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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우크라서 외교관 가족 뺀다…"러, 중대 군사행동 계획 보고"

중앙일보

입력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AFP=연힙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AFP=연힙뉴스]

미국 정부는 23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행동 가능성을 우려해 우크라이나 키예프 주재 자국 외교관 가족에게 철수를 명령했다. 같은 날 미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여행 경보를 최고 단계인 4단계 '여행 금지'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인 러시아·우크라 '여행 금지' #WP "미국 기술 사용한 반도체, #러시아 수출 금지…'화웨이급' 제재"

미국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키예프 주재 미국대사관 내 모든 공무원 가족에게 출국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또 비필수 인력 공무원도 희망할 경우 출국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현시점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로 "러시아의 군사행동" 가능성을 꼽았다.

그는 "우리는 왜 지금 이런 결정을 내렸나?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고 생각하나?"라고 자문한 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밝힌 대로 러시아의 군사행동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외교의 길을 계속 추구하지만, 러시아가 추가 긴장 고조를 선택하면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와 러시아가 장악한 동부 우크라이나의 안보 여건은 예측하기 어렵고, 예고 없이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적인 행동 때문에 지금 이 조처를 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 거주 미국인, 출국 권고" 

국무부는 이날 미국인을 대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여행 경보를 각각 최고 단계인 4단계 '여행 금지'로 상향 조정했다.

국무부의 다른 고위 당국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여행 경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이미 4단계였는데, 이번에 러시아의 군사 작전 위협 증가 이유로 (재차) 4단계로 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중대한 군사 행동을 계획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어 여행 경보 수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일의 사태가 일어날 경우 미국 정부는 미국 시민을 대피시킬 위치에 있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미국인은 상업용 또는 민간 교통수단을 이용해 출국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에 대한 여행 경보도 4단계 여행 금지로 올리면서 "우크라이나 국경 갈등 문제로 러시아에서 미국 국적자가 해코지를 당할 수 있으며, 영사 문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24일 "현재 우크라이나 주재 한국 대사관은 정상적으로 외교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교민 800여명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거주 중인 교민은 없다고 한다.

美 "베이징 올림픽, 침공 시점 변수되지 않을 것"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CBS, NBC, CNN 일요 시사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해 외교의 길이 여전히 열려 있지만 러시아가 공격을 감행하면 신속하고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링컨 장관은 CBS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을 결정할 때 베이징 겨울 올림픽 일정은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링컨 장관은 사회자의 '올림픽 시점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계산에 영향을 주겠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러시아는 그들의 이익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계산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감대를 고려하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더라도 2월 초 베이징 올림픽 기간은 피하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관측을 부인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블링컨 장관은 "만약 공격이 일어난다면 엄청난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그래서 선택은 그(푸틴 대통령)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CNN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인터뷰에서는 "러시아군 한 명이라도 공격적인 방식으로 우크라이나에 들어가면 신속하고 혹독하고 단합된 미국과 유럽의 대응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링컨 장관은 NBC '미트 더 프레스' 인터뷰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대응에 있어 독일 등 유럽 동맹과 단합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유럽·발트해에 배치된 나토군 병력 규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동유럽·발트해에 배치된 나토군 병력 규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국 기술 들어간 모든 반도체, 러시아 수출 금지 검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경우 미국은 러시아에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는 새로운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 때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를 상대로 이 같은 제재를 한 적은 있지만, 한 나라 전체를 대상으로 반도체 제재를 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만약 시행될 경우 '역대급' 제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WP에 미국의 기술과 디자인을 사용해 제조한 반도체를 러시아로 수출하는 모든 길을 막는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기술을 사용하지 않은 반도체는 찾기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러시아 경제 전체를 어려움에 빠뜨릴 수 있는 제재라고 WP는 전했다.

전자·항공·우주 등 반도체를 쓰는 첨단 기술 분야가 모두 영향을 받게 돼 푸틴 대통령의 야망을 꺾고, 휴대폰 등 제품 가격 상승 및 수급 불안 등을 초래할 수 있어 은행 거래 금지 같은 통상적인 금융 제재보다 파장이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동유럽과 발트해 3국 등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에 미군 병력 수천 명을 추가로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도 나왔다. 미국이 금융·반도체·군사 등 전방위 제재를 준비하며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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