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文은 "신속히 방역 전환"…정부는 아직도 "1월말~2월초 검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에 상륙한 지 55일 만에 우세종으로 자리 잡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속한 전환’ 주문에도 정부는 빠르면 이달 말께야 고위험군 중심의 대응 전략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의료 현장에선 새 체계가 안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4일 오후 대전 서구의 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의료진에게 PCR검사를 받기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4일 오후 대전 서구의 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의료진에게 PCR검사를 받기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주(16~22일) 국내 감염자의 오미크론 검출률은 50.3%로 나타나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됐다고 밝혔다. 12월 1일 첫 환자가 확인된 지 55일 만이다. 델타 변이가 국내 첫 감염이 확인된 뒤 우세종이 되기까지 14주 걸렸던 반면, 오미크론은 절반(8주)으로 확산 속도가 2배 정도 빠르다.

오미크론 검출률은 1월 첫째 주 12.5%에서 둘째 주 26.7%로 올랐다가 셋째 주 50%를 넘어서는 등 주마다 2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권역별로 보면 호남권이 82.3%로 가장 높고, 경북(69.6%), 강원(59.1%)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외 충청(41.6%), 수도권(41.2%), 경남(38.3%), 제주(7.4%) 등이다. 이 속도라면 내주께 검출률이 10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단기간에 확진자가 폭증할 수 있어 (대응의) 속도가 중요하다”며 “정부가 선제적으로 준비해온 오미크론 대응체계로 신속히 전환하라”고 주문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설 연휴 특별방역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설 연휴 많은 사람이 지역 간 활발히 이동하고 서로 만나게 된다면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고향 방문 자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오미크론 대응 체계 확대 시점에 대해 정부는 아직도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1월 말, 2월 초 정도로 준비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예정대로 26일부터 오미크론 우세 지역 4군데(평택·안성·광주·전남)에서 60대 이상과 밀접접촉자 등 고위험군만 PCR 받게 하는 등 대응 단계에 돌입하되 전국 적용은 조금 더 두고 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국적 전환을 당장 시행할 만큼 대응 여력이 빠듯하지 않다고 본다. 현재 고령층 확진자 비중(8.6%)이 빠르게 증가하지 않아 위중증 환자 수가 당분간 완만한 속도로 늘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오미크론 대응 단계에선 오히려 저위험군 환자를 방역망으로 촘촘히 거를 수 없게 되기 때문에 통제력이 다소 느슨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고위험 환자의 조기진단·치료에 집중하면 역으로 위험요소가 낮은 젊은 국민들의 진단·치료는 느슨해진다는 것”이라며 “무증상·경증 환자의 느슨한 관리로 인한 전파 확산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타이밍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새 방역 체계를 국민이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도 설명했다.

오미크론 변이 검출률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오미크론 변이 검출률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러나 당초 정부 예상과 달리 오미크론 확산 속도가 더 빨라진 탓에 현장 준비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동네 병·의원 중심의 진단, 치료 체계를 예고했으나 여전히 의료계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중수본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대응 체계를 확대할 땐 호흡기 클리닉뿐 아니라 일반 병·의원도 진단에 참여하는 걸 포함해야 하는데 논의가 아직 덜 됐다”며 “의료계가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할지, 수가는 어느 정도 인정할지 등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호흡기 클리닉이 아닌 동네 의원의 경우 일반 환자가 기피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며 “내과조차도 의심 환자는 안 보고 재택치료 관리만 하겠다는 입장이라 계속 논의하며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내과를 운영 중인 A씨는 "의심환자 검사를 하려면 마스크를 벗은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데, 선별검사소처럼 실외도 아닌 상황에서 감염관리를 할 자신이 없다"라며 "다른 환자들에 퍼질까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

20일 대전의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시민들을 기다리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0일 대전의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시민들을 기다리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정부는 앞으로 현재 확진자의 50~60% 수준인 재택치료자를 90%까지 늘릴 계획인데 이들을 관리할 의료기관, 외래진료센터도 확충 속도가 더디다. 지방자치단체 관리의료기관을 이달 말까지 400개 수준으로 늘려 최대 6만 명의 재택치료자를 감당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외래진료센터는 2월 중순에야 현재의 두 배 규모로 확대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설 명절 전에 1만 명 넘어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고, 명절 후에는 2만 명 예측까지도 나오고 있다“며 “확진자가 폭증 후에 대응 체계가 전환되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확진자가 대폭 늘어난 상황에서 혼란이 커지면 진단, 치료가 늦어지면서 노출, 전파 상황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준비된 지자체나 클리닉은 일단 시작해야 한다는 게 엄 교수 주장이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오미크론이 초기 광주, 전남 지역에서 확산되기 시작할 때부터 준비했어야 했다"라면서 “환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며 하루하루 상황이 바뀔텐데 너무 느긋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동네의원에 내려보낼 지침만 만지작거리는데 대해 천 교수는 “단순히 지침만 가지고 해결될 것이 아니다”라면서 “현장서 어떻게 환자를 봐야 할지 교육도 필요하고, 환자 관리 체계 변화 부분에서도 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