아 여행 금지령까지 내렸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격화하면 천연가스와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게 된다. 물가 오름세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 등 긴축 속도와 강도가 높아지면 투자 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전체 수입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50%인 만큼, 공급망 문제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한국 증시가 24일 아시아 증시 대비 낙폭이 컸던 것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는 전 거래일보다 0.24%, 중국 상하이 지수는 0.04% 상승 마감했다.

코스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스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바닥” vs “바닥 밑에 지하 있다”

미국의 긴축과 실적 우려에 따른 나스닥 하락, 지정학적 위기 등 삼중 악재에 뒤덮인 코스피의 ‘바닥’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코스피가 2600까지 뒷걸음질 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이경민 연구원은 “1월의 시장이 흔들린 요인이 긴축에 대한 불안이었다면, 전 세계적인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2월부터는 경기 회복에 대한 불안이 대두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1분기 코스피의 저점을 2600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달리 국내 증시가 지난해 이미 조정을 거친 만큼 더는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정용택 IB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는 지난해 3300대부터 하락해 2800까지 쭉 내려오는 과정이었고, 한국은행이 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하면서 주가가 하락한 측면도 있다"며 "지난 연말까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올해부터 주가가 떨어지는 미국과는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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