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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파운드리 ‘진격’…반도체 빅3 경쟁 치열해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반도체 업체 인텔이 미국 오하이오주에 2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로 신규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 사진은 인텔이 공개한 공장의 렌더링 이미지. [사진 인텔]

반도체 업체 인텔이 미국 오하이오주에 2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로 신규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 사진은 인텔이 공개한 공장의 렌더링 이미지. [사진 인텔]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을 놓고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 ‘빅3’의 투자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인텔이 대대적인 파운드리 투자를 선언하면서, 삼성전자로선 인텔의 추격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인텔은 미국 오하이오주 컬럼버스시에 200억 달러(약 23조8700억원) 이상을 들여 첨단 반도체 공장(팹‧fab) 2개를 건설한다고 24일 밝혔다. 올해 말 착공해 2025년부터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인텔 “200억 달러 투자…2025년 양산”

인텔은 이곳에서 차세대 반도체 제조와 파운드리 사업을 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공장 부지가 404만㎡(약 122만 평) 규모로 팹 8개를 지을 수 있다. 인텔 측은 “이곳에 향후 10년간 투자금이 1000억 달러(약 119조3400억원)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TSMC 로고. [연합뉴스]

TSMC 로고. [연합뉴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하는 이 과감한 투자 프로젝트는 ‘반도체 왕국’ 인텔이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인텔은 반도체 1위를 삼성전자에 내줬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인텔의 지난해 매출은 731억 달러(약 87조3900억원)로 삼성전자(759억5000만 달러)에 뒤졌다. 여기에다 ‘큰손 고객’이었던 구글‧애플‧메타(옛 페이스북) 등이 자체적으로 칩 개발에 나서면서 타격을 입었다.

겔싱어 CEO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으로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했다. 마침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520억 달러(약 62조원)의 지원금을 책정한 상태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을 확보해 업계 구도를 재편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파운드리 수요가 급증한 것도 주요한 배경이다. 겔싱어 CEO는 이날 오하이오주 공장 설립 발표에서 “이번 투자는 인텔이 미국의 반도체 제조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미국 파운드리 제2공장 텍사스주 테일러시 확정.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삼성전자 미국 파운드리 제2공장 텍사스주 테일러시 확정.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세계 1위’ TSMC는 무지막지한 투자

파운드리 세계 1위인 TSMC 역시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수성에 나섰다. TSMC는 지난 13일 올해 역대 최대인 400억~440억 달러(약 47조5000억~52조3000억원)의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는 지난해 설비 투자 규모(300억 달러)보다 30% 이상 늘어난 무지막지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TSMC는 지난해엔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약 14조4000억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애리조나주 공장에서는 2024년부터 반도체 제품이 생산될 것으로 관측된다. 소니와 손잡고 일본 구마모토에도 공장을 짓는다. 여기에만 70억 달러(약 8조2600억원)를 투입한다.

삼성전자도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들여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이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올해 상반기 착공에 들어가 2024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규 공장에는 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된다. 5세대 통신(5G)과 고성능 컴퓨터(HPC),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다. 특히 기존 삼성전자 오스틴 사업장과 25㎞ 거리로 서로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기흥‧화성-평택-오스틴‧테일러를 잇는 글로벌 생산 체계를 갖추고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3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트렌드포스]

3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트렌드포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시장 점유율 53.1%로 1위를 유지했다. ‘추격자’ 삼성전자는 17.1%로 TSMC와 여전히 30%포인트 이상의 격차가 벌어진다. ‘진격’을 외치고 있는 인텔은 10위 안에 들지 못했지만 조만간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업체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TSMC가 유리하지만 변수도 많아”

이승우 연구원은 “현 구도에서 TSMC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은 맞다”면서도 “바이든 정부의 정책 의지, 빅테크 기업의 전략 등 변수가 상당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종합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 업체와 비즈니스 충돌을 해결하면서 투자에 걸맞은 성과가 내는 게 숙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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